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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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윤
대학시절 좋아했던 선배가 느닷없이 딸 사진을 보내왔다
지엄마를 닮아 영락없이 사슴 눈이다
혼자서 키운 사슴이다
그 후, 그녀의 울타리에 가본 적 없지만
북풍한설 견디며 알뜰하게 키운 사슴이다
한번 놀러 오라 연락받은 적 없고
어떻게 사냐 물어본 적 없지만 보란 듯이
반듯하게 키운 사슴 사진을 보내왔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늠름하게 고백할 수 있을까
책상 달력에 기쁨의 동그라미를 치고
슬픔의 별 하나를 달았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청구서란 이런 것이다
-계간 『시와징후』 202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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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책상 달력에 기쁨의 동그라미를 치고
슬픔의 별 하나를 달았다
왜?
공감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시절에 좋아했던 선배가 없어서
난 어려웠다
임기정님의 댓글

청첩장 보면서도 멋들어진 시
저는 시가 가물어 가물가물 합니다
언제나 물꼬라도 트일지
귀한시 잘 읽었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바닥에 손바닥 대보지 않았겠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 냉기를....
북풍한설 견디며
혼자서 키우느라 고단했을
생활이
내민 청구서이기에, 기꺼이
걸음했을 인생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