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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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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해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818회 작성일 15-08-20 21:04

본문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마지막 겨울방학

아침이면 으례히 앞 방죽 얼음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썰매를 타도 되겠는지 호박돌 던져보는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던 열세살 나이에

마침 알맞게 얼은 얼음이 너무좋아 

외발 썰매를 타고 놀던 날

 

아버지 심부름으로 면사무소 같은 곳 을 갔더란다

검은옷 입은 사람들만 무심히 앉아있었고

어린 나이에 쭈뼛하니 앞에 앉은 사람보고 말하길

울 아부지가 호적을 떼어 오라고 하셔서 왔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씀을 드렸다

 

무슨 두꺼운 책을 한참 뒤져보더니

너는 너무어려 네게는 떼어 줄수가 없으니

네 아부지보고 오라고 하여라

대꾸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서 그곳을 나와서는

심부름을 제대로 못하여 집에가면 꾸중을 듣거나

혼이 날것같아 집에를 못가고 동네를 돌아다니다

어떻게 간곳이 뒷동산 넘어 있던 마을 공동묘지 였더라

 

잔듸가 폭신한 양지바른곳에 앉아 있는데

건너편 동산마루에서 묘지를 바라보던것만으로도 두려웠던 곳에서

누웠다 일어났다 돌아다녀도

무서운 생각이 하나도 안나더구나

 

짧은 겨울해는 기울어 어두워지고

집에는 갈수없고 옹기종기 산소가 모여있는곳의 빈자리에

한겨울 추운것도 모르고 쪼그리고 앉자았는데

누르스름하고 통통한게 너무도 귀여운 강아지가 한마리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앞에서 놀고 있더라

 

내 저놈을 붙잡아 집으로 가져가리라

심부름 못한것은 그만 잊어버리게 되었고

강아지를 붙잡으려 쫒으니

잡힐듯 잡힐듯 하면서 공동묘지를 벗어나

집쪽으로 가는것이었다

 

놓치면 너무 아까운 생각이 앞서고

저놈을 꼭 붇들어 우리집에서 키우리라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잔솔나무 가지밑을 기고

갈참나무 그루에 걸려 넘어지면서

따라잡으려다 보니 어느새 집 뒤 물거리꽂아 묶은 울타리에와서

그만 개구멍으로 들어가 집안으로 사라졌구나

 

집으로 들어갔으니 옳다싶어

울타리를 돌아 대문 문지방을 급하게 뛰어 넘는 순간

엉덩이를 무었에 찔려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 났더라

머리는 멍하니 아프고

일어나려니 빠개질듯 머리속이 모두 쏟아져 나오는듯 고통스러운데

 

둘러보니 동네 홍의사란 분이 엉덩이에 알수없는 주사를 놓고 있었고

할아버지께서 걱정스러운듯 지켜보고 계시더라

숨도 안쉬고 미동조차 없는

손주놈을 얼음판을 기어서 끌어내오신 할아버지

 

아버지는 틀렸다고 말씀 하셨댓고

엄마는 아무말없이 하시던 일 하셨다고

그런대도 할아버지께서 사랑방 아랫목에

때도 안된 쇠죽을 끓여 구들을 뎁혀

솜이불을 덮어 두셨다 하오이다

 

병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시절

배아프면 손톱따고

그래도 안되면 만신 할머니 찾아가 침 맞던 시절

오래도록 앓으면 조밥을 지어 키 에 담아

바깥 마당가에 부엌칼을 던져가며 밥을 해 버리며 빌던 그때에

 

꼭 한해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얘기를 들려주실때

저승을 갔다가 되돌아 올때에는

강아지가 길을찾아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셨던 말씀

 

할머니는 그런 사실을 아시고 계셨을까

아니면 전해오는 얘기인가

내가 그같은 것을 꿈길 같이 격고나니

저승을 다녀온겄이었나

아니면 꿈 을 꾼것 뿐이었나

내가 이럴줄알고 일부러 돌아가시기전 알려주셨나

 

방금전 일 같이 잊혀지지도 않고

또렸하게 남아있는건 무었이라 설명할수없는

 

외발썰매를 타고

갓얼은 반질반질한 얼음위에

미끄러지던 기억도 없었고

쓰러져 부딪친 머리의 고통도 몰랐어라

죽음에의 고통은 상상할수없는것이라

모두들 그리알고 있다지만

의식하지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순간에 맞이하는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극심한 고통을 당하기 직전부터는
 
그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것을 경험도 해보았다

 

누가 아랴

내가 이세상을 떠나 돌아가는 날

그렇게 고통모르고 갈수 있다면은

나는 더 바라지도 않으리라

 

그리고 이 글을 써 남기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이

막연한 두려움에 떨지않아도 된다는걸 말해주고 싶어서이다

잠못드는 깊은밤에 끄적여 보는

지금은 1968년 12월도 중순이 지난 어느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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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서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박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오래전에 써놓으신 글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한 달 전어 쓰신 글이라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주 오래전 추억담이군요.
시골에서 자란 저에게도 비슷한 추억이 있어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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