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앞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장미 앞에서
당신의 몸은 독성이 있어 좋아
부드럽고 나른하게 으깨지는 나는
중독이 세습된 관음자(觀淫者)
독을 마시고 싶은 날은
맨살의 문을 열고
죽음을 생각하며 장밋빛
욕정에 사인하지
당신의 몸은
색의 깔 이 있어 좋아
비린 치정을 타설하고
거푸집마다 청춘을
욱여넣었지.
한 모금의 사랑쯤은
불륜이어도 좋아
농염한 밀회는
망측하지만
당신의 몸이 표정을 지을 때
당신의 몸이 색깔을 품을 때
나는 독성을 빨며 뜨거운
寂滅(적멸)을 생각하네.
적멸을 생각할 때 現生(현생)은
자지러지는 육신을 짓밟으며
살아 펄펄 오는 生滅(생멸)인 것을
숱한 낭설의 존재인 것을
알았네
原始(원시)로 기자
살아있음이 경이로운 곳
모로 누운 시간을 일으켜 세워
원시로 가자
몸이 허물을 벗고
욕망을 놓을 때 마음마저
오롯이 풍화되는 것
용맹했던 세월아
발끝을 무질러오는 시간아!
바람이 스쳐 간
기억의 언저리로
돌아가자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바람이 스쳐간 기억의 언저리로 돌아가자!!!
장미꽃 앞에선 선생님의 이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만 같은 냄새가 훅 들어옵니다.
장마와 태풍에서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박용님의 댓글

헉~~ 들켰네. 이제 화려한 걸 보면
지난 날이 생각 날 뿐입니다.
용기도 많이 꺾였고요, ㅎ,
최정신님의 댓글

넘 올만이라...
우리 맘이 넘 멀리 있었군요
녹슬지 않은 필력으로
자주 보니 감사합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페북에서 자주 만나다가니
시마을서 또 뵈니 무진장일랑
좋습니다
장미 앞에서
시 낭독 하고 싶네요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박용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