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직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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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직조하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 맞은편 의자
운 좋게 앉은 중년 여인이 뜨개질을 시작했다
손자 모자일지 남편 조끼일지 알 수 없으나
한 코라도 놓치면 코가 어긋나 풀어 다시 짜거나 해야 하여
집중 초 집중이다
그 손놀림이 마치 초침처럼 정확하기도
일사불란하기도 하다
직조되는 뜨개실이 시간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금세 한 눈금씩 쌓여가는 시간
끄덕끄덕 졸았던 나를 생각한다
저 소중한 시간을 맥없이 흘려보내면서도 보지 못했던 초침들
삼십 분쯤 지났을까 내려야 할 시간인지 주섬주섬 시간을 챙긴다
한 뼘 남짓 직조된 초침들
보드랍고 보송보송한 시간 들
있는 듯 없는 듯 흘려보냈을 초침들을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가슴에 보듬고 내리는 걸음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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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현대문예 (봄호)
임기정님의 댓글

코바늘 뀐 것처럼 한 행 한 행
맛나게 읽었습니다
오영록 시인님 어엄지 척
최정신님의 댓글

초침이 어느덧 여름을 데려다 놓았네요
푸르름 속에서 모자는 꼭 쓰고 땅과 연애 하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