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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자와 고승의 영혼이 함께한 신륵사(부처가ㅡㅡ41회 후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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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456회 작성일 15-09-2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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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얼마 전의 일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모 시민단체에서 회사로 나를 찾아왔더군요. 성남공단 ㅇㅇ사 조합원 이었으나 지금은 변호사가 된 젊은이였습니다. “이제 농성이 풀렸으니 화해 차원에서 해고는 없는 것으로 합시다.” 인사를 나누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그가 한 말이었습니다. 앳되게 보이면서도 호감이 가는 미남형의 젊은 변호사였지요. 눈을 보니 거친 말투와는 달리 순수해 보이더군요. 이렇게 맑은 눈을 가진 젊은이가 어떻게 노동전문 변호사가 되려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참고는 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고 대답했지요. “불쌍한 노동자의 등을 밟고 담을 넘었다고 우쭐대지 마세요. 당신도 곧 추락할 테니. 큰 공을 세운 사람을 그대로 두겠습니까. 그게 윗사람들의 생리입니다.” 그러자 한 사람이팽이죠, 토사구팽이라고 하더군요. 저주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밉지는 않았습니다.

토사구팽, 불연 듯 실세인 K중역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조합원들이 농성중인 회사 담을 넘던 날 오후 4시쯤이었지요. 임시 사무실로 K중역이 나 한사람만 부르더군요. 거사 계획을 자세히 협의하고 돌아설 때였습니다. “이계장! 아니지, 이상근씨, 지금 이 시간부터 회사와 자네는 남이다. 이 모든 것을 회사는 모르는 일이며 자네가 혼자서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해. 꼭 명심해순간 뒤통수가 짜릿해 오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속았다그러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토사구팽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성공해도, 성공을 못해도 나는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었던 것이었지요.

최근 K중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이 벌써 나의 목을 조여 오고 있음을 짐작하고는 있었습니다. 구매부서에서는 외주업자들을 불러 협박을 했다고도 하더군요. 나의 비리에 관한 자술서를 쓰도록 집요하게 강요했다는 것이지요. 사표를 받을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찾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나와 내 부서장의 비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재입사를 했다는 어느 후배이야기도 들렸습니다. 그 일도 여의치 않자 한직으로 돌려 스스로 나가도록 할 계획이라는 제보도 있었고요. 구매부서에 친구가 있어 수시로 소식을 전해 주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더군요. HK, 회사가 기른 이른바 두 마리의 잡견이 지시를 받고 사냥개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변호사와의 회담은 한 시간여 만에 결렬되었습니다.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서 묘한 감정이 일더군요. 약관 이십오 육 세의 젊은 패기가 나를 압도하는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저주가 왠지 현실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지금은 조합원들을 이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나는 왜 그토록 그들을 증오하고 진압하려 했는지 갈등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춘추전국시대의 법려와 한나라 장자방, 그리고 한신의 고사가 떠올라 고민하던 중인데 그녀가 상처를 건드린 것이지요. 역사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가 나의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정부와 성남시, 성남시민과 조합원, 그리고 사원 가족과 언론 등 모든 대상을 향해 경위서와 포고문, 그리고 안내문 과 호소문을 만들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심금을 울려 아군으로 만든 나였습니다. 그리고 구사대를 조직해 50여일 농성을 풀어낸 내가 죄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여사원 얘기는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일순 분노가 스치며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푸르기만 하던 남한강의 물결이 검어 보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소유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나는 인간이었고 아직은 갈 길이 먼 속물인 것 같습니다. 남한강을 바라보던 그녀는 그녀답지 않게 환하게 웃고만 있습니다. 마치 당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조롱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옹과 이색은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 존경하는 사이였지요. 종교와 사상도 달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숭배한 나옹화상과 이색의 교유는 그래서 추앙을 받는가봅니다. 당대를 대표하는 대학자와 대선사, 극과극의 사상가인 이들이 한 장소인 신륵사에서 세상을 달리하고 묻히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시차는 있으나 서로를 그리워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따라 두 성인의 우정이 부럽군요. 저 강물처럼 천 년의 사연을 가슴에 안고 모르는 채 흐르는 포용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모든 아픔과 상처들을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어루만지며 화해하는 마음들이 아쉽군요. 감히 그들을 따르고자 함은 아니지만 나도 말년에는 이쯤에 자리를 잡고 포용과 화해를 실천하며 모처럼 한가하고 여유 있는 느림의 미학에 빠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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