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님이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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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님이 오신 날
코끝을 간질이는 봄바람이 제법 향기로와 이게 봄인가 하고 못둑을 걷는다. 이른 상춘객들이 옹기종기 밴치에 앉아 있고 지나는 눈인사에 정겨움이 배어 있다. 무량사 돌담길을 돌아 옛 샘터를 지나노라면 어릴 때 저녁이면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아예 지나가지도 못했던 기억에 늙은 입가에 넌짓이 미소가 감돈다. 만평이 족히 되는 산기슭 말랑밭은 아버지가 도박으로 홀랑한 기름진 玉田이다. 그 밭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 가면 아득히 보이는 금오산 자락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해서 아내와 같이 금오산 중흥사로 가는 길이다.
마음 하나 다잡아 어려운 이에게 보시하고 물욕을 내려 놓아야 참인생을 산다는 金言을 허공을 향해 포효로 일갈하는 법석에 앉은 주지스님의 호통소리에 사바세계 중생들은 마음 따로 시선 따로에 우이독경이 따로 없다. 수백 명의 중생들이 선각의 묻는 소리에 네!네! 하고 따박따박 대꾸는 잘하지만 마음은 오리무중으로 헤맨다. 모든 중생이 다 영롱하고 순수한 거울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영롱한 거울에 때가 끼어 진실을 보지 못한다. 덕지덕지 묵은 때가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따금 이런 법회에서 영롱한 자기의 거울을 보지만 불향을 벗어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일상생활이 수행이 아니어서 그렇다. 일상의 생활이 수행처럼 산다면 온전한 삶으로 살 수 있을까. 그 건 불가능 하다. 그래도 저승이 가까울수록 마음을 닦으며 살아야 한다.
配食을 하는 불자들이 10여미터나 늘어서서 염주도 나누어 주고 나물밥을 퍼주기도 하고 고추장도 발라주며 떡 한 개와 수박 한 조각을 밥 위에 올려 준다.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니 그런 와중에도 노인들이 새치기를 하며 무질서하게 끼어들기가 눈쌀을 찌뿌리게 한다. 몇 몇 젊은이가 지청구를 하지만 아랑곳 없다. 불과 몇 분전에 남을 배려하고 청량한 마음을 가지라고 법석에 앉은 주지스님의 일갈이 귀에 맴도는데도 일부 안 노인들의 새치기는 언제 그런 소리가 있었냐다. 그래도 웃으며 아무 소리 안하는 불자가 많다. 남을 배려하기가 힘든 세상이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보시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식후 공연에 훈훈한 장면이 몇 컷 있었다. 부산에서 온 초등 3년 여학생의 귀여운 부채춤이었다. 오로지 오늘 하루 공연을 위해 몇 달을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온 귀여운 모습의 애기동자 같은 모습의 아이였다. 자기의 몸피만한 알록달록한 부채를 들고 나비처럼 날며 사뿐히 앉는 부채춤에 모두가 숨을 죽인 체 혹여라도 실수를 할까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부채춤의 하일라이트인 회전이 시작 되고 이제 마무리 착지만 잘하면 되는데 아이쿠! 휘청하더니 땅을 짚고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순간 아이의 얼굴이 붉어지는가 했더니 고 귀여운 것이 오뚝이처럼 일어나 납죽 절을 한다. 놀란 엄마가 뛰어 나오더니 애기를 추스리며 눈물이 글썽인다. 만장한 관중들이 환호성을 올리며 안도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법당의 부처님도 빙그레 웃으며 박수를 보낸다. 불향이 온 마당에 퍼지고 이 불향기로 온 나라가 평온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불현듯 쏫아난다.
요즘은 스몰웨딩이니 스몰라이프니 해서 단순한 삶을 추구한다. 내가 좀 가졌으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누기도 하고 구차하게 무거운 짐을 안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우린 짧은 시간에 너무 부유해졌고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가졌다. 돌이켜 보면 우린 옛날에 가진 것 없어도 참 행복하고 정겨운 삶을 살았다. 꿈과 희망이 있었다. 불과 엊그제 같은데 사람들은 그런 세월을 모른체 살아간다.
하느님과 부처님의 마음으로 여생을 살고 싶다. 희떠운 소리 같지만 마음은 늘 그렇다. 공부를 하고 깨달으면 무엇하나. 깨달았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진실이다. 행위를 수행하는 노인이 되고 싶다. 일년 365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계 보 몽* 詩人니-ㅁ!!!
"心中之患"의 文章以後로,近2個月餘晩에 만나`如..
"부처님`오신날"에 師母와함께,寺刹에 가셨습니다`그려..
本人도 佛者이라서 平所다니던,"천태종" 寺刹에 갔더랍니다..
"계보몽"詩人님의 ,글월을 感味합니다!늘상,"健康+幸福"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이제는 사찰에 가도 뒷전에 앉아 젊은 사람들이 노는 것을 구경만 합니다
그래도 초파일 같은 날은 법회에 참여하면 즐겁습니다
공중에 떠 있는 연등만 보아도 가벼운 마음이 되어 들뜹니다
안박사님도 성불하시어 남은 여정 여여하시길 빕니다
마음 편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