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의 계보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먼지의 계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761회 작성일 19-10-28 16:59

본문

먼지의 계보

 성영희


 오래전 닫혔던 가게 문을 열었다. 비스듬히 드러나는 먼지의 춤, 날아다니는 먼지가 손님을 맞는다. 달력은 여전히 이십년 전 성업 중이고 정지된 시간을 지킨 것은 뱀이나 원숭이 같은 달력 속 짐승들이다. 똑딱똑딱 제 소리를 따먹으며 천천히 멈추었을 시곗바늘은 묶어 놓은 듯 자정이다.

 한때는 숨이고 관상이었을 수족관, 말라가는 포르말린을 뻐끔거리며 침몰했을 지느러미들에게 물 마른 館은 미궁일 뿐이다.

 어둑한 탁자에 머물러 있는 두 잔의 대화, 미처 거두지 못한 침묵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어떤 약속은 뚜뚜 거리며 수화기를 대롱거리고 흐릿한 메모는 긴 기다림만 남겨 놓았다. 누구의 고향이었나, 돌담길 돌다 멈춘 레코드판, 옛 가수는 늙지 않았다 조금은 가물가물해졌으나 어느 닫힌 하루를 열기까지 변심 없는 웃음이다.

 오늘은 서로 다른 날짜가 마주보는 하루다. 눅눅한 지하의 시간들이 기둥을 가로질러 계단을 빠져나가고 있는 정오, 이십 년 전의 햇살과 오늘의 햇살이 아득한 옛 목록 속에서 꿈틀거린다.


2019 청라문학 15호
추천2

댓글목록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
시간처럼 냉정하고 정확한 것도 없겠지만
지나고 보면 참 아쉽고 소중한 순간들을 담아내는 무형의 재산이 아닐까 생각해요.
함께한 시간 반가웠고 즐거웠어요^^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행마다 담긴 사유에 빈말이
한 마디도 없네요
먼지도 시인의 맘 끝에선 계보를 남기는 군요.
성쉰에게 인내와 긍정을 배웁니다.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몇해 전 지인을 따라 20여년 넘게 닫혀 있었다는 가게(다방)를 들어가 보적 있어요.
오목교 근처였고 지하였는데 도심 한복판에 그런곳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테이블 위 찻잔이며 공중전화와 레코드판도 마법처럼 시간을 잡아두고 있었어요...
늘 넘치는 말씀 감사합니다 시인님. 오래오래 함께해요^^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눈게  아쉽네요.
오늘은 서로 다른 날짜가 마주보는 하루...
가슴에 손을 넣는 구절입니다. 좋은 시집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성영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대한 열정과 깊이는 서피랑님이 대가이시지죠.
다음엔 많은 조언 얻어 오겠습니다.
시집은 발표시들이 많아서 신선하지 못할것 같아요.
출간 되는대로 보내드릴게요.^^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나 먼지마저도 시인님의 눈 앞에서 딱 걸렸네요
요로코롬 만나게 시 쓰시니 제가 팬 안되것슈
오랫만에 만나서 반거워구
또한 기동찬시 읽어서 즐거웠구
포동이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김용두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대상을 확실하게 장악 하십니다.^^
거기에 시간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상상력,,,
이것이 성영희 시인님의 시의 한 특성이 아닐런지 생각해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박해옥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박해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치 먼지와 예기를 주고 받듯
그 감성이 샘이 납니다
성영희시인님
이 가을엔 좋은 글도 많이 쓰고
건강도 잘 챙기시구요
행복한 겨울 보내시길^^

Total 824건 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824
부처꽃 댓글+ 8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5 07-05
823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1 4 07-31
822
홍어 댓글+ 5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4 07-06
821
물박달 댓글+ 8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4 09-03
820
통조림 댓글+ 13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1 3 07-07
819
말복 댓글+ 7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3 06-20
818
먼 배웅 댓글+ 8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5 3 06-01
817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9 3 11-14
816
불편 외 1편 댓글+ 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3 03-14
815
공평한 밥 댓글+ 9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3 06-20
814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3 06-18
813
사랑, 그 줄 댓글+ 14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3 06-28
812
참말 댓글+ 8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3 07-03
811
러시안룰렛 댓글+ 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3 07-05
810
준비 자세 댓글+ 7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3 07-14
809
투명한 벽 댓글+ 11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3 07-25
808
황혼이별 댓글+ 1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3 07-25
807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3 10-13
806
호미를 걸며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3 10-27
805
과월호 댓글+ 4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3 11-02
804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9 2 07-08
803
주파수 댓글+ 10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8 2 07-08
802
사춘기 소녀 댓글+ 7
한인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4 2 07-09
801
소나기 댓글+ 9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6 2 07-13
800
느낌 댓글+ 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0 2 07-16
799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8 2 07-18
798 박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3 2 09-06
797
밀원을 걷다 댓글+ 12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6 2 09-14
79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3 2 11-14
795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2 12-18
794
오발탄 댓글+ 10
김선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1 2 01-07
793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3 2 02-13
792
봄밤 댓글+ 10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2 02-27
791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2 2 03-11
790
연필 댓글+ 9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5 2 03-14
789
그 집 앞 댓글+ 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9 2 05-29
열람중
먼지의 계보 댓글+ 9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2 2 10-28
787
붕붕 호박벌 댓글+ 6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4 2 10-28
786
완벽한 계절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2 12-05
785
가을 비망록 댓글+ 12
박해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3 2 11-06
784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2 11-14
783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1 2 05-03
78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6 2 07-13
781
칼의 방식 댓글+ 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0 2 07-03
780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 2 11-23
779
청산도 댓글+ 2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2 12-23
778
핵잠수함 댓글+ 12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2 06-21
777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2 07-01
776
흥수아이 댓글+ 12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2 06-23
775
흰긴수염고래 댓글+ 10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2 07-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