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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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나는 둥근 어둠을 받아 낼 봄밤의 의자다
어느 국가의 깃발에 걸린 용맹한 발톱이었거나
후미진 골목에 세워놓은 고달픈 청춘을 깎아내는 칼날이다
누군가 그늘진 마음을 아홉 자나 밀어 넣은 풍경,
나를 지나 멀리 서쪽으로 빠져나간 사람의 초저녁이다
아니다, 내가 남도의 외딴 섬 동백으로 피었을 때
동박새로 앉았다가 갈 때도 못 알아보다가
이제야 나를 알아본 너의 얇은 눈썰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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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네 네 네 그러하네요
오랜 만에 허 시인님 시 읽어
입꼬리가 초승달처럼 올라갑니다
귀한시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장승규님의 댓글

둥근 어둠을 받아 낼 의자?
초승달은
누군가가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의자 모습
그늘진 마음을 아홉 자나 밀어 넣은?
그것도 엉덩이.ㅎ
동백으로
꽃 피었을 때 못알아 보더니
이제라도 알아보니 다행.
그 눈썰미, 초승달 맞네요.ㅎ
무의(無疑)님의 댓글

이제 막
어두운 마음을 찢고 나오는 풍경
이 좋아 집으로 모십니다.
눈은 있는데 썰미가 없어서 오래 두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