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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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다
최정신
계절의 변절을 무엇으로 막나
심장이 뚝 꺽이는 슬픔을 누가 알겠나
피고 지던 내력 읽기 전
꽃 몸살 앓던 봄날 두어 달 훌쩍
흔적도 없이 보냈다
하동포구 팔십리 연두 물살 뉘엿한 봄 녘
찔레 풋 순에 입밥 뜸 들여 고봉으로 퍼낸다
저 혼자 잰걸음 내 딛던 벚꽃
후한 인심 쓰듯 너댓짐 싸래기 부려놓고
꿈결인 듯 다녀갔다
떠난 뒤태 야속해
뒤늦은 몸살이 절로 깊다
열꽃이 살며시 이마를 짚어준다
떠남은 남겨짐보다 섧어
햇정 마다하고 꽃 진다 바람 분다
야속한 시간이 죄다 가져갔다
오목가슴 울컥은 재첩국 탓이다
견딜만한 통증은 섬진에 띄우고
텅 빈 가죽 자루 한 채 상행선에 이별을 싣는다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온다 간다 기척도 없이
야속한 봄이 가 버렸네요...흑,
이종원님의 댓글

꽃걸음은 지네처럼 느릴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니 여러 개의 발을 가지고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네요 섬진강 긴 꽃터널을 되새기고 있노라면 첫사랑 이별만큼이나 아련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꽃은 지고 없어도 마음만은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꽃이 여러개의 발을 지녔다니
와^^내면을 투시하는 시안에 깜짝
놀랍니다...그래서 그렇게 내달렸군요
감사합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요즘은 을매나 빨리가는지
봄 멈춰~
저만치서 메롱하는것 같아요
오늘 오는 비가그치면
냉풍기 돌릴날만 남았네요
최정신 시인님 잘 읽었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비 내린 후 날씨가 수정알 같았어요
오늘 노을은 명품 중 명품...
예전엔 흔한 풍경이 요즘은 어쩌다
선심 쓰듯 만나니 더 아름답더군요
고맙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저그들끼리 보듬고 밀치며 아웅다웅 보글보글 재첩이나 잡으며 살아갈 강변과 찔레와 벚꽃 따라 흘러가는 소소한 풍경들을. 어째 웃지방 사람들은 어느 날 문득 꿈처럼 다녀가시믄서, 뭘 대체 자꾸 흘리고 잃어버리고 가시길래, 두고두고 몸살을 하고 시름시름 앓는 데유, 두고두고 그런 눈으로 자꾸만 먼 곳만 멍하니 바라보신 데유,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보듬고 밀치는 저 모습을 사람도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흘리고 잃는 게 참 많은 미욱의 생 ㅎ
당일치기 남도길에 찔레향만
공짜로 흠뻑 마셨습니다
피랑님 부지런한 시의 행보에 감사해요
장남제님의 댓글

텅 빈 가죽자루 한 채
회장님
안녕하시지요?
최정신님의 댓글

들꽃 흐드러진 공원이 천국이라요
비우는 마음이 안녕이겠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