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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골 바람과 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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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488회 작성일 15-09-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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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골 바람과 가을비

 

 

비는 허공에서 태어나는 공기의 전신이다. 이들은 세상을 기운 생동케 하려고 수시로 만들어진다. 원래 소리가 없지만, 그와 만나는 사물은 소리로 화답한다. 사물들은 자기만의 소리를 갖고 있어 비는 그 소리를 몸으로 부딪쳐 일깨운다. 비가 오는 날은 비를 맞는 소리의 아우성들이 있어 사위가 수런거린다.

 

비는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없었다면 우리는 태어날 수 없었다. 한 방울의 작은 물이 생명을 탄생시킨 생성의 중심에 비가 있어 우리는 비를 기다린다. 비는 곧 내 몸의 일부다. 때로는 바람과 결탁하여 세상을 정제하는 비, 잡다한 오물을 씻어내는 비가 바람을 동반하면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비는 적당할 때 낭만적이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예쁜 비고 주룩주룩 내리는 장맛비는 가뭄을 해갈하고 저수지 배를 채우기도 한다. 광폭한 태풍과 함께하는 비는 성질머리 고약해서 인간이 얽어 놓은 구조물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기도 한다. 그래서 바람과 함께하는 비를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비가 바람 들면 무서운 기세의 폭도가 되는 것이 태풍이다. 한 해에도 몇 번씩 태풍은 지나간다. 벌써 몇 개의 태풍이 지나갔고 또 오고 있다는 예보다. 뭍은 그들을 달래는 완충지대다. 작은 피해들이 속출해도 뭍을 거치면서 그 세력이 약화하여 태풍으로서의 일생을 마친다. 그들의 기세와 소리는 빗소리가 아닌 바람의 소리다.

 

스틸 패널 지붕에 내리는 빗소리는 감흥적이다. 비의 추락을 감지하고 그 타력을 리얼하게 느낄 수 있어 실감 난다. 유유자적 숲골 바람과 포크댄스를 추는 오늘의 빗소리는 소리라기보다 음악에 가깝다. 비가 내려와 발로 걷는 스텝소리가 이처럼 멜로디를 가질 줄은 몰랐다. 스틸 패널 작업실에 와서 사는 게 이런 자연의 소리와 접속되어 잠재된 정서를 깨워낼 줄은 몰랐지만, 감흥이 새롭다. 이런 날은 영혼을 감성에 젖게 하는 와인과 비의 멜로디가 텅 빈 그리움을 채워주는 포만의 앙상블이다.

 

음악은 소리의 에너지로 감정에 호소하는 무형의 대상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주도하는 마음의 결을 다스린다. 희로애락을 대변하기도 하는 음악이 비와 더불어 울리는 멜로디의 파장을 체감하는 저녁 한 때. 생존현장에서 들리는 소음이 아니기에 마음이 박꽃처럼 하얗게 피어난다.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자연상태에서 자연과 더불어 교감하는 소리의 음향들이 감성을 들썩여 마음을 충만케 하는 것이다. 이 밤의 숲골은 잘박한 비의 안무로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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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몽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와 바람의 성질과 상관관계를
쉽고 편하게 풀어주셨습니다.
박용선생님 글을 읽을때면
깊이가 있어 좋아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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