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품격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노년의 품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3회 작성일 25-05-14 05:37

본문

​노년의 품격 




​회장님은 후덕한 얼굴에 늘 미소가 은근히 풍기는 미남형 얼굴이다. 望八의 나이인데도 얼굴에 별로 주름이 없고 특별히 피부관리를 받는지 얼굴이 우윳빛깔이고 번들거린다. 사모님이 참기름집을 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얼굴이 늘 도를 넘게 번들거리는데 한 번은 얼굴에 무슨 들기름 같은 것을 바르는지 물어 본 적도 있다. 노랗게 찌든 내 얼굴에 비하면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심사가 약간 꼬이지만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내가 모임에서 고문을 맡고 우윳빛 깔 얼굴의 회장이 회장을 맡아서 지금 3년째 회장을 하고 있으니 시쳇말로 합이 잘 맞다고 주위에서 설을 풀어 댄다.  


우윳빛깔 회장이 다 좋은데 단점이 하나 있다. 서로 친하다 보니 집안일이나 마누라랑 싸운 얘기나 이따금 여성회원들에 대한 씨잘대기 없는 얘기 등등 친밀한 관계 속에서나 하는 얘기들을 진득히 가슴에 담아 두지 못한다. 입이 근질거려 천성적으로 못 참는 성격이다. 그것도 진실의 뼈대에 살을 붙혀 전하는 말들은 내가 그런 얘기를 했나 할 정도로 의심이 가는 형국이다. 소위 얘기 한다면 입이 싸다. 기질이 그런 걸 2년이 지나고 부터 알았다. 친하다 보니 가감 없이 얘기한 내 잘못이 크다고 하기엔 좀 억울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족친 叔이기 때문이다. 태산 같이 믿고 한 남자들의 비밀 이야기도 홍보이사나 운영이사들이 금방 안다. 특히 홍보이사는 여성인데 그 귀에 들어가면 40여명의 회원들이 다 아는 건 시간 문제다. 여성분들이 한 술 더 뜨기 때문이다. 노년의 품격이 그립다.


나이들면 나를 비롯해 다 어른처럼 점잖고 시기없이 부처님 같은 마음으로 살 줄 알았다. 그래야 아이들이 어른 대접을 해줄거고 어른들의 행동거지를 보고 지혜와 정서를 받아 삶의 지표를 세우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체로 어른들이란 아이들 앞에서만 어른의 흉내를 내는 것만 같다. 어른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임에 가 보면 70이나 80이나 다 아이들 같다. 입 다물고 앉아 있으면 다 듬직하고 느긋한 어른들이다. 하지만 얘기도중에 자기하고 다른 계산이라도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참지 못한다. 손톱만한 이권이라도 걸리면 양보하는 법이 없다. 그져 노욕이 그런가 보다 하기에는 안쓰럽다. 노년의 품격이 그립다.


그래도 전쟁 같은 산업사회를 살아온 역전의 용사들인데 이 나라를 이렇게 반석에 올려 놓은 세대들인데 좀 품격을 지키며 삶을 마감했으면 싶다. 노인들이 모이면 이 나이에 아직도 무슨 본전 생각을 하는지 사회를 원망하고 국가가 요람까지 안내하기를 바라는 노인들이 있는 것 같다. 내일 아침 일도 잘 모르는 나이인데 그져 그날 그날 열심히 사는 게 정도일 것 같다. 내가 참으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만연한 시절이다. 부부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노인은 더욱 그렇다. 노인들이 이정표를 잘 놓아야 따라오는 사람들이 가지런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해 책임을 느낀다. 가치관의 상실이랄까 뭐가 옳은지 그른지 오리무중이고 질서도 없고 사회적 합의도 없어 모두 제멋대로이다. 


회장님과 五陵옆 초밥집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 그래도 번들거리는 우윳빛깔 얼굴이 좋아 자주 만난다. 입이 싼 거 외에는 나무랄 데가 없으니 말이다. 문제는 내가 입조심을 잘 하면 된다. 내게 어떤 정보를 캐낼까 하는 눈길만 잘 피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칭찬 같은 좋은 말만 하기로 다짐을 한다. 그윽한 노인의 품격으로 말이다.

추천1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이가 들면 女子보다 男子들이 더 입이 가볍다 하지예
머 여성호로몬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예....ㅎ
젊어서 부터 여자라도 입이 무거운 편인 사람이 있고
남자라도 입이 가벼운 사람이 있지예
인제 라도 아셨으니  적당히 견제 하시면서
다른것 다 좋은 어르신 하고 노후 재미 있으시게 보내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 천성인가 봅니다
몇 번 언질을 주었는데도 못 고치는 걸 보면 본인도 안타까우리라 생각이 됩니다
하긴 나도 말이 많아 도긴개긴입니다 ㅎ

여독으로 늙은 삭신이 파김치가 다 되었습니다
손자하고의 여행은 힐링과 고통이 뒤 따른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지칩니다

감사합니다 정아님!

Total 1,756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75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0 05-30
1755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 05-26
1754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0 05-26
1753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1 05-22
1752 Viv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 05-21
열람중
노년의 품격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1 05-14
1750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1 05-13
174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3 05-09
1748
작약의 계절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1 05-08
17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 05-06
1746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4-22
1745 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 04-14
1744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1 04-12
1743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1 04-11
1742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04-11
1741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4-10
1740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1 04-03
1739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 04-02
1738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 04-02
1737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 04-02
1736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 04-02
1735 떽띠한x꿀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 04-02
1734 박얼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1 03-12
1733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3 03-12
173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2 03-10
1731
서성이는 봄 댓글+ 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2 03-06
1730
웃기는 짬뽕 댓글+ 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2 03-05
1729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03-03
172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1 02-26
1727
그들이 온다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1 02-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