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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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이 등을 댄 사람들을 품어주는
하늘과 맞닿은 동네
달이 꿈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골목으로
무럭무럭 늙는 이발소가 있다
면도칼의 팽팽한 칼 선 사이로 숨어든
봄 햇살이 깜박 조는 이발소엔
언제나 고집스럽게 다이알 비누 냄새가 난다
베어지지 않으면 날아오를 수 없는
단서조차 없는 세상의 경계를 지우느라
뾰족뾰족해진 날개들
어두운 저녁으로 날아들 때쯤
또 하나의 달이 되는 삼색 네온
알전구처럼 빛나다 사라진
좀체 읽히지 않는 먼 기억의 숲
한 올 한 올 감별해내는 이발사 손끝에
밤보다 더 깊이 뿌리내린
오래된 골목 푸른 발목 위로
접혀있던 푸념들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른다
담장 아래 실금의 거울 안
버려진 화분 위로 밑동이 실한 푸른 잎이
밀랍의 골목을 탁본하고
새벽어둠이 걷힌 골목이 다 들어간 거울 속
어떤 봄 밭보다 따뜻하다
골목은 숲의 습성을 닮아가는 중이다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무럭무럭 늙는 이발소 풍경
이발소라는 말 조차도 고전이 되어 가고 있지요
서정과 감성 그리고 감각이 느껴지는
시인님의 이발소에서 휴일 아침을 머뭅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한뉘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허 시인님~^^
졸필의 글이라ㅎ
풀린 날 다시 집중해 보겠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오랜 단골 이발소가 있습니다. 가끔 사라지면 어떡하나.
생각도 하지요,
아득한 비누향에 머물다 갑니다. 건필하시길요.
한뉘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이명윤 시인님ㅎ
아득한 비누향같은
봄 향기 가득 전해 주십시요~^^
이종원님의 댓글

엊그제 이발소에 들려 이발을 했습니다. 추억거리는 내려져 있지만
사각거리는 가위소리에 추억이 잘려 그 향이 퍼졌습니다.
양 시인님의 글에서 다시 그 잘린 추억을 이어보게 됩니다.
한뉘님의 댓글의 댓글

이젠 이발소가 아닌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릅니다ㅎ
이발소 의자에 올려놓은 나무판 위에서
머리 자를 때가 얼마 전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사라진 풍경입니다
이종원 시인님 덕분에 그 시절로 돌아가 봅니다ㅎ
감사합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깎을 머리도 없는데 받을 돈 다 받는 이발소에서
이발소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뜨면, 하나도 바뀌지 않는 내가
하나도 바뀌지 않은 이발소에 있더군요, 늘.... 거기에
한뉘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앉으면 치러야하는 자리값ㅎ
이겠죠
변함 없는 모습
제 모습도 그리되었으면ㅎ
감사합니다
무의 시인님~^^
성영희님의 댓글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이발소에 가면
하얀 거품 듬뿍 발라 면도를 하던
날카로운 칼날이 생각납니다.
사포날? 같은 긴 천에 쓱쓱 문대서
아버지 턱에 대면 나도 모르게
오금이 저리던......
오래된 그림 같은 아련한 풍경 잘 감상했어요.^^
한뉘님의 댓글

그저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모든 것이 그러하듯 ㅎ
미래조차도 이제는 맞이할 꿈 같으니~^^
그 찰나의 순간들
맥박 쿵쾅거리는 모습들 많이 찾아 내시어
성 시인님의 언어로 숨 불어 넣어
주시구요~^^
감사합니다 성영희 시인님~^^
최정신님의 댓글

길문 열었으니 이토록 고전적인
풍경 들고 자주 만나요.
한뉘님의 댓글

부족한 글이지만
빼꼼히 얼굴 놓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