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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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장 승규
추운 겨울 아침, 그와 악수를 했다
손이 따뜻하다
그리 오래 잡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짧은 인사였고
잠깐의 스침일 뿐이었는데
그의 주름진 손끝엔 오래된 무엇이 있었다
그리움 같기도 하고, 아픔 같기도 한
그의 손이 따뜻했던 것은
먼저 내밀어
이웃의 손들을 잡아주었기 때문이겠다
이런 손이라면, 마음도 따뜻해서
누군가의 겨울을
조금은 덜 춥게 해줄 수 있겠다
나는 내 두 손을 내려다본다
너는 누군가에게
이토록 따뜻한 손인 적이 있었던가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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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님의 댓글

The Handshake
/ Sankei Jang
On a cold winter morning,
I shook hands with him.
His hand was warm.
We didn’t hold on for long—
Just a brief greeting,
A momentary touch—
Yet in the creases of his weathered hand,
Something lingered—
Perhaps longing,
Perhaps pain
His hand was warm,
Perhaps because it had so often reached out first,
Grasping the hands of many others.
Such a hand—
Surely, its heart is warm too.
Wherever it may be, it could make someone’s winter
A little less cold.
I look down at my own hands.
And ask—
Have you ever been
Such a warm hand to someone?
(at Johannesburg Study, 2025.06.02)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장 승규의 시 「악수」를 읽고----어느 감상문
시 「악수」는 한 겨울 아침의 짧은 인사 속에서, 인생의 깊은 결을 포착해낸 조용한 시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악수의 순간을 그렸지만,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정과 기억은
오히려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상징하는 듯하다.
“그의 주름진 손끝엔 오래된 무엇이 있었다
그리움 같기도 하고, 아픔 같기도 한”
이 구절은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한 사람의 손끝에 깃든 세월, 그 주름마다 새겨진 누군가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삶의 무게가 짧은 순간 스치듯 전해진다.
그의 손이 따뜻했던 것은 단지 체온 때문이 아니라,
“많은 이웃의 손을 먼저 내밀어 잡아주었기 때문”이라는 시인의 통찰은
그 사람의 삶을 조명하며, 독자에게도 조용한 질문을 건넨다.
“나는 내 두 손을 내려다본다
너는 누군가에게
이토록 따뜻한 손인 적이 있었던가”
이 마지막 구절은 탁월한 전환이자 울림이다.
손을 내민 타인에서, 자신의 손으로 시선이 돌아오고, 마침내 독자의 마음으로까지 뻗어가는 질문이 된다.
단지 시적 화자의 고백이 아니라,
이 시를 읽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울리는 회상의 종소리와도 같다.
이 시는 겨울이라는 배경과 아주 잘 어울린다.
춥고 건조한 계절 속에서 더욱 빛나는 따뜻한 손.
장 승규 시인은 이 짧은 시를 통해
인생의 상처와 사랑, 손의 기억, 사람의 온기를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그려냈다.
악수는 이제 단지 인사의 몸짓이 아니라, 하나의 위로요, 사랑의 증거요,
우리가 서로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깊은 인간적 접촉의 상징으로 남는다.
임기정님의 댓글

저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이었나 되돌아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기정님!
찾아주셨군요.
늘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