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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맛집 옆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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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13회 작성일 23-12-12 09:32

본문

맛집 옆집

 

이명윤

 

 

 

긴 줄을 기다릴 수 없어 간

옆집은 한가하고

옆집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마음을 고쳐먹고 일어서려다 마침

물병과 메뉴판을 들고 나오던

주인 여자와 마주치고 말았다

눈이 마주칠 때 세상은 수평이 된다

우리는 동시에 앉았고

어른들이 읽는 동시처럼 무척 슬펐다

 

황량한 사막에서

조용히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낙타가 멀뚱 큰 눈을 굴리며 창밖을 지나갔다

옆집은 억울하여

깊은 한숨으로 가득 차 있다

주문한 음식을 하나 둘 내려놓고

먼 나라 여인처럼 돌아앉은

옆집의 등을 본다

 

누군가 찾을 때마다

수학 문제 정답처럼 알려 준 맛집의 옆집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여자에게

숟가락을 든 채 돌아보며 나는

찌개가 참 얼큰하고 맛있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고 대신 눈이 시리도록

차가운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한 번도 맛집이 되어본 적 없는

옆집의 날들이 있다

 

나도 맛집 옆집에 산다

 


 

-계간시와사람2023년 겨울호, 신작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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