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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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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4-11-2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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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인생





서울에 있는 택지개발사업단에서 안사람 폰으로 전화가 왔다.​ 생활대책용지가 확정 되었으니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가지고 월말까지 접수하라는 전갈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터라 안사람이 반색을 하며 거실로 뛰어 나오는데 늙은이가 또 오바한다는 느낌이 들어 무심히 치켜보는 나에게 공감의 방정맞음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은근히 마른 날에 재물이 생긴다니 물색없는 마음이 두근거리기까지 하였으나 초라니처럼 나대는 안사람처럼이야 대장부가 차마 어렵더라. 


사업자를 가지고 있던 안사람이 15년이나 이끌어 오던 사업을 3년 전인가 회사를 접을 때 까지 택지개발 내에 있던 건물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나이들어 사업의 권태로움에  비비꼬던 어느 봄날인가 느닷없이 지역개발사업단이 발족이 되고 아내의 회사가 포함된 30여만평이 아파트와 상가 그리고 도시공원을 조성한다고 발표를 해버렸다. 사막을 헤매던 상인이 오아시스를 만난 듯 목 마른 놈이 우물에 머리를 쳐박듯 우는 놈 뒷통수 한 대 더 때려주듯 아내에게는 오랜 가믐에 시달린 대지에 시원한 한 줄기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결성된 조합원들의 관심은 오직 열 평이냐 스무 평이냐가 지상 최대의 관심이었다. 아직은 미정이지만 불하단가에 의해서 평수가 늘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다하니 서민들 입장에서는 과연 귀추가 주목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기사 부근 땅 값이 기 천 만원씩 하니 솔깃해지는 기대는 자연스러운 서민들의 바램일 것이었다. 그래 봤자 기 억 일텐데 서민들의 바램은 하늘을 찌른다. 요즘 뉴스마다 반짝이는 비트코인 한 알 두알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두고 목숨을 걸 듯 들떠 있다.


다음주는 우리가족들의 생일주간이다. 화요일이 내 생일이고 하루 걸러 사위생일이고 또 그 다음날이 고등반장인 손녀의 생일이다. 해마다 서울로 올라가 년중행사처럼 딸네 집에 모여 종합생일 축하잔치를 한다. 잔치래야 집 앞 갈비 집에서 임플란트로 심은 잇빨을 피해가며 뜯는 고문 같은 식사이지만 아이들이 매년 그리하자니 그리하고 있다. 들떠있는 아내를 잘 추스려 가며 모처럼의 서울순례길을 다녀 올 계획이다.


잉여인생을 사는 것이 임의롭다. 무슨 큰 희망이 없다는 것이 마음이 평화롭다. 아내는 태산 같은 포부를 가지고 매일 아침 뺨을 두드리고 있지만 나는 희망이 없어 즐겁다. 서류를 접수하면 황금알을 얻은 듯 아내는 들떠 있지만 나의 마음은 그럴수록 심해처럼 가라 앉는다. 지금나이에 재물이 많아진다고 해도 쓸데가 없다. 욕심이 문제지 사방을 둘러 보아도 어디 쓸데가 없다. 요정을 가도 룸싸롱을 가도 문 앞에서 밀려나는 나이에 어디에다 돈을 쓸 것인가. 그래서 나는 모든 경제권을 일찌감치 아내에게 넘기고 마음 가벼운 잉여인생을 산다. 잉여인생이 즐겁다.


마른 무청에 된장을 넣은 시래기국이 참 구수하다. 잉여인생처럼 구수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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