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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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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765회 작성일 15-08-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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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의 단상

 

동서남북을 종잡을 수 없는 도심에서 나의 나침판은 방향감각을 잃었다. 빌딩 그림자에 짓눌린 삼거리, 하늘은 노상 구정물 색인데 가로수 몇 그루 병든 보도 따라 늦가을 고추잠자리 같은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횡단보도 옆에 대기 중인 장애인용 휠체어가 나를 유혹한다. '한번 타 보시지 않을래요.'하고, 때로는 나를 휠체어에 맡기고 싶다. 더듬이로 감을 잡을 나이가 오면 횡단보도를 더듬어 가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반짝, 햇살 놓쳐버린 황혼에도 당당한 걸음이어야 할 텐데? 어눌한 운신으로 신호 타임을 지키지 못한다면 살아도 살아있음이 아닐 것이다.

 

알 만한 사람 한둘 횡단보도 앞에 서성댄다. 신호가 바뀌면 그냥 스쳐 지날 수밖에 없는 아는 사람. 횡단보도를 건너다 마주칠 때 반가이 손을 잡고 내 방향 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 있을까? 가족도 뿔뿔이 흩어지는 산업사회, 저 잘난 친구들이 내 못남을 반겨 준다는 건 기대하지 못할 현실이니 말이다.

 

사람다워야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람 냄새 물씬한 사람의 마을에서 피고 지는 풍경 같은 존재이고 싶어도 그 마음이 나 하나이면 외로움은 반드시 찾아오는 것. 숲처럼 어깨를 맞대고 향기를 교감하는 자연 같은 그런 삶, 허리 굽지 않게 먹는 나이가 부럽고, 먹은 만큼 무거워지지 않게 끊임없이 비워졌을 때 맑은 물 조잘대는 시내 같은 삶이 되리라.

 

횡단보도는 문명의 이기들을 제어하는 허용된 통로다. 문명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이 횡단로가 인간의 물결 같은 흐름을 실어 나르고 있다. 목숨을 삼켜 가는 수레들의 질주 앞에 속수무책이 되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운신이 위태로워진다.

 

단절을 풀어주는 소통구간에서 신호가 열리자 개 한 마리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신호의 약속을 기억하는 개를 보며 짧은 단상을 접는다.

 

 

추천1

댓글목록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횡단보도를 건너는 그 짧은 시간의
생각이 이처럼 길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드립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용담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어떠한 생각을 하였을까요?
참 재미 있는 부분에 귀가 솔깃해지는데요
박용님 고맙습니다 고운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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