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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이 좋아 산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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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18회 작성일 25-03-15 14:22

본문

오빠들이 좋아 산동입니다

 

ㅡ여순사건 희생자, 백부전 님을 추모하며

 

이명윤

 

 

장롱에서 발견한 한 장의 가족사진에는

맨 왼쪽 다소곳이 손을 모은 내가 있고

오빠들은 정답게 오른쪽에 서 있습니다

큰오빠 일제 징용으로 죽고

작은오빠 여순사건으로 죽고

막내오빠마저 부역 혐의로

집안의 대가 끊길 지경이 되자, 어머니

어둠 속에서 차마 못할 말을 꺼내었지요

순례야, 네가 가면 안 되겠느냐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아홉 나이에 처형장 가며 불렀던 노래

무서워서 한 소절 서러워서 한 소절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 없이 쓰러진 노래

아무도 몰래 깊은 산 속 꽃씨로 남았다지요

입 밖에 내면 빨갱이로 잡혀갈 것 같아

모두가 쉬쉬하며 인적 끊긴 돌담길에

바람 부는 풀숲에 꼭꼭 숨겼다지요

 

사진 한가운데 바위처럼 앉은 어머니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저를 봅니다

어머니 슬퍼 마세요, 산이 좋아 산동입니다

오빠들이 좋아 산동입니다

산동 산동 들녘마다 산수유꽃 피면

노래는 마법처럼 다시 시작될 걸 알아요

 

우리 순례 입술이 이렇게나 이뻤구나,

사람들이 하나둘 따라 부르면

산동 산동 바람 따라 꽃잎이 흔들리면

아무도 몰랐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지리산 만복대 억새를 타고 두둥실

구름 따라 전해질 걸 알아요

 

아직도 그때 세상이 진압하려 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오랏줄에 묶여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마다 고인

열아홉 눈물 닦아줄 걸 알아요 어른들이

정말 미안했다고, 모두가 입을 모으고

제 이름 부르며 제 노래 들으며

바람처럼 함께 울어줄 걸 알아요


 

ㅡ시집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걷는사람, 2024)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긴 서사가 다시 시가 되었군요.

지리산 만복대 억새를 타고 두둥실
구름 따라 전해질 걸 알아요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집안의 대를 위해
딸을 보내야 하는 어미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여집니다
참 가슴아픈시 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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