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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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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0회 작성일 25-05-26 17:32

본문



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

-열화정**

 

 

 

범 한 마리 웅크리고 앉았다. 한달음에 뛰쳐나갈 것처럼

 

여백 속 의도된 한 방울의 담묵이다

 

고샅을 거쳐 함께 오른 볕이 땀을 식히고

대숲을 빠져나온 바람

보고 들은 이야기 재잘거리니 돌담 너머 기웃거리는 웃음이 야릇하다

 

모난 데 없이 가지런히 쌓인 돌담

오랜 풍상 견디며 터 잡고 산 향민의 마음 같아 오래, 오래 들여다보았다

 

담 너머 보이는, 옹기종기 눈 아래라 듬직하고

누마루에 앉아 받아 든 차 한 잔

머금은 새파란 새벽 향기가 입안에서 기지개를 켠다

 

나누는 이야기도 기쁘려니와 찻잔에 띄워 건네는 눈빛 또한 따사롭고

가고 없는 이들이 남긴 시 한 수, 한 수가 정겹다

 

늘 비취는 것 보다 스쳐 지나는 것에 더 마음 쓰는,

까치 두 마리 제 그림자 가지고 장난치는

ㄱ이라 해도 좋고 ㄴ이라 해도 괜찮을 작은 연못

모든 것 다 품어주는 어머니 같아 못된 새끼 돌 하나 던져 그 마음 헤집는다

 

얼굴마저 씻은 볕이

떠날 시간 되었다고 앞장서 길을 잡는다

 

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

자목련, 잊지 말라고 온몸으로 진다

 

 

 

*드라마 제목 차용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에 있는 정자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촬영지



모던포엠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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