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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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도진
갑자기, 고열에
목이 아파 침조차 넘기지 못했다
“여보, 응급실 가요.
연휴 시작되면 병원 문도 닫잖아요…”
시골이지만 응급실 있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나왔다
“코로나는 아니고, 독감입니다.”
약 처방 받아 집으로 오는 길...
내심 슬며시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 명절엔 애들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ㆍ
매번 명절마다 음식 하고 치우고, 또 준비하고…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좀 쉬고 싶다ㆍ
“여보, 애들 오지 말라고 할까?”
“에이 까짓거 같구?"
애들한테 독감 옮으면 어떡해?
병원에 전화해보자, 옮기는지 아닌지.
남편은 별로 내키지 않는 눈치였지만
결국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아, 예, 애기들은 면역이 약해서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남편 : “엄마 독감이다. 이번 구정은 집에서 쉬어라~”
결혼후 40년, 큰 아들 결혼 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명절 음식을 안 해도 되는 해였다
밤이 되자 목은 더 아팠고
날이 밝아도 여전했다
집에 있는 남편과
40된 둘째 아들은 별일 없다는 듯 조용했다
날이 새고 아침밥 정도는 알아서 하겠지 싶었지만ᆢ
아무도 꿈쩍을 안한다
결국, 억지로 일어나
밥을 짓고 상을 차렸다
“여보, 밥은 밥통에서 알아서 퍼 드세요.”
님편: “밥 좀 퍼주면 안 되냐?”
“엉,,, 몸이 괴로워서 그래요…”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결혼 후 처음으로 아픈 몸을 누이고 싶은 날인데
명절에 처음으로 누워있고 싶은데…
밥 좀 떠먹으면 안 되나?
내가 아픈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독감이 지난 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팠던 이야기,
남편과 아들에 대한 서운함을
길게 풀어놓았다
다 듣고 난 친구가 말했다
“우리 아들은 어릴 때
내가 아파서 누워 있었는데…
한참 지나서 묻더라
‘엄마, 아퍼?’
‘응, 아퍼
또 몇 시간 지나
‘엄마, 아직도 아퍼?’
‘응, 아퍼'
또 한참을 지나서
‘엄마, 아직도 아퍼?’
‘쪼끔 괞찮아졌네’
‘엄마, 그럼 밥 줘~’ 하더라.”
우리 둘은
한바탕 웃었다
이게 엄마인가 보다
아파도 가족 밥을 챙겨야 하고
아파도 빨래해줘야 하고
아파도 살림다 해야하고ᆢ
누울일이 있어도 누워있지 못하는 사람,,
그게 엄마인가 보다
문득,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우리 친정엄마 아파도, 힘들어도
늘 밥하고 빨래하고
한 번도 누워 있는 걸 본 적 없었다
그게 엄마였구나
그게 아내였구나
문득 서운함이 스르르
사라졌다
아, 이게 엄마구나~
이게 아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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