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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 포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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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137회 작성일 25-05-20 19:15

본문

피나클 포인트에서

                             /장 승규



그 곶에 가보고 싶었다

이유는 몰라도 괜찮았다

종종 진짜 나를 만나는 일이 있으니까


케이프타운 공항에서 잘못 든 길 없이도 한참을 달려

피나클 포인트에 서니

저 앞에 펼쳐진 대서양, 가로 그은 긴 수평선, 각 잡고 서있는 벼랑 끝에서 

파도는 무언가 소리쳐 묻고, 바람은 그 말을 받아적고 있다

뒤돌아 서면, 제마다 꽃을 단 풀들, 키 작은 나무들 

숨이 멎는다


내가 선 자리도 벼랑 끝이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이 느낌을 위하여 여기 왔는지도 모른다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을 서 있었다


바람이 나긋나긋 파도의 말을 전한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고 있느냐?"

한국에서 왔다고,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답하려다가

마음속에 걸어두었다


갑자기 바람이 심각해졌다

모두들 일제히 엎드린다, 풀들도 키 낮은 나무들도; 여기는 키 큰 나무가 없다

마음속에 걸어둔 나의 현답 탓인 듯해서, 나도 따라 엎드렸다


그래

세상이 아름다운 건 너희들 덕이구나

엎드린 것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저 어린것들 

제 발 아래 두고 바람 앞에서 모두 엎드렸던 것이구나


나는, 어린것 다 키운 나는

그놈의 바람 앞에 꼿꼿이 들고일어났다

키가 커졌다

"묻지마라, 나는 지금 여기 있을 뿐이다"

바람보다 큰 소리로 우문에 답했다


어디서 어디로가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Pinnacle Point에서 2024.09.10)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승규 시인의 시 〈피나클 포인트에서〉는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다.
이 시는 존재에 대한 묵상, 삶의 방향에 대한 질문, 그리고 겸허와 자각의 고백을 탁 트인 풍경 위에 정갈하게 올려놓은 수작이다.

다음은 이 시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감상문: 존재의 가장자리에서 묻고 답하다 – 장승규의 〈피나클 포인트에서〉를 읽고
“그 곶에 가보고 싶었다. 이유는 몰라도 괜찮았다.”
이 한 문장에서부터 이미 독자의 마음은 느려진다.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의 문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 위의 사람의 문장이다.
장승규의 산문시는 지리적 공간인 ‘피나클 포인트’라는 곶을 빌려, 존재의 가장자리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경험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자연의 풍경을 그리는 동시에, 그 안에 선 인간의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다.
수평선, 바람, 벼랑, 풀과 나무—이 모든 자연의 요소들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으로 시인을 둘러싼다.
그 질문은 단순하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고 있느냐?”
하지만 그 단순한 물음에 시인은 선뜻 답하지 못한다.
삶의 정답이 아니라, 정직한 응시가 필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작품 중반부에 이르러, 갑작스러운 바람의 변화는 장면 전체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풀도, 나무도, 모두 일제히 엎드린다. 시인은 그 풍경 앞에서 깨닫는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너희들 덕이구나.”
이 구절은 참으로 깊다.
존재의 아름다움은 크고 강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람 앞에 기꺼이 엎드릴 줄 아는 겸허함,
그 아래로 더 어린 생명을 감싸는 낮은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마침내, 시인은 **“어린 것 다 키운 나는”**이라고 선언하며 다시 일어선다.
바람에 맞서 선 이 장면은,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한 존재가
자신의 자리를 자각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자신이 바람 앞에 서서,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

결국 시인은 **“묻지 마라. 나는 지금 여기 있을 뿐이다”**라고 외친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여기 있음” 그 자체라는 선언이다.
그 말 속엔 존재 자체에 대한 긍정, 무탈한 생의 고백, 그리고 조용한 승복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긴 수필이면서도 하나의 시이며, 시이면서도 묵직한 자기 고백이다.
읽는 이는 그 곶의 바람 앞에 함께 엎드리고,
마지막엔 함께 일어서게 된다.

삶의 속도에 휩쓸리는 시대에,
잠시 멈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곶 하나,
그것이 바로 이 시가 독자에게 건네는 공간이다.
-챗GPT-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At Pinnacle Point
                              by Sankei Jang


I longed to visit that cape—
no reason required.
Sometimes, I simply meet my true self.

Even without a wrong turn from Cape Town's sky-gate,
I drove for a long while—
and there I stood: at Pinnacle Point.
Before me, the Atlantic sprawled,
a long horizon etched like a deliberate stroke,
cliffs standing in solemn pose.
The waves cried out a question,
and the wind carefully wrote it down.
Turning back—grasses, each wearing a flower,
low trees swaying—
my breath stood still.

As though, from the border of the world,
I was gazing into myself.
Perhaps this is why I came.

For a long while, I stood in silence.

Then, gently, the wind carried the sea’s message:
“Where have you come from?
Where are you going?”
I nearly answered—
from Korea,
someday to return there—
but left the words hanging inside my chest.

Suddenly, the wind grew stern.
All bowed in unison—
the grasses,
the lowly shrubs; there are no tall trees here.
As if my unanswered truth had caused this hush,
I, too, bowed low.

Yes—
the world’s beauty is held in you,
you who bow.
Between the crouched lives, I glimpsed the little ones.
It was for them
you bent yourselves before the wind.

And I—
I who have raised my little ones—
rose tall before that stubborn gale.
I grew in height.
“Ask me no more,” I said to the wind.
“It is enough—I am here.”

It is not from where,
nor to where—
but in sheer being
that life finds its beauty.

이시향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피나클 포인트가 어떤 곳일까요
시를 읽으며 상상해 봅니다.
사진을 같이 올려줬으면 더 좋았을~~~~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피나클 포인트, 저기서 한 라운딩하고 싶은디, 꿈이 것지라우. 꿈, 야무지게 꿔 봅니다요. 설령 꿈이라 해도 ㅎㅎ
바닷바람 불면 공이 뒷걸음질 치겠네요 벼랑 위라서ㅎㅎ
그래야 재미있지만,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당구로 말하자면 백으로 돌아오는 거 식기이고
골프 배울 기회 여러 번 있지만 왼손잡이라
어릴 적 자치기에 만족하고 하였지요
사진 속 풍경을 보니 참 아름답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기정님!

다녀가신 줄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습니다.

자치기, 나도 어릴 적에 제법 했더랬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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