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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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섬
섬에서 태어났지요
신촌 행 직행버스를 타고 주말이면 늘 다리를 건넜지요
그게 꿈인지
운명인지는 잘 몰랐지만
가출은 아니었어요
엄마를 두고 어딜 떠난다는 건
모험이었지요
순진한 중학생 이었어요
찻집도 텍사스촌도,
미국 어딘가 조그마한 섬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늘 친구들이 낯설었어요
서울말 쓰는 내가
그들도 낯설었을거에요, 아마도
그 섬이 어딘가 아득한 곳에
있을 것이라는 낯 섬,
섬에서 태어난 난 모든 것이 낯설어요
손에 움켜쥔 일본 연필과 물감
그리고 서울말을 쓰려고 애쓰는
이쁜 누나들의 노력과
밤이면 어김없이 쏟아져
웅크린 골목골목을 붉게 밝혀주는
유흥가의 눈빛도,
낯설어요, 내가
난 섬에서 태어났어요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이모댁이 주내라는 곳이었어요
방학이 되어 놀러 가면 딱 저런 풍경이 있었어요
싸이키 조명이 새 나오고 현란한 여인들 옷차림
코 큰 이국인들 취중 고성...낯설었어요, 풍경이
섬 남자의 낯선 첫 경험이 낯 섬이 되었군요, 기시감에 젖습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시원한 박카스 한 병 같은 박커스님.
저도 바쿠스 주님을 숭배하는데 같은 종교라니요.
소이작도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물때가 되니
바다 한가운데서 풀등이라는 모래섬이 솟구치데요.
서해의 물이 그리 투명한지
나폴리가 유명하다는데 풀등에 명함이나 내밀 수 있겠는지
무척 많이 놀랬습니다. 낯 섬처럼요.
더운 날 시원필~ 하세여^^
허영숙님의 댓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섬이 낯 섬이에요
친화력이 없어서 낯 섬에는 홀로 고독해지지요
재미있게 풀어 쓴 낯 섬에
저도 잠시 머물다 갑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영업을 30년 동안 해온 저도 아직 낯을 많이 가립니다.
좌중을 이끌고, 유머를 만들어내고, 앞장서서 무언가를 꺼내고 하는...
그저 조용히 그 섬을 보고 느끼고 감상하는 것으로 끝내고 싶은.....
그러나 누가 그러데요,....당신만의 섬을 가지고 있다고,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낯을 낮으로 밝힐 수는 없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더운데 시원한 상상의 섬으로 들어서겠습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오우~ 잘 지내시죠...
외모보다더 낯선 낯 섬
깊어 좋으네요..
임기정님의 댓글

낯섬
박수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