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아내가 라일락 나무를 심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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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아내가 라일락 나무를 심자고 했다
이명윤
그때 마당 나뭇가지에 얼굴이 긴 새 한 마리 웃고 있었다. 이문세. 라일락 꽃향기를 맡고 싶다고 했다. 바람에 묻어오지 않아도 버스 창가에 흔들리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라일락 향기. 혀를 둥글게 말고 라일락, 라일락,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의 라일락. 가슴이 보일락 말락 비치는 날. 꽃향기에 코를 파묻고 싶다고 했다. 봄바람이 들락날락 거리는 날. 꽃향기에 흠뻑 젖고 싶다고 했다. 저만치 가로수 그늘 줄 맞추어 걸어오는 날. 라일락 나무를 심자고 했다. 그녀가 라일락 꽃향기 따라간다. 이문세 등을 타고 구름 속으로 날아간다. 라일락, 라일락, 나는 이렇게 여위어 가는데 그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묘목 사러 간다.
-계간 『삶이 보이는 창』 2019년 봄호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나무를 심듯 꽃을 심고 향기를 심고 또 사랑을 심고 노래까지 심어놓으면
언제라도 어느 방향에서도 시편 한편씩은 뚝뚝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시에서 짙은 라일락 향기가 너무 강해서 저도 묘목 한 그루 사러가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석호님의 댓글

보일락 말락 할때 가슴이 터질락 말락..
읽으면 자동으로 음악이 깔리는 유쾌하고도 봄스러운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늘 긍정의, 갈라파고스 군도 같은
특유의 말법이 서식하는 시들.
시와 사람이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