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가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붉은 가을 / 이 종원 |
가을을 관통한 오후 3시 |
해가 기우는 각도에 비례해 |
제한을 훨씬 벗어난 속도로 시간을 샀다 |
북상하는 가을을 따라잡으려는 |
최소한의 예의 |
소양호 만찬은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 |
정오에 양수리를 지나갔다는 후문이다 |
펄떡거리는 은빛 비늘로 보아 |
시를 낚는 눈빛이 프로가 분명한데 |
단풍의 추종자들은 |
일어설 기색이 없다 |
향기로운 약주가 눈앞에 있으니 |
허기진 시심을 적시고 가렴 |
달팽이관을 맴돌고 가는 메아리가 |
소싯적 사랑 고백처럼 울렁거린다 |
잠시 꿈꾸는 사이 |
땅거미를 끌고 도착한 웃버덩 사립문 앞 |
큰 바위 얼굴 같은 웃음들이 소란스럽다 |
단풍에 솔잎에 오솔길까지 일 순배 돌아 |
취한 가을이 어둠 속에서 붉었다 |
나의 가을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이종원 시인님!
이 시 참 좋은데요. 더 말이 필요없습니다.
가을은 그렇게 붉다는 말 한마디에 다 담긴 것 같습니다
담에는 일찍 오셔서 사람좋아 보이는 얼굴
많이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참말인 것 같습니다
미리 포기했다면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겠지요..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 서로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여
활활 타오르던 순간이 사진처럼 박혔습니다
담에는 꼭 그러하겠지요... 오고가던 정담과 발전을 위한 토론, 가을이 적적히 배여 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香湖님의 댓글

늦게 오면서 볼 것은 다 보았네 ㅎㅎ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앞 차가 가지를 못하고 길을 떡하니 막고 소풍을 나왔으니 어쩌리요.
쉬엄쉬엄 어두워지면 볼 수 없는 가을을 끌여들어 사랑의 밀어라도 나누어야지요...
형님 그날 수고 많으셨습니다. 구워주신 괴기는 정말 입에서 녹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잠시나마 뵈었지만
한참 뵌듯한 느낌이 드는건
너무 늦지 않은 계절에 만나 그런가 봅니다
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어깨를 주물러주던 두터운 손, 그 손에 가득 들은 뜨겁고 정다운 마음 다 읽었습니다
곁에 있으면 푸근해지는 마음은 그 친근하면서도 우직한 한결같은 마음 아닌가 합니다
늦지 않았다고 등 두두려주시니 담엔 더 일찍 다가서렵니다. 고맙습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약주도 안 드시는 분이...^^
가을에 취한 듯........................
가을이 깊습니다......좋은 시 많이 빚는 가을 되시길...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약주에 취하시는 분 곁에서 그 흥을 잠시 훔쳤습니다. 가을은 가을의 맛이, 쓸쓸함도 더한 맛이,
뭔가에 쫓기는 것 같기도 하면서 그냥 놓아버리고 싶은 맛이. 짙은 것 같습니다
언제 한번 취해야지요?? 부회 쌤!!!!
김용두님의 댓글

저는 갔다와서 시 한편도 못 건졌는데,,,,,
시를 읽으니 그날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또한 금쪽같은 좋은 비유를 공부하고 갑니다.ㅎㅎ
큰 바위 얼굴, 달팽이 관, 취한 가을, 붉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이라도 건지시면 되지요 ㅋㅋㅋ 시인님의 깊이는 또 따로 준비되어 있을테니까요...
오면서 동행이라 좋았고요 또한 대화가 있어서 좋았고요 그리고 졸음방지까지 해주셔서 더 좋았습니다
너무 무섭게 운전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래도 같이 취했으니 이해 하시겠지요???? 감사합니다.
고현로2님의 댓글

단풍이 얼굴에 들어 붉었었는데
어둠이 냉큼 덮어줘서 못 보셨을 듯...
붉은 계절에 다시 뵈어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그랬군요. 나는 수줍어서 붉어졌는가 했는데...
그래도 바리톤의 목소리는 붉었습니다. 아마 하얀 계절에 다시 뵐 듯한데...그렇지요???
최정신님의 댓글

잠깐 다녀간 웃버덩에서 큰 소출을 얻었네요
오래 머물어도 빈 손에 반성 ㅎ
이시인의 가을은 지각 아니라 선두였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지각이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늘 짧은 시간만 얹었기에 미안했는데... 지난 가을엔 그나마도 잘라먹어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럼에도 한마음이 된 시간이라 저 또한 뜨겁게 붉었습니다
좋은 분들과의 시공을 공유한 연유가 아닐까 합니다. 돌아오면서 머릿속에 머물던 단어들을 조합해 보았을 뿐입니다
달려가면서 눈속으로 들어오는 아릿한 풍경과 그저 머물기만 해도 훈훈한 사람들!!!!
향기로운 가을이었음을 다시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