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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해도 배가 부른 이팝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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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회 작성일 25-05-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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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친목 모임에서 어느 젊은 여성이 하얗게 꽃이 핀 가로수를 가리키며 저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아느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일행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까 그 여성의 하는 말이 저 나무는 

조팝나무라는 겁니다. 이 말에 나는 그냥 침묵을 지킬까 하다가 내가 이 동네 사람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저 나무는 조팝나무가 아니라 이팝나무라고 하니까 이 여성 발끈하며 조팝나무라고 우기는 겁니다. 

그래서 인터넷 사진을 찾아 보여주니까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지만 끝내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자체마다 그 지역을 상징하는 나무를 가로수로 채택하여 집중적으로 심고 있는데

내가 사는 안산시도 가로수를 거의 이팝나무로 교체한 까닭에 요즘은 가는 곳마다 하얀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새하얀 순백의 꽃이라 정갈하고 밝은 이미지여서 볼 때마다 기분도 좋고 풍성한 잎도 푸르러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이 이팝나무의 " 이팝 "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소위 MZ세대는 이팝이니  조팝이니 하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요 위에서 예를 든 그 여성만 해도 조팝이나 이팝이니 하는 말의 뜻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하기야 배고픔을 모르고 자란 세대이니 이밥과 조밥이란 말을 모르는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시에서 쌀밥만 먹고 살아온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농촌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은 이밥이 무슨

밥인지를 알고 있을 것으로 믿으며 이 단어는 향수를 자극하는 언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지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춘궁기라고 하여 식량이 바닥 나는 집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정이 어려운 집은 산이나 들에서 나는 나물을 뜯어 허기를 달래곤 했는데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도 그런 집들이 있었습니다.  행인지는 몰라도 우리 집은 농사를 많이 짓는 가정이어서 초근목피까지는 

모르고 자랐지만 보릿고개가 되면 형편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최소 2명 이상의 머슴까지 합치면 10여 명도

넘는 식솔의 양식을 조달하기 위하여 어머니는 밤늦게까지 햇보리 디딜방아를  찧으셔야 했고 그 작업은 감자나

옥수수가 수확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당시는 어려서 몰랐지만 어머니의 노고가 참으로 크셨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였습니다. 지난 한식날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하여 어머니와 아버지가 합장으로

안치된 묘소에 가서 한참을 울다 온 것도 생전에 못다한 효도와 어렸을 때 보았던 어머니의 땀과 눈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려서 그토록 먹고 싶던 이밥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으므로 요즘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아울러 함께 예를 든 " 조팝나무 " 의 " 조팝 " 역시 " 조 " 라는 노란색의 깨알같은 잡곡으로 지은 밥을 의미하는데 

조팝나무는 이른 봄에 하얀 꽃을 피우는 키가 작은 관목이라는 점에서 조팝나무라는 이름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다 배고프고 어려울 때 지은 이름이라 곡식과 관련한 이름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좁쌀은 밥을 해도 찰기가 없어서 입에 넣으면 따로 논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작은 알갱이 때문에 평소 

인색한 사람을 두고 좁쌀영감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하는데, 이렇게 나무나 풀의 이름을 가지고 시시콜콜 

따지는 내가 혹시 좁쌀영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시대가 변하여 그토록 먹기 싫던 

잡곡밥을 웰빙식이라 하여 집집마다 백미에 우선하여 먹고 있으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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