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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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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16회 작성일 15-10-01 15:01

본문

퇴근 길이었다.

쏜살같이 끼어든 오토바이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사각의 배달통에는 매직의 손 글씨로

'이틀째, 직진 중'

이라 쓰여 있었다.

끼어들기에 화가 날 법도 하련만은
느닷없이 출몰한 오토바이에
참았던 웃음이 터졌다.

그는 신호 대기 중에
그 짧은 호흡을 지루하게 느끼는 듯 보였다.

서 있는 차량을 요리조리 비집고
직진을 시도했다.

그리고 만난 또 다른 측면의
매직 글씨,

'미안, 나도 이러는 내가 싫다.'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이번에는 더 큰 웃음을 웃게 했다.

그가 배달통에 무엇을 담고
이틀 동안 직진을 하고
시간을 다투어 끼어들기를 해야 하는
그런 자신이 싫었던 것인지
묻고 싶었다.

호기심의 청년이 멀어져 가고
한국의 배달문화를 생각하게 했다.

배달, 하면 떠오르는 업종은
짜장면집이다.

졸업과 입학식이나
어쩌면 생일이나
맛을 볼 수 있었던 짜장면은
 
가게 앞을 지나더라도 춘장 볶는 냄새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가격이 비싼 것도 그러했지만

짜장면 한 그릇 값이면
 
국수 한 다발을 사서 끓여
아홉 식구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갈등이 있었다.

그나마 국수마저 먹고 싶다고
늘 싶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한국적인 음식이 된 중국음식
짜장면,

중국의 산둥성에서는
삶은 면발에
춘장을 넣고 비벼 먹는 것에서
짜장면이 유래했다고 한다.

한국을 다녀간 중국사람들이
손에 꼽는 음식 중에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이 한국의 짜장면이다.

그들은 오히려
한국식 캐러멜 소스를 넣은
달콤한 볶음 짜장이
 
중국의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토착화된 한국만의 문화요,
음식이라 말한다.

한류의 바람으로
한국을 다녀간 중국사람들이
한국식 짜장면을 찾게 되면서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
중국에 한국식 짜장면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 LA 도시의 코리아타운의 중국집이
차이나타운의 중국집보다
짜장면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파스타의 고장이라는 이탈리아에서도
짜장면의 향과 맛, 그리고 색은
그들의 문화에 새로운 음식이었다. 

짜장면의 시작은
어디서 시작한 것일까?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화교들이 자리를 잡은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공화춘'이라는 음식점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식 발음의 '직장면'이
한국식 발음인 '자장면'이 되었다가
최근의 개정한 발성씩 표기법에 의해
'짜장면'이 되었다.

중국의 춘장은 갈색을 띠었으나
캐러멜 소스가 첨가되면서
한국식 춘장은 검은색으로 변하였다.

화교에 의해
'직장명'을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식 '짜장면'의 가능성은

'한국적인 입맛이 세계인의 입맛이다.'

일본의 요코하마항에 상륙한
광둥성의 면은 짜장면과 달랐다.

소고기 육수에 면을 말아먹는
'라이멘'이라는 중국음식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라이멘'의 발음을
'라멘'이라 불렀고
소고기 육수 대신에 닭의 육수로 끓여 먹었다.

2차 세계 대전의 패망으로
전후 복구 사업이 한창이었던 일본은
식량난이 극심하고
물가는 턱없이 높았다.

'간편하게 먹는
식사 대용의 음식이 없을까?'

한 젊은이의 생각이
일본식 튀김 우동에서 착안하여
면발을 구부려 튀겨 냈다.

보관이 편하고
언제든지 끓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제 해석이었다.

1965년에 삼양사가
일본의 요요라면과 합작하여 생산한 것이
지금의'라면'이다.

임진왜란 때 화공 전으로 들여 왔던
고추,

성문 밖에서 마른 고추를 불에 태우면
 
그 연기로 시야를 가리고
성벽을 넘으려 했던 일본인들의 발상이었다.

그들이 물러가고
조선의 땅에는 마른 고추의 씨가 퍼져
고추 열매가 열렸다.

슬기로운 우리 조상님들은
고추의 영양가를 일찍부터 알고 계셨다.

된장에 찍어 먹고
말려서 빻아 김치에 담가 먹고
고추장을 발명했다.

일본이 남기고 간 고춧가루를
'라면'에 첨가하여
가장 맛있는 한국적인 '라면'으로
재해석을 했다.

일본은 라멘의 발생국이면서
한국 라면의 매운맛에 흠뻑 빠져 있다.

스위스 몽블랑의 스키장에서
한국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컵라면을 먹는
서양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느꼈다.

한국의 짜장면이나 라면은
중국의 문화가
한국과 일본에 영향을 준 일 예다.

한, 중, 일의 삼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는 국가다.

세계의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동양문화의 중추세력이다.

중국의 중화사상과
일본의 패권주의 문화,
한국의 패거리 문화가 고질적인 병폐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관습의 차이는
정치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는
위정자들이
문화의 가치를 소홀히 한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한류가 세계인의 문화가 되고
한국인의 정서가
세계인의 가슴에 따스한 '한국의 정'을
심은 것은

우리 소시민들의 애환이 담긴
드라마, 영화,
젊은이들의 발랄한 음악이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만들고
세계인이 쓴다는 지금

중국인이 모방할 수 없는
그들의 문화였던 직장면과 라이멘이
한국의 짜장면과 라면이었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 사람들의
설문조사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배달문화다.

늦은 야근과 늦은 술자리,
늦은 야식을 즐기는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의 눈에 이상하리만큼
낯선 나라였다.

해수욕장이나 계곡이나
강변이나 논두렁이나
장소를 불문하고 주문을 넣으면
 
배달을 해 주는 민족은
세계적인 기업 DHL보다
신속 정확했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구석구석 그 어디를 가더라도
짜장면집과 라면집은
DHL도 따라 할 수 없는
거미줄 같은
지점망을 구축하고 있다.

배달문화의 대명사가 됐던
짜장면이
지금은 피자, 치킨, 족발, 돈가스
보쌈, 일식우동, 순대, 곱창 기타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배달 음식이
스마트 폰의 웹을 열면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어느 곳에 있든
그곳이 어디든지
스마트 폰이 켜져 있고
위치 추적에 동의한다면

위성의 군사기술 GPS가
단 오 미터의 오차도 없이
당신이 있는 곳으로 배달을 간다.

문제는 빨리빨리 문화다.

전화를 끊으면 참을 수 없는 식욕이
욕구불만을 만드는 것인지

그럴 바에는 진작에 음식을 시킬 것이지

십여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식욕은 불만으로 폭발한다.

이 또한 한국인의 정서다.

급하고
다혈질적이고
피가 뜨겁다.

고혈압과 심장질환의 발병률이 세계 최고라는
통계를 보더라도
한국인의 식생활과 성격은
영향이 없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피자 배달, 30분이 지나면
피자 요금을 받지 않겠습니다.'

상술이 빚은 경쟁의식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을
위험에 노출을 시켰는가 생각해 본다.

'돈 많은 부모를 만났으면
피자나 치킨 배달통을 잡았겠는가?'

우리의 형제요,
자식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가난을 미워할 수 없지만
가난으로 몰린 삶의 희망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능멸감과 모욕을 주었는가?

'집으로 가는 길에'라는 영화에
방어진 감독은 이런 말을 한다.

'미국은 핵폭탄이 있고
한국에는 네티즌이 있다.'

세계 1위의 인터넷 인구와
세계 2위의 인터넷망을 구축한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불매운동과
대중매체의 힘으로
주문 후, 30분 배달 피자는 사라졌다.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이 보편화  된 세상은
편리한 배달 앱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고객은 편리하고
주인은 불경기에 살아남는 네트워크처럼
보이지만
우리 동네 왕족발 사장님은 하소연한다.

먹자골목에 족발집이 다섯 집인데
모두 들 배달 앱에 가입을 하고 있다.

직접 주문을 하면
배달수수료가 없는데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이 오면
삼천 원을 떼고
부가세까지 삼백 원 주인이 물어야 한다.

족발의 원육과 가스비, 원자재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끊어지고
어쩔 수 없이 배달을 늘려야 했다.

지나친 배달 앱의 폭리를 알고 있지만
다른 가게도 모두 하고 있는데
나만 빠져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란다.

음식의 질과 양과 서비스는
음식점에서 제공하여야 하겠지만
그에 대한 댓가는
손님의 지갑에서 지출하여야 한다.

손쉽게 편승한 배달 앱이
우리 동네 순박한 사장님들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알량한 쿠폰과
내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마음들이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배달문화
저변에 깔린
우리들의 의식 구조는 아니었을까?'

공짜는 만국 병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은
자신의 깨에 넘어가
더 큰 사기를 당할 수 있다.

편도 요금도 안 되는 숙박에 음식제공
그리고 무료 관광,
 
각종 선물 공세와 추첨권을 남용한
약장사의 건강보조식품 강매,
 
강연과 세미나 그리고 출판기념회를 과장한 정치유세 속에
병들어가는 사회를 진단한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를 따지기 전에

배금주위에 물든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들같은 젊은이들을
죽음의 질주로 몬 것은 아닐는지

'이틀째, 직진 중'

'미안, 나도 이러는 내가 싫다.'

매직 글씨가
이슬이 풀잎에 맺힌듯 서글프다.

그래도 웃음이 나오는 것은 왜, 일까?

한 젊은이의 기발한 생각이
긍정의 힘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교차로에 녹색 신호가 켜졌다.

나도 이틀째 직진중 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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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동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동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기 계셨군요
창작시방에 너무 뜸해서요

이 방 저방
끼웃거렸습니다

잘 지내시니 다행이군요

즐거운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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