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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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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5회 작성일 16-01-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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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은 친구다 / 김지명

 

  이열치열의 원리를 이용하려고 에어컨 냉기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걷는다. 중복을 지나 더위가 밀려오던 날 어린이 대공원 앞에서 자유산악회 회원들과 만난다. 환한 웃음으로 반기는 친구들에게 손을 잡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자주 만나다 보니 혈육처럼 믿음 주고 남매 같이 가까워져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만났으니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함께 산으로 걷는다. 때로는 자리에 앉아 쉬면서 즐거운 유머로 배꼽을 잡고 웃도록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언제 어디서라도 보이지 않으면 생각나는 자유산악회 회원들이다. 오른팔이 잡으면 왼팔이 받아 챙기듯 웃으려고 말을 전하면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즐거운 유머로 말해보지만, 받아주는 회원이 없으면 나사가 빠져 멈춰버린 기계처럼 말하고 싶은 흥미가 없어진다. 자유산악회 회원들은 주고받는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진다. 유머로 대화하면 재치 있게 받아주는 친구가 있기에 산행이 지루하지도 않고 피로도 모른다.

  즐거웠던 모습들이 눈앞에 아롱거려 회원들이 보고 싶어서 만남의 날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자유산악회원이 보이면 봉오리에서 갓 피어난 꽃처럼 환한 웃음이 먼저 나온다. 오늘 참석한 회원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열다섯 명이 출발을 앞두고 확인 겸 번호를 실시했다. 회원들이 한 가족처럼 일렬종대로 줄지어 걸어간다. 멀리 떨어지지도 않고 앞서 가는 대원도 없다. 오로지 군인들이 행군하듯 뭉쳐서 걷는다. 마른장마가 끝나고 약간의 우천으로 초읍 저수지 물이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다. 떨어지는 물줄기는 하얀 물거품을 내면서 장관을 이룬다. 사진작가는 이런 기회를 놓일세라 멋진 배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작가는 폭포를 배경으로 피사체가 되라고 일일이 한 명씩 불러 세운다. 나도 한 카트 찍혔다. 사진작가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셔터를 누른다. 나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만, 작가는 나보다 열 배나 더 좋아하는 모습이다.

  앉아 있거나 거리로 이동하더라도 앞뒤로 다니면서 새로운 모습을 순간 포착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앞뒤로 뛰어다니느라고 나보다 걸음을 더 많이 걷고 땀도 심하게 흘린다. 스냅사진을 좋아하며 순간 포착을 놓치지 않으려고 땀을 흘린다. 이런 행동은 사진작가만이 대원들에게 베풀 수 있는 배려고 희생정신이다. 우거진 숲 아래로 천천히 걸을 때 숲에서 나오는 산소는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워낙 더운 날씨라 중년은 열사병이나 혈압에 조심하라고 기상청에서 문자가 날아든다. 때마침 나타난 넓은 평상이 두 개나 보인다. 앞서가던 회원이 현재 시각을 알린다. 나는 대원들에게 여기서 쉬었다 가자고 했다. 각자 가지고 온 자리를 한곳에 모아 평상에 펼쳤다. 모두가 신발을 벗고 자리에 둘러앉았다.

  여성 회원들의 솜씨를 맛보는 시간이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나고 취하지 않아 배를 두드린다. 나는 경미와 미숙이 그리고 연숙에게 음식 솜씨가 아주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인들이 가져온 찬은 누가 맛보아도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 올린다. 게다가 경미가 가져온 상치와 잘 숙성한 된장이 예상외로 내 체질에는 일미였다. 된장 담그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러하듯 여인들의 솜씨가 좋다고 칭찬받은 경미가 기분이 좋다며 노래방을 쏘겠다고 한다. 모두가 말 대신 박수로 답하였다. 엉덩이가 큰 여인이 대중 앞에서 서슴없이 흔들어 젖힌다.

  나는 독특한 묘기를 자랑삼아 대중들 앞에 선보인다. 양쪽 다리를 찢어지게 벌렸다. 요가를 오래 했다는 증명이라도 하듯이 몸은 아주 부드럽게 움직였다. 양다리를 180도에 가깝도록 벌린 채 엎드려서 배가 땅에 닿았을 때 나를 바라보던 회원들은 모두 놀란다. 육십 대 중년이 어쩜 저렇게 몸이 부드러울까 의아하다는 회원이 고개를 젓는다. 환갑을 넘긴 나이라서 하루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석고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늘 노력하는 대가다. 양다리를 모아 앞으로 쭉 뻗어 허리를 굽혀 머리가 종강이 아래까지 다이게 하였다. 배가 부른 회원은 같은 행동이 되리라 상상도 못하기에 아주 부러워한다. 몸이 굵은 갑장이 청소년처럼 부드러운 몸매로 원숭이가 재주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칭찬한다. 뚱보 여인이 넋을 잃고 바라보더니 서커스 한 경험을 가진 사람인가 하고 묻기도 한다. 개인마다 독특한 기교가 있긴 하지만, 나는 중년에 부드러운 몸매를 자랑했다. 다리가 짧은 아주머니가 양다리를 나보다 더 벌린다. 게다가 양다리를 모아 허리를 굽히더니 엄지발가락이 팔꿈치까지 닫는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신체적 결함이다.

  서고문이 온다는 소식에 산행대장은 마중을 나가지만, 나는 이곳에서 말로 기타만 퉁긴다. 기온은 높고 바람은 불지 않아 움직인 만큼 온몸에서 치솟는 땀은 속옷을 다 적신다. 나는 기다림에 지쳐 일어나려고 할 때 서고문과 산행대장이 나타난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온몸이 땀에 범벅되어 숨을 몰아쉬며 내 곁으로 다가와 앉는다. 매너가 아주 좋은 서고문은 주어진 담당처럼 산행할 때마다 아이스 수박을 빠뜨리지 않는다. 자주 만들어본 솜씨는 오늘도 이어졌다. 배낭에서 꺼낸 비닐봉지를 열어 신문지에 둘둘 말린 타파 통을 꺼낸다. 나는 바나나껍질을 벗기듯 하나씩 풀어서 뚜껑을 열었다. 찾아 헤맨다고 지치면서도 휴식할 생각마저 잊고 기다리는 우리에게 이슈시게와 아이스 수박을 내놓는다.

  전생에 받은 복을 이성에서 배려하니 그 은혜는 반드시 되돌아가리라 믿어진다. 아주 편한 자세로 휴식하던 나는 한 조각의 찬 수박이 속을 시원하게 하지만, 이보다 더한 우정이 온몸의 체온을 한순간 녹아내리게 하는 느낌이다. 산이 좋아 산으로 걸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산에서 만난 사람과 대화를 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같이 착한 마음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쉽게 다니는 산은 심한 경사도 없고 길도 넓어 안전하다. 그렇다고 복장이나 등산화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안전에 위험하니 행동에 주의하여야 한다. 옷은 계절에 맞춰 입어야 한다.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오니 눈에 보이지 않은 피톤치드가 건강을 보호하고 많은 산소가 피로를 잡아주기 때문에 쉽게 걷는다. 등산하면서도 땀 흘리지 않으려고 아주 여유롭게 쇠미산 오솔길로 걷는다. 철탑 언저리에서 가느다란 오솔길로 내려와 즐거웠던 등산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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