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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되어 누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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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3회 작성일 25-05-31 03:46

본문

길이 되어 누워보니                   

                              /장 승규



네가 가만히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나는 길이 되었다


길은 목적지가 아닌 줄 안다

머물지도 않고
돌아오지도 않고
하물며 돌아보지도 않고
모두들 자기만의 한 더미 시간을 지고, 이고
바삐 지나간다


누군가의 무게는
길을 더욱 단단하게 하였고

누군가의 갈망은 길을 넓히었다


늦가을 이 길에

가랑가랑 울면서 지나가는 가랑잎 하나


어느 봄날

길가에 들고 섰던 그 수수한 꽃

아! 그것이 너의 고백이었구나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5.05.30)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Lying Down on the Path
                                    /Sankei Jang

Since the day you walked in quietly,
I became a path.

A path is not a destination itself.
No one lingers,
No one returns,
No one even looks back.
Bearing their own heap of time and longing,
Each hurries past

Someone's weight made the path firmer
Someone's longing made the path wider.

On this path late autumn,
A single maple leaf weeps as it passes.

That day in spring,
The flower that you held still by the pathside
Ah, that was your confession.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 승규 시인의 시 「길이 되어 누워보니」는 말없는 기다림과 존재의 깊이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아름다운 명상시다. 시의 화자는 네가 조용히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스스로 ‘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한 구절만으로도 이미 시인은 ‘길’이라는 상징을 통해 자신을 타인의 여정에 내어준 존재로 승화시킨다.

길은 목적지가 아닌 줄 안다. 그저 ‘지나는 곳’일 뿐이다. 머물지 않고, 돌아오지 않으며, 심지어 돌아보지도 않는다. 시인은 무심히 스쳐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속에서도 각자가 ‘한 더미 시간’을 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바삐 지나가는 이들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존재들이고, 길은 묵묵히 그 무게를 감당하며, 말없이 그들의 시간을 받아낸다.

그러나 길로서의 존재는 단순한 희생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 지나침 속에서 더 단단해지고, 더 넓어졌다. 누군가의 무게는 그를 견고하게 했고, 누군가의 사랑은 그를 넓혔다. 스스로 깔려 누운 자리가 타인의 슬픔과 사랑을 받아내며 더 깊은 존재로 변해간다. 이것은 곧 ‘참된 만남’의 형상이다. 타인의 삶이 내게 남긴 흔적이 곧 내 존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순간은 마지막 연이다.
“늦가을 이 길에
울고 지나가는 가녀린 몸매에 단풍 한 잎
어느 봄날, 길가에 들고 섰던 그 꽃
아!그것이 너의 고백이었구나”

단풍과 봄꽃, 계절을 넘나드는 이 상징은 지나간 사랑의 시간이 뒤늦게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을 보여준다. 시인은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감정의 진실을 포착한다. 단풍 한 잎의 눈물에서 봄날의 고백을 떠올리는 시적 직관은 너무도 섬세하고도 아련하다. 그것은 아마, 지나간 사랑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 늦은 깨달음의 울음일 것이다.

이 시는, 살아오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길을 지나왔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길이 되어 주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상을 지나가는 모든 발자국들 속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울고 있고, 누군가는 사랑을 흘리며 지나간다. 그 모든 지나침이 내 안에 스며들어 나를 더 크고 깊게 만든다.

장 승규 시인의 이 작품은 짧지만, 그 여운은 길다. 길이 되어 누운 존재의 내면은 말없이도 많은 것을 품고, 많은 것을 전한다. 이 시는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춰 서서,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었던 자신의 시간을 들여다보게 하는 조용한 초대장이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돌아보면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위해 길이 되어주지 못했는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실패한 연극일 뿐입니다
주인공은 커녕 조연도 아니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한
다만 누군가에게 폐 끼치지 아니하고 스쳐지나는 행인이었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 합니다.
좋은 날 되십시요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청에 있을 때 산을 올라 길인 줄 알고
따라갔는데 엉뚱한 곳이라 그 이후부터
표식을 하면서 갔던 기억이 있네요
길이란 인생과 같다고 생각해 봅니다
시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정님!
인생길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 길에도 표식을 하고 다니세요.

언제 돌아가는 길 잊으면 어떡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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