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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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가게 앞에 꼿꼿하니 전봇대 하나 생뚱맞게 서 있다
글자 한 자가 가려져
성인( )품으로 보였다가 성( )용품 읽혔다 한다
그래도 그 어렵다는 관문을 세 번씩이나 넘었으니
그래도 성인(聖人)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가
다섯 손주를 둔 할아버지니 성인(成人)이지 아닐까 싶다가
호기심에 한번 가보기는커녕 옆을 지나칠 때면
고개를 돌리는 것이 마음 편했으니
성인이 되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그곳에 들어가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나오는 사람을 본 적도 없으니
그만큼 성인이 없는 시대에 살기는 하나보다
그래도 그곳 주인만큼은 성인이지 않을까 싶으니
어떻게 생겼는지도 자못 궁금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단전호흡을 하는지
무도를 하는지
좌우간 무엇으로 도를 닦기는 닦을 것도 같다
언제쯤 나도 성인이 되어
저 주인과 독대하며 술 한잔하는 날 있을지
그 경계가 참 의뭉스럽다.
댓글목록
배월선님의 댓글

그 경계가 의뭉스럽기도 하네요^^
그래도 성인에 이르는 길이라니 ....
허영숙님의 댓글

재미 있으면서도 깊은 시
오샘 시의 매력이지요
오랜만에 오신 듯 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聖인, 成인, 性인, 그중에 하나도 되지 못할까봐 무거워집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이종원시인이 두고가신 화두에 무임승차합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들어가는 사람도 나오는 사람도 없는
성인용품 가게라니
성인이 출입하는 시간은 대체 언제? ㅎㅎ
재밌는 화두입니다~
윤석호님의 댓글

"들어가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나오는 사람을 본 적도 없"는데
망하지 않는 기적의 '성인 시대'에 살고 있는 듯 합니다.
함 들어가 볼려해도 아는 사람 만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