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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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로드킬 / 이 종원
혼잡을 피해 들어선 우회 등산로에
꽃비가 내린다
낯익은 향기가 성큼성큼 뛰어와
유리창에 부딪히고 달아난다
여기서 이팝, 저기서 조팝
지저귀는 새는 둥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연습 중인데
꽃 비탈로 굴러 들어간 나의 바퀴는
아카시아 늪에 빠져버렸으며
시속 5킬로미터 속도에도
헤드램프로 몰려오는 꽃 나방과 조우에
오월은 심히 흔들리는 중이다
도로 중앙에서 가까운 곳으로부터 날개를 접고
떼 지어 달려드는 무리에 바퀴도 숨을 죽인다
유리창에 달라붙은 먼지와 얼룩은
지우고 닦아내겠지만
소록소록 쌓이는 아카시아 향기는
벗겨내고 싶지 않다
시간을 놓치고 죽어가는 향기를 끌어안고
바닥에 길게 누운 내 그림자도
아카시아에 밟히고 있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아카시아 향기에 로드킬 당하는 나//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형님의 시향은 너무 진해서 제가 늘 로드킬 당하고 있습니다. ㅎ
그래도 그 향 덕분에 조금씩 시의 맛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회장님!!
서피랑님의 댓글

날이 갈수록 성숙해지는 시인님의 언어에 매료되고 있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건강한 일상 보내십시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오랫만에 인사드리게 됩니다. 이시인님!!! 그동안 제가 창방과 동인방에 경작을 하지 못해서
시의 교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인님의 시에서 은은한 향기와 따듯한 온기를 읽음으로
늘 시에 대한 열정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감사드리며 바쁘신 와중에서도 좋은 시의 꽃을 더 많이 피워주시기를
바랍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아름다운 킬입니다
향기 그윽한 오월도 오늘로 끝이라니,
그 킬 멋져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아름다운 향기도 길을 떠나 이제는 모두 사라져 흔적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 뒤를 밤꽃이 대신하겠지만 떠나보낸 아카시아 꽃잎은 내년 이맘때야 살려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