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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천한 자의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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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2회 작성일 15-10-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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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천(貧賤)한 자의 용서

 

김광한

노란 은행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가을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공원의 벤치 여기저기에 젊은 연인들이 어깨를 부둥켜안고 그들만의 밀어를 나누고 있는 한 켠 구석 벤치에, 입성이 변변치 않은 노파가 흘로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노파의 곁에는 콜라병과 바카스병 등이 놓여 있었다. 젊은 사람이 노파의 곁에 무심코 앉으려 하다가 노파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슬그머니 다른 벤치로 옮겨 갔다.기왕이면 젊고 예쁜 여자가 앉아 있는 자리에 가앉으려는 것은 이 젊은 사람뿐만이 아닐 것이다. 머리를 다듬지 않아선지 백발이 풀어져 바람결에 날리고 있었고, 틀니를 못해선지 양볼이 옴푹 패여 합죽 노파처럼 음식을 씹을 때마다 입가가 오물 오물, 마치 토끼가 풀 뜯어 먹는 것처럼 모습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젊은 사람, 여기 앉게. 글쎄 내 이야기 좀 들어 봐. 음료수 사올게,"
벌써 몇 사람째 노파의 곁을 떠난 젊은이, 그에게 뭔가 말을 붙 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지루한 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한때 화려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삼국지' 이야기처럼 장황하게 늘어놓길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의 불우한 환경을 한숨 섞어 마치 한풀이 하듯 하는데 진력을 내는 것이다.
며느리에게 구박받는 일로부터 영감이 얼마나 잘 해 주었던가,그런데 그 영감이 세상을 어떻게 떠났는가를 젊은이들의 구미에 맞지 않게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노파는 벌써 몇 시간째 이야기의 상대를 찾고 있었지만, 그녀의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성싶지 않았다. 그래서 콜라와 소주병까지 늘어놓고 이야기의 상대를 끌어들이려 했으나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노파의 곁 벤치 아래에는 빗자루 같은 청소 도구가 놓여 있었다. 아마도 차림새로 보아 취로 사업에 동원된 것 같았다. 노파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엔 구름 몇 점이 떠다니고 있었다. 무척 맑은 가을 하늘이었다.
"젊은 사람, 내 얘기 좀 들어 보라구. 이것 좀 마시고."
그러나 이번의 젊은이도 노파의 곁을 떠났다.
"젠장, 젊은 것들이란‥‥‥‥
노파는 콜라 한 잔을 따라 마셨다. 아무도 그 노파의 곁에 있지않으려는 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평소 노파와 친분이 있었던지 오십쯤 돼 보이는 사내가 한쪽 자리를 절름거리며 은행나무 틈새에서노파의 곁에 풀썩 주저앉았다.
사내의 표정으로 봐 무척 피곤한 기색이었다. 차림새 역시 노파와같은 콤비를 이루었다. 군복 물들인 상의와 검정 고무신, 그 검정고무신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검정 고무신을 신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파는 이 사내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외면을 했다. 자신의 지난날을 들려 주기 위해서는 곁의 상대자가 조금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생각 같았다.
"이야기가 하고 싶은 모양이군요, 노파 형제여."
사내가 먼저 말을 했으나 노파는 그저 오물오물 방만 씹어 먹었다. 그러다가,
"왜 듣고 싶소?"
"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아서‥‥
"인생 역마차 같은 얘기지. 듣고 싶다면 해 주고‥‥‥ 조금 지루 할 거야. 참고 들어주시겠소?"
"그러지요."
사내는 노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일종의 '보시'라는 생각이었다. 이야기를 하는 쪽이 봉사가 아니라 들어주는 것이 일종의 봉사였다. 특히 평범하게 늙어 온 사람들의 과거 이야기는 지루할 것이 뻔했다. 남자라면 대충 장가들어 아이를 낳았는데, 그만 한아이가 교통 사고나 질병으로 죽었다거나 사업에 실패했을 때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나, 이것 역시 듣는 사람으로서는 그저 신통치가 않다. 이런 경험이야 한두 번 하지 않고 늙은 사람이 어디있는가.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충격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늙은이에게 이야기해도 별 감동이 없게 마련이다.
"내 얘기 들어주겠수? 선생인지 막벌이꾼인지 모르겠지만·
사내가 대답했다.
"꿈을 쫓는 작은 거지, 가난한 사람과 형제요."
"알아듣지 못하는 소릴 하는군."
노파가 사내의 얼굴을 보았다. 거지 차림새지만 생김새로 보아거지 같지는 않았다.
"내 나이 오십이오. 이름은 홍순자. 나더러 환갑이 넘었다는 하는 사람도 있더군."
나이 육십에 여인 소리 듣는 사람도 있고, 오십줄에 노파 소리
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오십이라고 밝힌 흥순자는 노파 축에 들어갈 외모였다.
"들어 봅시다, 노파 형제여."
홍 노파가 약간 신경질을 냈다.
"노파 형제라니,"
아마 노파란 소리가 듣기.싫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형제란 호칭이들어가니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약간의 치매기운이 었어선지 홍노파는 말을 더듬었다.
"그때가 벌써 30년도 넘었지. 박정희가 펄펄 살아 있었을 때니까.
나는 처녀였다오. 꽃다운,아버지는 면장이었고, 열여덟 살 때 연애란 걸 해서 결국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지, 그러나 어쩌겠수.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라는데 지난 세월 잡을 수도 없고‥‥‥‥
노파는 주머니에서 긴 꽁초를 꺼내 입에 물고 성냥을 챙겼다. 그리고 깊숙이 한 모금 빨아 하늘에 연기를 날렸다.
"내 얘기 들어 보시오, 얘기 값 달라지는 않을 테니. 지루하면음료수 사다 놓았으니까 한 모금 마시고‥‥‥‥
노파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낌새로 보아서 길어질 것만 같았다.

충청 남도 홍성군 홍성면 면장의 딸인 홍순자와 같은 면의 소작인 아들 곽상출의 연애 사건은 조그만 시골 동네에 큰 화제거리였다. 그것이 30년 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같으면야 연애 못해 시집 못간 딸을 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면장이 그리 높은 벼슬이 아니건만 상대가
소작인의 아들이기에, 이들의 연애 사건은 처음부터 가시밭길이었다.
홍순자와 곽상출은 각기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린 나이에 무단 가출, 상경을 하게 됐는데 그것이 홍순자의 고생길 시작이었다.
홍슨자는 집에서 몰래 금반지와 약간의 돈, 그리고 돈이 될 만한 물건, 이를테면 재봉틀 대가리를 떼어 곽상출과 함께 야간 열차를 탔다. 부모님에게는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는 그 시대의 상투적인 문구 하나를 남긴 채‥‥‥‥ 그들이 새벽녂에 내린 서울역은 그러나 너무나 황량했다.

그들에게 접근한 것은 포주들과 '싼 방' 있다는 여인숙 .주인들이었다. 그들은 싼 방 있다는 여인숙 주인의 뒤를 따라 서울역 맞은편 도동의 여인숙으로 갔는데, 말이 여인숙이지 판잣집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싼 방'에서 서울 살림의 첫발을 내디뎠다. 시골에서 탈출한 그들은 한동안 자유의 기쁨을 맘껏 누렸다.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인처럼 극장도 다니고, 음악 감상실을 비롯한 그럴듯한 식당에서 이제껏 맛보지 못한 음식도 먹어 보고,손을 잡고 명동 거리를 쏘다녀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 능력이 없었던 그들은 곧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한 달 정도 지나자 부모의 눈을 속여 가져온 돈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홍순자가 들고 온 재봉틀 대가리 한 개, 그 것이 밑천의 전부였다.
다음달부터 '싼 방'의 방값도 못 치를 판이었다. 여인숙 주인여자는 그런 그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싸구려 무허가여인숙에서 나오는 방값보다는 포주 노롯 하는 것에 큰 수입을 올 리고 있었다.

60년대를 살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해가 되겠지만, 농촌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당시만 해도 무작정 상경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서울에 별다른 연고가 없는 처녀들은 서울역에서 얼씬거리는 포주들의 마수에 걸려 색시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인숙 주인 여자 역시 이런 처녀들을 꾀어내 다른 포주에게 팔기도 했고, 직접데리고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홍순자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몸매가 단단하고 얼굴이 예쁘장한 것이 그런대로 상품 가치(?)가 있다고 여겨 방값이 밀렸어도 묵인해 주었다. 언젠가는 자기 신세를 지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경 두 달쯤 후부터는 당장 먹을 쌀마저 떨어졌다. 곽상출은 취직을 한답시고 서울 거리를 쏘다녔지만 연고가 없는 그에게 일자리를 줄 직장이란 없었다.
그는 하릴없이 남산이나 장충단 공원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가 저녁 늦게 돌아왔는데, 점차 무작정 상경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시골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서울에서 출세를 해서 의젓
하게 금의환향하고 싶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뜻대로 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여인숙 주인 여자가 홍순자에게 제의를 했다.
"그 동안 밀린 방값하고 밥값은 어떻게 하겠어 ? 우리 입장도 생각해야지 안 그래 ? "
홍순자는 조금만 참아 달라고 했다.
"참는 것도 한도가 있지. 그러지 말고 손님 한번 받아 보지. 딱 한번만‥‥‥‥
홍순자는 그 말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우선 방값하고 밥값은 해결되는 것 아니겠어. 잘 생각해 봐."

홍순자는 곽상출과 상의를 해 봐야 될 것 같지 않아서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곽상출은 면내에서 머리 좋기로 이름났었고,자신이 뒷바라지를 하면 공무원이나 그 밖의 시험에 합격할 것 같 았다. 일자리를 잡기 위해 서울 거리를 쏘다니다가 풀이 죽어 들어오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도덕 관념에 앞서 곽상출의 뒷바라지를 한다는 생각에서, 그녀는 낮에 손님을 받기로 마침내 결정했다. 그것이 그를 위하는 일같이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곽상출이 외출한 낮에만 손님을 받기로
했다. 일종의 낮거리 행위였다. 여인숙 주인 여자가 환한 얼굴을 했다.
"아주 잘 생각했어. 우선 돈을 벌어야지. 서울에서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해. 다른 아가씨들도 첨엔 다 그랬어. 조금 지나면 저축도
하게 돼. 내가 통장은 만들어 줄 테니까."
"밤에는 안 돼요."
"내가 순자 입장 잘 알지."
그래서 그녀는 낮에 몸을 팔게 됐다. 그러나 이런 삼류 사창가에 들락거리는 손님들이란 뻔했다. 불량 학생들이나 건달, 노동자 등 주로 하충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곽상출이 눈치를 못챘으나, 며칠 후부터 방구석의 냄새가 달라지고, 홍순자의 태도에 변화가 왔음을 알게 된 곽상출이 다그쳤다.

"순자 너 색시 노릇 하고 있지 ?"
"왜 그게 잘못이야? 당신이 돈벌이 못하니까 나라도 벌어야 살지. 그럼 시골로 도로 내려가란 말이야."
곽상출은 무작정 상경한 것이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였던가 자책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무능함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부터 홍순자는 색시로, 곽상출은 기둥 서방으로 전락을 했다.

처음 홍순자는 낮 시간 동안만 손님을 받기로 한 것과는 달리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손님을 받았다. 밤 시간이 손님이 더 많았기때문이다. 홍순자는 몸을 팔므로써 식생활은 해결됐지만, 이런 생활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데 회의감을 가졌다.
곽상출 역시 사랑하는 여자가 돈 때문에 몸을 파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가졌다.
"순자, 꼭 우리 생활이 이렇게 돼서야 되겠니 ? 다른 방법이 없을까? "
"할 수 없잖아."
"점점 타락해 가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얼마 동안 당신이 이해하면 되잖아."
홍순자는 몇 달 동안 몸을 팔므로써 저축도 좀 할 수 있고, 그 럴듯한 방을 얻거나 구멍가게라도 할 생각이었으나, 윤락의 길이란 뻔한 것이었다. 몸과 함께 정신도 좀먹어 들어갔다. 간혹 난폭한 손님을 상대하다 보면 언쟁이.생기게 마련이다. 화대로 인해 싸움이생기기도 했다. 홍순자의 성격도 점점 거칠어져 갔다.
곽상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다른 기둥 서방들과 술타령을 일삼으며 보내는 나날은 그에게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1년쯤 지나자 홍순자는 고참 색시로서 자리를 잡아갔고, 곽상출은 건달이 돼 버렸다. 여인숙 주인은 곽상출의 방을 따로 마련해 주었다. 홍순자의 영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활이 2년이 지나는 동안 홍순자의 영혼은 황폐할 대로 황폐해져 갔다. 영혼뿐만 아니라 몸 역시 망가져 갔다. 매독, 임질을 비롯해 각종 성병이 그녀의 몸을 들락날락거리게 되었고, 화대로 받은 얼마 안되는 돈은 성병의 치료와 함께 싸구려 화장품값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가끔씩 단속 나온 경찰관들에게 적발돼 즉결 재판에 불려가별금도 물어야 했고, 부녀자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탈출하는 등 악 몽과 같은 나날이 계속됐다.
한편, 곽상출은 이런 홍순자와의 비정상적인 동거의 결과는 파멸뿐이 없다는 생각에서 사창가의 기둥 서방 노릇을 청산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뒤늦었지만 공무원 시험이나 사법 고시 같은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부를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홍순자는 기왕에 자신의 몸은 망가졌지만, 곽상출만큼은 출세를 시켜 보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그것이 사랑의 또 다른 방법으로 알았던 것이다. 홍순자는 공부를 하겠다는 곽상출의 뒷바라지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가 시험에 합격하고 자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어떤 믿음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내가 뒷바라지를 할 테니 당신은 공부를 계속해. 어차피 나는 망쳐 졌으니 까."
곽상출은 놈팡이 생활에서 벗어나 도서관을 다녔다. 그 후 몇 번 시험에 낙방을 했으나 곽상출은 실망하지 않았다. 부녀자 보호시설에서 6개윌간 수용됐다가 나왔을 때 곽상출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가 어떤 시험에 합격해 잘됐다는 이야기였다. 곽상출은 그 후 한 번도 홍순자를 찾지 않았다.
홍순자의 일과는 변함이 없었다. 냄새나는 윤락가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여러 가지 병에 시달리게 되었고, 술과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하면서 입에서는 갖가지 상소리가 나오게 됐다. 윤락가도동에서 홍순자라면 깡다구로 유명한 고참 창녀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몸을 파는 일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곽상출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원망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를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운명이라고체념을 했다.

3년 후 어느날, 그녀는 포주 아줌마와 색시들과 함께 영둥포 문래동에 있는 즉결 재판소로 재판을 받으러 갔다. 전날 밤 윤락 사범일제 단속에 적발되었던 것이다. 경범죄 일제 단속 기간이라선지 윤락녀뿐만 아니라 통금 위반자와 폭력범 등 즉결 재판소 대기실은 만원이었다.
순서에 따라 법원 서기가 호명을 했다. 즉결 판결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다른 윤락녀와 함께 호명이 되었다.

"홍순자 피고 ! "
" 예 ."
"앞으로 나와 한 줄로 서시오. 곧 판사님이 입장하시니까 잡담하지 마시오."
젊은 판사가 서기와 함께 입장을 했다.
"일동 기립 ! "
정리의 호령에 피고인들피 자리에서.벌떡 일어났다.
"착석 ! "
홍순자는 윤락 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었다. 이런 경우 벌금형보다 구류형이 일반이었다.
홍순자는 법복을 입고 앉야 있는 젊은 판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 곽상출,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반가움과 함께 자신의 입장이 몹시 부끄러워졌다. 이윽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홍순자 차례였다. 곽상출은 피고인의 자리에 서 있는 홍순자를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사무적으로 재빨리 재판을 진행하고 있었다.
"홍순자 ! "
" 예 ."
그녀는 곽상출이 자기에게 시선을 줄까 기대했으나 그저 서류만보고 있었다.
"나이는 ? "
"스물다섯입니다. "
"윤락녀 생활을 오래 했군."
"이런 생활이 나쁘다고 생각하죠?"
" 예"
"그런데 왜 상습적으로 호객 행위를 합니까?"

이 대목에서 그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사창가에서 배운 욕설을 퍼부울까 하다가 억지로 진정을 시켰다.
"왜 대답이 없습니까? 잘못됐다고 생각지 않아요? "
곽상출의 음성은 의외로 차분하고 점잖았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목소리에 위엄이 들어 있었다. 시골 동네에서 야반 도주를 함께 했던 그가 이미 아니었다. 사람 팔자 시간 문제라고,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말 같았다. 이윽고 판결이 나왔다.
"다시는 이런 일 하지 마세요, 구류 10일 ! "
홍순자는 비록 곽상출이 입장이 달라졌지만 자신에게 그런 판결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울컥 분노와 함께 욕설이 튀어나왔다.
"야 곽상출이 ! 너 오늘 잘 만났다! 이 배은망덕한 놈아! 그래 난 똥치다! 똥치 돈 갖고 판사짓하는 네 놈은 더 나을 게 워 있냐! 이 죽일 놈아! "

신성한 법정이 홍순자의 고함 섞인 욕설 때문에 난장판이 되었다.장내 질서를 정리하던 정리가 홍순자를 끌어냈다.
"감히 판사님에게 ! 어따대고 욕설이야. 못됐군."
곽상출이 그 모습을 지켜 보다가 다시 판결을 내렸다.
"행실이 아주 고약하군. 구류 20일 ! "
홍순자는 법관 모독죄가 무엇인지 잘 알 수도 없었다. 다만 처음의 구류 10일보다 열흘이 더 많은 20일이라는 데 분노를 느꼈다.
"당신 오늘 운좋은 거야, 너그러운 판사님을 만났다고 생각해야지, 당신 구속감이야." -

홍순자는 곧바로 경찰서 유치장으로 가기 위한 대기소로 갔다.대기소에서 그녀는 고함을 쳤다.
"곽상출이 너 이놈 ! 너 출세 시킨 게 누군데 감히 ! 하늘이 두렵지 않냐 ! "
하며 발버둥을 쳤으나 구류를 살러 가는 피고인들에게 핀잔만 받았을 뿐이다.
"그래 봐야 당신만 손해야. 곽상출 판사가 어떤 사람인 줄 모르지만, 당신 같은 따위는 사람으로 생각지도 않아, 똥치는 똥치의길이 따로 있는 거야."
구류 20일을 사는 동안 그녀는 내내 곽상출을 증오했다. 그녀는 곽상출이 사람이라도 시켜서 사식이라도 차입시킬까 기대를 해 보았으나 그건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

그녀는 지난 날을 후회했다. 지금쯤 시골에 있다면 보란듯한 혼사자리도 나올 텐데, 차가운 밤거리에서 몸이나 팔고 싸구려 소주나 마시면서 지내는 인생이 불쌍하다고 여겼다.
석방이 되고 나서 그녀의 성격은 더욱 거칠어졌다. 곽상출을 찾아가 복수라도 하고 싶었지만, 자기 같은 사람을 면회시켜 줄 리가 없다고 체념했다.

그녀는 담벼락에다 틈나는 대로 곽상출에 대한 욕설을 썼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가끔씩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약방을 돌아다니면서 수면제를 모아 물에 타 마셨으나 번번이 미수로 그쳤다. 점차 자신의 인생이란 가망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자포자기가 돼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웬일인지 그녀는 곽상출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 가 잘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몇 번그녀는 즉결 재판에서 곽상출의 얼굴을 대할 수 있었지만, 처음 가져본 복수의 마음이 점차 사그러들고 있음을 느꼈다. 곽상출은 그녀에게만 특별히 구류로서 최고형을 선고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왜 그가 자기에게만 유독 최고형을 선고할까. 그러다가 문득 생각을 했다.
"그렇다. 곽상출은 자신이 최고형을 선고함으로써 나에게 한 지금까지의 생활을 빨리 청산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는 아직도 나를 생각하고 있다. "
그래서 그녀는 미움에서 벗어나 곽상출을 옛날의 애인으로서, 동지로서 새로운 연민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곽상출을 생각하면서 '동백 아가씨'를 부르곤 울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단가‥‥‥
이때마다 포주 아줌마가,
"야, 네 분수를 알아야지,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아라,"
하여 핀잔을 주곤 했다.
· "사내 놈들이 도둑 놈인 걸 인제 알았냐. 정신 차려.손님이나 잘받을 생각해."

홍순자의 피부는 이 생활을 하면서 점차 빛을 잃어갔고, 얼굴은 햇볕을 보지 못해서 노랗게, 마치 폐병 환자처럼 물들어 갔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악밖에 없었다. 대수로운 일도 아니면서 그
녀는 아무에게나 덤벼들어 상소리를 지껄여 댔다.

미런 생활이 어느덧 10년, 삼십 고개를 넘자 색시로서도 한물지나가 버렀다. 그녀는 몸을 파는 것 이외에도 서울역에 나가 손님을 끄는 펨프 노릇을 하기도 했다.
"좋은 색시 있어요. 싸게 해 드릴게,"
10여 년 전 곽상출과 함께 서울역에 내렸을 때 자기들을 안내했던 여인숙 주인 여자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그녀는 돈이라도 있었지만 홍순자에게 남은 것은 화장품값과 밀린 방세뿐이었다.

돌아갈래야 돌아갈 고향도 없어졌다.
바람결에 들리는 소식이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것과, 빚에 몰려 가산이 탕진됐다는 불행한 소식들뿐이었다. 그 동안 몇 차례 고향에 내려갈 기회가 있었지만 단념했다.
지난날을 후회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됐다. 그녀는 그 동안서울 시내의 이름난(?) 사창가를 모조리 전전했다. 서울역 근처양동이나 도동, 중림동, 영등포 역전, 청량리, 길음동 등등‥‥‥‥
그러다 보니 10여 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어쩌다 거리에 나서서 고향 친구들과 마주쳤으나 이때마다 그녀는 피했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나다니는 부부를 보면 부럽기 짝이 없었다. -
윤락녀 생활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병이 났을 때이다. 몸으로 밥벌이하는 윤락녀로서의 무기는 몸뿐인데, 몸이 고장이 나면 쓸모가 없게 된다.

한번은 맹장염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됐다. 이때 누군가 그녀의 수술비로서 이름도 밝히지 않고 오십만 원을 전해 주었다. 그녀는 혹 시나 그 돈이 법관이 된 곽상출이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가 나를 잊을 수가 있겠는가. 가끔 곽상출은 TV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 TV 토론 같은 프로에 초빙이 돼 사회악 해결을 위한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제 중견 법관으로서 품위가 엿보였다.

곽상출은 점점 더 높아가고 자신은 점점 타락의 늪을 향해 간다고 생각해서, 자신은 무슨 전생의 악업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한번쯤 곽상출을 만났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법원 근처를 서성거리기도 했으나,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리길 여러 차례,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그저 그가 좀더 잘되었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녀 역시 나이를 먹게 되었고 늙어 갔다.창녀의 나이는 30이라고 했던가. 40이 넘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사창가에서 은퇴를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약간 저축한 돈으로 포장마차 같은 것을 해 보았으나, 기둥 서방에게 모두 털려 버리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녀는 사창가의 방 한 칸을 얻어 펨프 노릇을 해보았으나 그것도 잘되질 않았다.

다시 10여 년의 세월이·~흐르고, 다른 직종에 있던 여자들보다그녀는 급격히 늙음이 왔다. 그녀는 무의탁자로서 동회에서 극빈자혜택을 받게 되었는데, 가끔씩 취로 사업에 동원해 용돈 같은 것을 받을수가 있었다.

나이 오십에 환갑도 훨씬 넘은 것처럼 그녀는 주위 사람들로부터'할망구' 소리를 듣게 되었다. 마음이 착한 홀아비라도 있다면 하고 생각했으나, 돈푼깨나 있는 홀아비가 자신과 같은 병투성이의 여자를 취할 리가 없었다. 팔과 다리에는 온통 난폭한 손님들로부터 담뱃불로 데인 자국이흉측하게 남아 있고, 빠진 이빨은 보충할 수 없어서 웃을 때는 흉물스런 얼굴이 됐다.

그러던 어느날, TV에 등장한 곽상출의 중년의 모습을 접할 수가 있었다. 정말 우연이었다. 강남의 번화가, 돈 있는 사람들만 출입한다는 삼풍 백화점이 붕괴된 현장에서 가족을 잃고 서성거리던 한중년 변호사, 그가 곽상출이었다.
처음 그녀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틀림없는 그였다. 딸 둘을 모두 잃고 무너진 폐허 위에서 고통을 참으려 애쓰는 곽상출과 그의 품위 있는 부인의 모습, 그들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까지 불행이란 남의 이야기이거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먼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 불행이 우리 가족 앞에 다가왔다는 것이 아무래도 실감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딸들의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

홍순자는 그 길로 붕괴된 삼풍 백화점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유가족들이 아우성치는 철거장에서,딸의 시신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과거의 애인이자 전 판사인 곽상출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콩닥거리는 소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또박또박한 말로 곽상출 씨를 불렀다.
"나 아세요? 나 홍순자예요. 30년 전의‥‥‥‥
곽상출은 그녀의 노파 같은 얼굴을 보자 처음엔 외면을 했으나 차층 인간적으로 돌아왔다.

"홍순자 ? "
그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이내 눈물을 흘렸다.
"알지요. 알고말고. 나를 벌주시오. 나는 나쁜 놈이오, 당신을 망가뜨렸소, 나는 그 동안 개처럼 살았소, 당신은 천사였소, 나는 이곳이 천국인 줄 알았소, 용서하시오,"

그는 홍순자의 손을 잡고 떨리는 음성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아니에요. 운명인 걸 뭘요, 그걸 지금 탓해서 무엇에 쓰겠어요.빨리 곽 선생의 딸이나 찾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소?"
"살아온 이야기 하면 뭘하겠어요."
"내가 도와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끝났어요, 내 갈 길은 내가 잘 알고 있어요, 곽 선생을 위해서 기도하겠어요. 교회를 나가거나 절에 가서 공양이라도 올리겠어요."
"고맙습니다. 나같이 나쁜 놈을 용서하겠다는 당신은 천사요.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소. 나는 천벌을 받았소."

"아니예요. 운이 나빴던 거예요. 우연의 일치겠지요, 너무 상심마세요. 나 같은 사람도 살아가고 있는데, 남은 인생 더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겠어요."

홍순자는 뒤돌아섰다. 곽상출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홍 노파는 사내에게 콜라 한 잔을 따라 주면서 마시라고 했다. 사내가 그걸 마셨다.
"내 이야기 재미있었수? "
사내가 그녀의 앙상한 손을 잡아 주었다.

"노파 형제의 용서가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겠소. 너무 상심 마시오. 하느님께서는 노파 형제의 착한 마음을 이미 알고 있소. 하늘에서 높은 상급을 받을 것이오."
"나 같은 늙은이가‥‥‥‥
하면서도 그녀는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선생밖에 없었소, 거의 한 달 동안 이 자리에 앉아 있어도 아무도 내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으니까. 선생은 정말 좋은 사람 같아요."
하면서 다시 한 번 사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선생의 얼굴은 어디서 한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더라"
그녀는 기억을 되살리는지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다가 손바닥을 쳤다.
"그렇지, 10년 전이었던가, 내가 수용소(국립 부녀 보흐소)에 있을 때 어떤 신부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어.프란치스코란 아주 착한 성인이 있었다는데 그 성인의 얼굴과 비슷하구먼. 못생긴 얼굴에다 차림새도 거지 같고‥‥‥ 미안하우."
사내는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노파의 어깨를 두 손으로 껴안아 주었다.
"노파 형제의 상한 마음은 모두 용서를 받았소. 그대의 수난이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대속시켜·주었소, 내가 그대의 상처받은 마음을 그분께 알리겠소."
"그분이 누군데 ? "
"예수 그리스도요. 그분은 당신 같은 사람을 아들로 생각하고 있소."
"그럼 당신은 ? "
"그분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오."
"프란치스코 같은 사람이오 ? "
"그건 노파 형제의 뜻대로 생각하시오,"

사내는 일어섰다.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사내는 절름거리면서 공원 샛길로 모습을 감추었다.
"할망구 시간 됐어 ! "
취로 사업 반장인 듯한 늙은이가 악을 썼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홍순자가 꾸물꾸물 일어나 삽자루를.잡았다. 그리고 현장으로 갔
다. 그녀의 뒷모습에 가을이 한껏 묻어 있었다.

약력

1944년 서울 용산 출생

중앙대 문과대 국문학과 1962년 입학 1969년 졸업

 성기조 선생의 시와 시론 소설 당선

 한국문인협회 소설 분과위원

저서 백두대간(김구 선생 소설화)

로만칼라.일그러진 성자 등 1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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