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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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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물방울 유태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05회 작성일 15-11-24 08:54

본문

아리랑

 

유 태 경

 

  < 아리랑>은 일제 35년 동안 쌓이고 쌓였던 우리 민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 주는 우리의 민요다. 지금 <아리랑> 합창 소리가 온 천지에 메아리치고 있다. 병원은 물론 산들바람에 실려 일본인 마을에 울려 퍼지고, 태평양을 건너 일본까지 전해져 일본 사람들을 향해 울려 퍼지고 있다.

 

  4백여 명이 넘는 일본 장애환자 중 휠체어로나마 거동할 수 있는 장애환자 100여 명이 강단에 모여 우리 한국의 노래 <아리랑>을 배우고 있다. 나머지 300여 명의 환자는 모두 중환자다. 눈은 뜨고 있으나 아무 표정도 없이 병실에 누워 <아리랑>을 부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혼자의 힘으로는 거동도 못 한다. 눈에 초점을 잃고 신음조차 버거워하며 마지막 저세상으로 가는 길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누구인가 기다려 줄지도 모르는 저세상으로 가는, 오직 한 길을 간다.

 

  복도 저편, 휠체어에 앉아 무슨 말인지 외쳐대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조용해야만 하는 병원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79세 된 치매 환자로 이 병원에서 제일 젊은 아가씨 재롱떠는 소리라 한다.

 

  인생의 마지막 길로 들어선 사람들만 모인 병원에 나는 서 있다. 문득 공연히 왔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후회한다. 언제일는지, 머지않아 나도 가야 할 길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누구나 마땅히 가야 하는 길이다.

 

  우리의 소리 국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였다. 민요, 화관무, 살풀이춤, 풍물 등 우리의 소리 공연 팀을 만들어 큰 행사나 양로원, 병원 등 외로운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공연한다. 특히 다른 민족,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우리의 소리를 알릴 수 있어 더욱 신경 쓴다.

 

  지금 일본인 마을에 있는 장애인 병원에서 일본인 환자들을 위한 공연 후에 <아리랑> 노래를 합창하며 가르친다. 일본 환자들도 <아리랑>을 잘 부른다. 열심히 따라 부르는 환자들의 벙끗대는 얼굴에 입을 유심히 본다.

 

  환자 중 덩치가 큰 할아버지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별안간 가슴에 끌어 오르는 무엇인가를 주체할 수가 없다. 돌연 나는 유관순 누나로 변하여 마음에 숨겨 둔 총을 꺼내어 탄환을 장전한다. 마침 <아리랑>의 끝 소절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라고 발병 난 환자들의 아리랑은 끝났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사람 이였던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된다. 단체로 유관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시작 한지 얼마쯤 되였을까? 극장 안은 울음바다가 되었고 여기저기서 차마 듣기도 버거운 고함이 들렸다. 5학년이었지만,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유관순 영화를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고, 이들을 위하여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모두 장애가 있는 환자이기에 더욱 겸손해야 하고 보듬어 드려야 하건만 내 가슴에 뭉쳐 있는 화산 덩어리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용솟음치고 있다.

 

  지난 명절 때, 우리 재미국악원은 일본 문화원에서 1,000여 명의 일본 사람 앞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소리를 연주했다. 일본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공연보다 우리 한국의 소리를 더욱 좋아하는가 싶었다. 울려 퍼지는 박수갈채에 나의 어깨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니다. 환자이기 전에 100세가 되어가는 옛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명성황후 시해, 토지조사 사업, 위안부, 마루타 생체 실험 등 공식적인 만행은 물론, 1880년경부터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일본군을 주둔시키고 각가지 만행을 자행한 후, 결국은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았던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요즈음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구걸하듯 마구 짖어 댄다. 환자들을 보는 나의 시선은 의문투성이다. 너는 알고 있는가? 왜 그랬냐? ‘라고 목이라도 조르며 묻고 싶다. 일제치하 말기쯤에는 한글조차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신사참배 등 우리나라를 말살하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풍수지리에 근거해 우리나라 주요산맥에 대못을 박아놓은 사람들이다. 지금은 이렇게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가 되어 병원에 누워 있다.

 

  그들을 위로하고 즐겁게 하려고 우리가 이곳에 와서 웃으며 <아리랑>을 부르며 가르친다.

 

   ‘원수를 사랑하라!’ 했지만, 나는 아니다. 뉘우치고,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을 때에만 쓸 수 있는 말이다. 이 많은 환자 중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묻고 싶다. 또 부모나 형제 중 실제로 가담했던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니다. 여기에 있는 환자 모두가 그랬다. 아무 꼴도 보기 싫었다.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동료들을 뒤로하고 제공되는 식사도 마다했다. 도저히 음식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혼자 집으로 향하는데 손과 잡고 있는 핸들이 떨린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나는 일본을 향해 돌진하듯 속력을 낸다.

 

  내가 일본을 상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창밖으로 지나치는 나뭇가지 사이를 바람이 비집고 지나치는 윙하는 소음은 마치 우리 민족의 한이 맺힌 아리랑을 부르는 절규니라. 마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랑>, 자동차들의 소음 속에서 나는 일본까지 들릴 수 있도록 <아리랑>을 큰 소리로 불렀다.

 

  20026, 월드컵에서 가수 윤도현과 <아리랑> 합창이 도움되어 축구 4강의 신화를 이루었다. 김연아 선수도 <아리랑>(Homage To Korea)을 피겨스케이팅 음악으로 선정하여 5천 년 역사의 응어리와 피맺힘의 뒤풀이로 한방에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 놓았다. 우리의 민족혼을 되살려 준 아리랑의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국제피겨연맹(ISU)이나 피겨스케이팅 강대국은 물론 일본에 무언[無言]으로 항변한 것이니라.

 

  1958<아리랑>이라는 필터 달린 담배도 한국에서 만들었다. 피우면서 일정(日政) 치하에서 민족적인 감정과 울분을 이를 악물고 필터를 꼭꼭 씹으며 쭉 빨아 연기로나마 후유 하고 일본을 향해 뿜어대기도 했다. 나라를 빼앗고 일본 선수로 출전시킨 마라톤 경기에 손기정 선수가 제일 먼저 경기장에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아리랑> 소리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1926년 춘사 나운규는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직접 쓰고, 감독, 주연하여 극장 단성사가 흔들릴 정도의 울음바다로 만들어 일제 식민 통치에 대한 저항 영화에 한 전형이 되었다. 나운규의 불타는 애국심과 천재적 재능이 최고도로 발휘한 걸작이다. 특히 주인공인 영진(나운규)의 여동생 영희를 겁탈하려 하는 일본의 앞잡이 오지호를 살해하고 영진(나운규)는 일본 순경에게 체포되어 끌려가는 장면에서 우리 민요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아리랑>을 따라 부르며 절규했다. 당시에 폐쇄되고 억압적인 식민지 상황의 울분을 반영한 것이어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으리라.

 

  < 아리랑>은 시대적으로 일제 강점기, 1910년 이전부터 있었던 음악이다. 언제 어떤 경로로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한민족의 애환이 담긴 노래이며 미래를 예언하는 비결이 담긴 노래이기도 하다.

 

  우리 한민족은 괴로울 때나 슬플 때, 즐거울 때나 행복할 때에도 <아리랑>을 부른다. < 아리랑>을 부르고 있으면 지나쳤던 잘 못이 보인다. 후회도 되고 반성이 되어 앞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는 길이 보이는 노래다. 그래서 일본은 <아리랑>을 싫어하여 한글은 물론 한민족의 애환이 담긴 우리의 소리 <아리랑>도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기에 열심히 우리 대한민국의 소리 <아리랑>을 일본 사람들에게 부르게 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 수 있는 날을 기대하여 본다. 온 세상, 아니 하늘나라에까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전 세계에 아리랑을 가르치리라.

 

  세계지도에서 대한민국을 찾으려면 나도 헤맨다. 아마도 한국 사람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작은 땅덩어리인 나라가 바로 우리의 나라,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전 세계는 물론, 특히 일본사람들아! 지금 우리 한국을 보라! 이렇게 세계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으며 언제인가는 정상에 우뚝 서리라. 대한민국 국민이 지켜야 할 긍지를 가지고 우리의 소리 아리랑을 한번 불러 보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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