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외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이종원 김부회 이호걸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정연희 김재준 신기옥  

첫눈 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65회 작성일 21-03-07 12:09

본문

첫눈1

 

이명윤

 

 

간호사가 일러준 대로 빨간 선을 따라갔다

병원에 데려가달라 한 건

처음이었다

 

천천히 동의서에 서명하는 사람은

위험한 눈빛을 배우는 사람

길을 잃기 쉬운 사람

 

잊지 말라고 그어준 밑줄처럼

빨간 선을 따라

수속을 마치고 제자리로 왔을 때

 

무심한 얼굴 사이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앉아 기다려온 사람처럼

한번도 졸음에 닿아본 적 없었던 사람처럼

편안히 졸음을 맞고 있었다

 

어디 가시지 말고 여기 꼭 계세요

돌아오는 길,

두 통의 전화를 했고

잠시 화장실에 들렀을 뿐인데

 

당신은 길고 긴 계절의 표정을

모두 지나, 어느새

황홀하게 졸음에 도착해 있었다

 


수의

 

 

이렇게 함께 누워 있으니

비로소 운명이란 말이 완전해집니다

당신을 향한 모든 절망의 말들이 내게로 와

흰 눈처럼 쌓이는군요

나는 철없는 신부처럼 아름다운

죽음을 얻어 살아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자세의 천장이

지켜보는 봄날의 오후,

문밖에는 꽃과 새들과 바람이 서성이다

돌아가겠지요

 

전신 거울을 볼 수 있을까요

공원 호숫길도 궁금한 날

멀뚱멀뚱 나는 두 눈을 뜨고

거룩한 당신이었다가

우스꽝스러운 나입니다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나는 나로부터 멀리멀리 걸어가야 합니다

자꾸만 삶을 향해 흔들리는 나를 잊으려

당신을 따뜻하게 안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죽음이 슬픔을 우아하게 맞이하도록,

 

태도는 끝까지 엄숙하게,

 

 

-창작과비평2021년 봄호


추천1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공식도 정답도 없지만
서술은 이렇게 풀어가야 하는데...

죽음이 슬픔을 우아하게 맞이하는
학습을 해야하는 어느덧이 바로미터...
더 많이 더 깊게 더 사랑해야 하는데...
좋은시 앞에 묵념합니다.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분한 말씀이지만 고맙습니다.^^;;
며칠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비가 내리고,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기약없는 말이겠지만 다시 뵐 때까지
늘 건강하시길요...

Total 960건 10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10
댓글+ 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7 1 11-20
509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1 11-13
508
웃기는 파도 댓글+ 2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 0 11-12
507
물을 긷다 댓글+ 4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 1 10-26
506
폐플라스틱 댓글+ 3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 10-03
505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0 09-11
504
도마와 생선 댓글+ 1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5 0 08-21
503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3 1 08-09
502
주남저수지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 0 08-02
501
평화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0 07-27
500
나비장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4 1 07-16
499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1 07-08
498
칼의 방식 댓글+ 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6 2 07-03
497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1 06-17
496
임성용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0 06-03
49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7 0 05-26
494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 0 05-25
493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1 0 03-11
492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1 2 05-03
49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1 0 05-02
490
이별 연습 댓글+ 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 0 04-15
489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0 04-02
488
목련 여로 댓글+ 3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2 0 03-23
487
댓글+ 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9 1 03-18
열람중
첫눈 외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6 1 03-07
485
천국의 거리 댓글+ 3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1 0 02-24
48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1 1 01-12
483
식물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9 1 01-10
482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 0 12-10
481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0 0 12-07
480
알람 외 1편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1 12-01
479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 11-10
478
태풍 댓글+ 5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 09-04
477
선풍기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9 0 09-03
47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6 0 09-02
475
고슴도치 댓글+ 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4 0 08-13
474
자본주의 댓글+ 3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0 0 08-09
47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0 07-17
47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0 2 07-13
47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4 0 07-10
470
격리 댓글+ 5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1 1 07-05
469
흰죽 댓글+ 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1 1 07-01
468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0 06-15
467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7 1 06-03
466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1 06-01
46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1 1 05-25
464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8 1 05-12
46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6 1 04-23
462
집콕 22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2 1 04-18
461
타워 크레인 댓글+ 2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1 04-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