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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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9회 작성일 15-09-15 10:53본문
달 밝은 밤 취객이 혼자 길 걷는데
호리한 복면 놈이 삽사리 쫓듯
요리조리 왔다갔다 취객 잡을 틈을 미행하며
필시 취객의 안주머니 지갑을 노렸겠다.
취객이 00교에 다다라 참았던 오줌발을 길에 내어
묵직한 그 물건을 난간에 걸치고 고개 푹 수그리고
볼일을 보는데 아, 그 약은 복면 놈이 취객이
바라지 내린 틈에 날렵하게 달아와서는
술김에 비틀대는 취객의 목을 강하게 짓눌러
힘도 못 쓰게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지 않았겠나.
그렇다고 취객이 호락호락 당할 위인만은 아니지
취객은 그 복면 놈이 다시 손쓰기 전에 정신 바짝 차려
벅벅벅 날렵히 굴러가서 교대(橋臺) 돌을 박차차고 일어나
옷깃 바람 일으키며 손 놓고 재주 두 번 넘은 후에
돌려차기로 그 복면 놈 얼굴을 아작을 내었는데
어쨌겠나? 그 복면 놈이 제대로 얻어맞았는지 사지를 허허 떨며
달빛 찬 허연 냇물로 나가떨어지는 참인데, 필시 이놈이
혼자가 아닌 줄을 취객은 그 때 짐작도 못한 것이지.
그 복면 놈이 냇물에 처박힐 때 취객도 느닷없이 뒤에서
날러 박힌 어느 놈 발에 등짝이 찍혀서는 복면 놈과 함께
냇물에 처박히고 말았지 뭔가, 다리 아래로 날아갈 때까지는
달이 훤히 떠서 취객도 아찔함을 하나도 몰랐는데 냇바닥에
떨어질 때 충격이 워낙에 컸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 뒤로가
나는, 취객도 복면 놈도 기억이 안나, 아침에 해가 멀찍해서야 냇가
풀밭에서 간신히 눈을 떴는데 젖은 옷에다 뒷골이 먹먹하고
온 삭신이 쑤시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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