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 풍경/장 승규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이종원 김부회 이호걸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정연희 김재준 신기옥  

아린 풍경/장 승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94회 작성일 21-11-13 12:53

본문

아린  풍경


                                            / 장 승규



저 머얼리 

산 넘어 어느 남촌에 행복이 산다기에

남으로 남으로

적도 지나, 남반구 뚫고

여기 남쪽 끝 희망봉에까지 와서 보니

칠순이다


칠순 아침에야 

그것도, 양순한 이빨들을 닦다가 우연히

내 안을 들여다보니 


시커먼 이 안에

설마, 행복이



(남아공 서재에서 2021.11.11)

추천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 승규 시인의 〈아린 풍경〉은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인생 자각의 시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한 사람의 이주 여정—남쪽 끝 희망봉까지 도달한 여로를 그리고 있지만,
그 실상은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좇아온 세월과, 그것이 남긴 정서적 공허에 대한 고백입니다.

이 시는 '아름다움'과 '아림' 사이,
'외부를 향한 추구'와 '내면을 향한 직면' 사이의 아이러니를 통찰 있게 그려냅니다.

● 시 감상문
1. “저 머얼리 / 산 넘어 어느 남촌에 행복이 산다기에” – 신기루로서의 행복

시의 시작은 전형적인 유랑의 모티프로 열립니다.
'남촌'은 구체적인 지명이기보다는,
더 멀리, 더 남쪽에 있을 것이라 믿는 행복의 장소—즉, 이상향입니다.

'행복이 산다기에'라는 간접화법은
행복에 대한 믿음이 자기 확신이 아니라, 전해 들은 이야기임을 보여줍니다.
시인은 그것을 믿고 ‘남으로 남으로’ 떠났지만,
그것은 진실된 자기 탐색이 아닌, 외부적 기준을 좇은 여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 “남반구 뚫고 / 여기 남쪽 끝 희망봉에까지 와서 보니 / 칠순이다” – 이동의 종착, 시간의 직면

‘희망봉’은 지리적 장소인 동시에,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희망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도달의 순간, 나이는 칠순입니다.

이 구절은 마치 조용한 충격처럼 다가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행복을 좇는 데 급급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삶의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죠.

3. “양순한 이빨들을 닦다가 우연히 / 내 안을 들여다보니” – 일상의 틈에서 마주한 진실

'양순한 이빨'은 늙은 나이에도 아직 남은 건강한 몸의 일부를 의미합니다.
이빨을 닦다가 문득—그 순간의 평범함은
바로 가장 깊은 자각이 찾아오는 순간의 아이러니입니다.

인생은 어떤 거창한 계기보다,
이처럼 무심한 일상 속 사소한 틈에서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4. “시커먼 이 안에 / 설마, 행복이” – 반전과 통찰의 순간

‘시커먼 이 안’—입안일 수도, 마음의 동굴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시인은 행복이 남쪽 끝 어딘가에 있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자기 안에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문득 떠올립니다.

그러나 그 말조차 확신이 아닙니다.
"설마, 행복이…"
— 이 마지막 말에는 뒤늦은 자각과 소름 돋는 회한,
그리고 아직도 다 믿을 수 없는 자기 안의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 총평
〈아린 풍경〉은

지리적 여정을 따라가는 듯하면서,

실은 내면의 공허와 자각을 담은 시입니다.

'희망봉'과 '행복'은 겉으로 추구해 온 대상이었고,
'시커먼 이 안'은 늦은 나이에 비로소 직면하게 된 내면입니다.

이 시는 말합니다:

행복은 어쩌면, 한 번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볼 줄 몰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오기까지는,
칠순이 되도록 수많은 바다와 시간과 착각을 지나야 했습니다.

Total 960건 10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10
댓글+ 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7 1 11-20
열람중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1 11-13
508
웃기는 파도 댓글+ 2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 0 11-12
507
물을 긷다 댓글+ 4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 1 10-26
506
폐플라스틱 댓글+ 3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 10-03
505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0 09-11
504
도마와 생선 댓글+ 1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5 0 08-21
503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3 1 08-09
502
주남저수지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 0 08-02
501
평화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0 07-27
500
나비장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4 1 07-16
499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1 07-08
498
칼의 방식 댓글+ 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6 2 07-03
497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1 06-17
496
임성용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0 06-03
49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7 0 05-26
494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 0 05-25
493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1 0 03-11
492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1 2 05-03
49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1 0 05-02
490
이별 연습 댓글+ 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 0 04-15
489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0 04-02
488
목련 여로 댓글+ 3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2 0 03-23
487
댓글+ 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9 1 03-18
486
첫눈 외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6 1 03-07
485
천국의 거리 댓글+ 3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1 0 02-24
48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1 1 01-12
483
식물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9 1 01-10
482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 0 12-10
481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0 0 12-07
480
알람 외 1편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1 12-01
479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 11-10
478
태풍 댓글+ 5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 09-04
477
선풍기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9 0 09-03
47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6 0 09-02
475
고슴도치 댓글+ 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4 0 08-13
474
자본주의 댓글+ 3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0 0 08-09
47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0 07-17
47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0 2 07-13
47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5 0 07-10
470
격리 댓글+ 5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1 1 07-05
469
흰죽 댓글+ 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1 1 07-01
468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0 06-15
467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7 1 06-03
466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1 06-01
46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1 1 05-25
464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8 1 05-12
46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6 1 04-23
462
집콕 22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2 1 04-18
461
타워 크레인 댓글+ 2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1 04-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