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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烏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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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5-06-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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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 (烏石) 




오석이란 까마귀 오자에 돌 석자니 까만 돌을 일컫는 말일게다. 태초에 마그마가 급격히 식으면서 굳어진 돌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으니 과연 귀한 돌은 돌이구나를 석재상 마당에서 알았다. 사장이 충청도 일부에서만 나오는 돌이라고 산 만한 오석을 귀한 자식 쓰다듬 듯 연신 어루만지며 침을 튀긴다. 단단함이 화강암과 다르고 결이 은은하여 귀한 손님을 대하듯 요모조모 뜯어 보며 종택의 碑文石에 적합한지를 고문과 회장과 내가 화산에 있는 석재상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200년도 넘은 옛 고택의 기왓장을 걷어내고 새로이 돌을 다듬고 초석을 놓아 기둥을 세우고 5년 전에 상량을 했다. 준공을 앞두고 지금의 고문이 서울에 사는 나에게 이른 새벽에 전화가 왔다.종택의 堂號를 지어야 하는데 선조들이 남겨주신 주변 사적지와 정자와 잘 어우러지고 향중에도 널리 알릴 수 있는 당호를 한 번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손톱만한 지식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賢良齋라는 이름을 지어 보냈더니 무리 없이 종친들의 합의를 이끌어 냈고 편액에 서각을 하여 입택식 때 당호를 걸고 제막식을 올렸다. 도의원과 시의원, 시장이 참여하고 흥나는 풍물을 깔아 성대한 제막행사를 가졌다. 어진 선조님 아래에서 지혜롭고 어린 후손들이 선조님을 追遠하는 집이란 뜻으로 지었는데 그 후로 수시로 후손들이 모여 문사를 논의 하기도 하며 정담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해서 늘 뿌듯한 맘 가눌 수가 없다.


그런데 현양재를 지어 놓고 3년 전에 입택을 하고 보니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버젓이 당호가 걸린 집의 역사를 알리는 창건기 같은 것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내자와 같이 안동에서 의성 봉화 경주로 이어지는 종가기행을 했는데 하나 같이 그 집의 연혁과 품격을 알리는 비문이나 안내문이 있어서 마음에 큰 울림을 일으키고 있었다. 수 많은 벼슬과 사적지등의 문화재를 후손들에게 남겨주신 게 엄연히 집 앞에 있고 그 직계자손이 살고 있는 새로운 종택의 중창에 창건비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할진데 아무도 제의가 없다는 게 한스러울 따름이었다. 집의 당호가 걸려 있고 그 연혁을 대대로 알리고 그 집의 품격을 고양하기 위해서도 창건비는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 것이었다.


요즘 세상에서 가장 인기 없는 단어가 문중이라는 단어와 족보라는 단어일 게다. 아직도 그런 게 있나 하는 세상이다. 제사도 하나 둘 사라지고 산소관리를 할 후손이 없다 보니 파묘 아닌 실묘가 수두룩하다. 이 산 저 산에 후손들이 찾지 않아 실묘한 묘들을 보면 뼈저린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니 사람이 죽으면 삼년상의 시묘살이는 고사하고 삼일만에 거의 이 세상에서 사라지듯이 바람에 뿌려져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게 지금 세상의 모습이다. 매장문화는 골동품처럼 버려지고 납골당이니 수목장이니 해도 이런 장례문화도 언제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門을 들여다 보면 문중이라는 조직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는 속사정이 내재하고 있다. 선조들이 후손들에게 남겨준 종토가 30여만 평이나 있기 때문이다. 종친들이 생각 없이 시대조류에 따라 문중 무용론을 주장하고 문중에 참여하는 혈족들을 비양거리기도 하지만 하나 둘 그렇게 생각한다면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에서 생각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생각을 요모조모 정리해 보고 앞으로 문중이 필요불가론적인 입장에서 봐도 저 많은 종토를 지키기 위한 소규모의 행정적 조직이라도 문중의 이름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 것이 내가 태어나 이 세상을 향유하고 희노애락을 살아가게 해 준 선조님에 대한 마지막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서 무릎을 치며 합의한 세 사람이 종택과 선조에 대한 비문을 새길 그 귀하다는 오석을 찾아 석재상에 서성대고 있는 것이었다. 비장한 눈빛들이 번들거렸다.


산 모양의 오석을 세 사람이 두 팔을 벌려 겨우 아름을 하고 만족한 웃음을 띄는 회장과 고문님들, 이 시대의 마지막 화석 같은 얼굴들이 돌과 돌 사이에 서서 웃고 있었다. 유물처럼 걷고 있는 그 들의 휘청거리는 뒷모습에 울컥 세월이 쏟아졌다. 햇살에 현기증이 허적이고 있다. 오석처럼 오래오래 단단히 살 수는 없을까 하는 희떠운 생각이 미소처럼 차창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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