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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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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5회 작성일 25-05-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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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의 계절




태화강 강변에는 천지가 꽃밭이다. 십리 길 대나무 길을 빼꼼히 돌아 나오면 온 벌판에 봉오리 봉오리 뽐을 내며 피어난 분홍아씨들의 미소 때문에 5월의 햇살이 눈이 부시다. 해마다 5월이면 태화강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약의 천지로 피어 있다. 작약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너무 어이가 없어 한참을 멍하니 서서 작약의 분홍에 어지러워 5월이 휘청거린다. 수 많은 상춘객들이 분홍의 작약에 코를 갖다대기도 하고 겹겹이 보드라운 살결에 볼을 비비기도 한다. 바야흐로 작약의 계절이다.


고등 일년 생일땐가, 기억이 가물하지만 친구인 성하의 집은 울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동방에서 두 번째 역인가 세 번째인 모화역에서 내리면 역 부근에 아담한 초가집인 친구의 집이 있었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친구였는데 반에서 반장을 할 정도로 일등을 놓지 않았고 서글한 눈매가 좋아 은근한 브로맨스로 서로 우정이 도타웠고 금오산 기슭에 있는 우리 집에도 자주 오기도 하고 좀 멀었지만 나도 가끔은 성하네 집을 찾았다. 둘이는 들창을 열어 놓고 미래의 얘기도 하고 이성의 얘기도 하면서 뜨락에 피어 있는 연분홍 작약을 바라보며 참 외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성하야! 작약꽃이 참 이쁘제? 하면 빙긋한 눈빛으로 갈 때 새끼 모종 하나 갖고 가거라 하면 그래 옆에 있는 새끼 모종 봉다리에 담아 주라 하고 돌아올 때 소중히 가방에 넣어 온 기억이 있다.


새끼 작약이 몽우리가 올라와 꽃이 필 때쯤 옆집 여고 일년생인 순자의 젖가슴도 봉긋해지고 이따금 들리던 성하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야! 이제 2학년이면 취업준비도 해야하고 공부도 바쁠텐데 너무 자주 온다야! 하면 화들짝 놀란 눈으로 나를 흘기며 바라보는 눈동자에 순자의 얼굴이 어린다. 언제 부터인가 달덩이 같은 뽀얀 순자의 얼굴에 성하가 비치고 사랑의 향기란 쥐도 새도 모르게 돌담을 넘실거렸다. 비교적 창백했던 성하의 얼굴과 서글한 눈매는 생기를 찾아 반짝이고 있었다. 순결한 눈빛들이 오랫동안 이어졌고 젊은날의 사랑은 홍시처럼 붉어져 갔다. 어떨 때는 저녁이 늦도록 이야기가 길어져 지청구를 넣어야 자리에서 일어나곤 해서 인척인 오빠를 당황하기도 했으나 워낙이 순수한 사랑이라 감히 무어라 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우물가에 작약꽃이 바알갛게 물이 들고 있었다.


성하가 대구로 취직을 해서 대처에 나아가고 나도 서울로 올라온지 3년이 흘러가자 군입대로 고향을 찾은 나는 내려 오자마자 성하네 집으로 달려 갔다. 객지로 나아가서 수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산 처지로 문득 성하가 생각나서 몹시 보고 싶기도 해서였다. 초가집 싸립문을 열고 들어 간 마당에는 어머니 혼자 봄나물을 말리고 계셨고 반가운 얼굴로 손을 잡으시며 이게 누고?! 하시며 마루로 이끈다. 마루에 앉아 물 한 잔을 하며 성하의 안부를 물으니 재직중 야간대학을 다니다 벌써 군에 입대를 한지 1년이 넘었다고 보고픈 아들을 그리워 했다. 순자는 자주 옵니꺼? 하니 가는 대구에서 간호대학을 나와서 대구 모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카데! 이리 누추한 데 시집을 올라 카겠나 하며 깊은 한숨을 내려 놓는다. 순자야 대갓집 손녀이고 귀한 아이인데 천애 고아 같은 성하한테 가당키나 하겠나 였다.


이따금 들리는 고향 소식에는 순자가 그로 부터 2년 후에 모군수의 아들과 결혼을 하고 아이가 둘이라는 소식을 인편에 들었다. 성하도 대학을 졸업하고 큰 회사에 취지을 하였다고 소문을 들었다. 기어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각자의 인생길을 선택한 젊은 날의 나의 인연들, 그 후로도 우리들은 전쟁 같은 삶을 사느라 서로가 모르는 체 세월을 살았다. 작약이 저리도 붉게 피었는데 다들 어디로 갔을까. 그들도 작약을 보면 나와 똑 같은 생각을 할까. 실 없는 5월이 빙긋 웃는다.


왠지 작약꽃이 피면 나는 슬퍼진다. 엷은 분홍빛이 눈물 같이 슬프다. 태화강변의 작약꽃밭이 너무 넓어 한 없이 슬프다. 송이송이 슬픔이 스며 있어 슬픈 오월이다. 작약의 계절에는 그 친구가 생각난다.







 


추천1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 보 몽* 詩人니-ㅁ!!!
"계보몽"詩人님의,追憶談을 깊이 共感하면서..
 젊은時節의 追憶을 生覺하며,몹시도 그리워집니다..
"芍葯의 季節"이라 하쉬니,"작약꽃"이  보고파 집니다`如..
"계보몽"任!그리운 任들을,必히 만나보시고.. 늘,健`安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요 안박사님, 찾으려면 찾을 텐데 세월이 게으릅니다
바람에 소식만 듣습니다만 이러다 하나 둘 기약없이 떠나더라고요
인생살이가 참 허무 합니다
글의 낭비에 격려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한 봄날 되시고 행복하십시오! 안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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