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눈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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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 형
음압실 바깥에는 자식들은 울고 있었고 기가 죽은 마누라는 황당한 모습으로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맏이는 이미 화장터를 예약을 해 놓았고 묏자리도 둘러보고 돌아와 꺼이꺼이울고 앉아 있는 참이었다. 아버지 곁방에 입원해 있던 환자 두 세명이 순서대로 운명을 달리하며 실려 나갔고 대학병원 음압실은 음산한 지옥문 같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마스크를 낀 담당 의사와 간호사가 임종을 독려하고 삭막히 돌아가버렸다. 아버지는 이따금 숨을 몰아 쉬기도 하고 허공에 손을 저으려고 무기력한 헛손질을 반복하고 있었고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좀체 죽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도 수 시간을 그러고 있었다.
가족들이 지하에 있는 병원 식당에서 마른 밥을 한 술이나 뜨고 있는데 담당의가 담담한 어투로 전화를 걸어왔다. 급히 오르는 엘리베이터에서는 벌써 남매들의 울음이 터지고 졸지에 떠나는 아버지의 황망한 모습에 개구리처럼 울기 시작했다. 울음을 추스리며 병원 복도를 우루루 뛰어간 진료실에는 오전에 보았던 담당의의 표정은 아니었고 그 긴박함과 초조함은 커녕 긴장의 끈이 풀린 이슬에 젖은 잠자리 날개처럼 축 처져 눈망울만 껌벅껌벅 하고 있었다. 분명히 자기 입으로 사망 진단을 내렸고 가족들에게 임종의 시간의 은전마져 베풀었는데 무슨 일인가 해서 가족들이 뜨악해 하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19는 저희들도 처음 당하는 일들이라 임상을 동시에 축적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전염병이라 환자의 유형이 다 달라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환자께서는 다른 환자들처럼 목구멍이 너무 훼손 되어 있었고 다 급성폐렴으로 사망을 하셨기 때문에 그리 진단을 내렸는데 돌연히 호전이 되고 있어서 저희들도 집중해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떡하란 말인가. 아연실색한 가족들은 무엇에 홀린 양 담당의의 달싹거리는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화장터 예약과 묏자리 등 아버지의 빠른 죽음을 예견해 준비했던 일사불란한 죽음의 준비가 더욱 아연실색케 했다.
그렇게 살아난 왕눈이 형님을 안지는 달포 정도밖에 안됐지만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이 참 노인네가 눈이 크다 였다. 눈이 부리부리 하고 어떤 때는 눈알이 튀어 나올까봐 걱정이 될 정도로 우리네 뱁새눈하고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눈이 작은 것이 포원이 져서 형님은 원래 그렇게 눈이 컸나요? 하니 원래는 눈이 작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오고는 눈이 더 커졌다는 것이었다. 저승사자를 직접 만나고 와서 그런지 언뜻 보면 놀란 토끼눈 같기도 하다. 누구는 코로나를 앓고 살아나서 큰 눈을 굴리는데 나는 두 번이나 코로나를 앓았어도 목구멍에 손상을 입어 노인의 쇳소리로 변성중이니 노인이 참 복도 많다 하고 실 없는 미소를 짓는다. 왕눈이 형님의 요즈음은 제2의 인생을 사는라 열심히 운동을 하며 살아간다. 인심좋은 왕눈이 형님을 수시로 만나며 나도 덩달아 열심히 살아간다. 오늘 하루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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