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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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거리
최정신
천국으로 가는 거리는 몇 킬로쯤일까
얼마나 먼 거리길래
한 생을 몽땅 투자했음에도 못 닿을까
평생을 헤매도 못 찾은 천국
부질없는 생각이 뇌파를
성가시게 굴어 그만 포기한다
놀라워라,
포기라는 토양에서 초록이 고개를 내민다
그간 찾느라 고생했다며 꽃 매까지 토닥인다
게으른 생각의 나태가 천국이었다니
마음이 농단하는 나침반 같은 건 믿을 게 못 된다
어쩌면 그곳은 푸르렀을 과거형이어서 다녀왔을지도 모른다
생각과 마음의 거리는
모래와 모래 사이만큼도 아니었음을
그러므로 천국의 거리를 계산하라면 0킬로라 답하리
돌아들 처마 밑이 있다는 것은
늙은 산봉우리가 살빛 낮달을 지긋이 품는다는 것은
시선 2020년, 겨울호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2021년 건강과 행운이 문우님들 발길에 머물길 소원합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모처럼 최시인님 시를 만나니, 정말 반갑습니다.
침묵의 시간들 지나온 차분한 어조라서 더욱 아련하네요.
힘든 계절 건강하게 잘 이겨내시고
우리 모두 정겨운 처마 밑에서 환하게
단체사진 찍을 날, 기다리겠습니다.
정신없는 3월이지만 잠시 다녀갑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butterfly effect라고 있지요.
시의 세계에는 서피랑 효과도 있지요.
아랫동네보다 이쪽동네 처마 밑은
조금 더 불안한 나날입니다.
덕분에 마음의 방향키를 안전쪽으로 다잡아 봅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