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녀의 백팔십도 회전하기--2 > 소설·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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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그녀의 백팔십도 회전하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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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mem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2회 작성일 15-10-1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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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은 주스잔을 들어 입을 축이는 은서를 바라보았다. 근방의 ‘향기’ 라는 상호의 카페였다. 베스트통신은 초고속통신망으로 급부상한 회사로, 그 전신은 유무선 전화기 제조업체였다. 우리나라 땅에 전화선이 뻗어나가는 속도만큼 성장을 해 온 재무구조가 탄탄한 건실 기업이며, 그것을 모태로 무선전화기와 초고속통신망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도현은 은서가 그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만류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시달렸다. 다분히 사적인 감정이었다.

 

 

“하실 얘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여자의 음성에 도현은 되살아나는 과거의 어떤 앙금을 떨쳐냈다.

“아, 예.”

머뭇거리던 도현이 정색을 하고 대꾸했다. 은서는 오늘 처음 본 남자인데도, 마주보고 앉아 있는 것이 별로 어색하지가 않았다. 이성적인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어서일까. 그렇다면 긴장되거나 경계심을 놓지 않을 것이다. 타인이 이렇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드문 경우였다. 남자가 잘 생겼고, 비교적 안정된 직장과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은 이 상황에선 말이 안 된다. 그쪽은 생각지도 않고 있는 은서였다.

“저 이름을……. 이름을 알면 말을 하기가 수월할 것 같아서요.”

“제, 제 이름을 모르세요?”

 

 

은서는 도현이 이름도 모르고 찾아왔다는 사실에 사뭇 놀랐다. 유추해 본 복지재단 건은 일시에 사라졌다. 은서는 출신 고아원 후원회 회장이었다. 나이가 차서 그곳을 나온 원생들을 규합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이끌어 가고 있었다.            

“예, 사실 그렇습니다.”

“절 안다고 말한 것 같았는데요. 그것도 거짓인가요?”

은서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건 아니에요. 알긴 아는데, 잘은 몰라서 이렇게 불쑥 찾아왔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죠?”

“아가씨를, 이름을 몰라서 아가씨라고 호칭할게요. 퇴근하는 아가씨를 거의 매일 차를 타고 가면서 보았어요. 초창기엔 아무 느낌없이 지나쳤죠. 그런데 그런 날들이 지속되면서 나도 모르게 아가씨를 의식하게 되었고,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생적으로 생겨났어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고, 반 년 가량 된 감정이라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게 되었습니다.”

도현이 진지한 얼굴로 신뢰감을 주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찾아온 내막에 대해 함축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