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폭설[퇴고]
구름 무등 지나 무한 광야를 건너온
저 목화체 밀떡은 누가 보낸 은총일까
잠시 잠깐 머물다 떠날 육모의 애절
거리에 바닥에 나뭇결에 흔들리는 덧창에
구름 수제비 켜켜이 허기진 공복을 채운다
천 필 옥양목으로 누빈 지상의 수의에
그림자 드리움도 죄가 되는 날,
시류의 난파선이 길을 잃고
눈먼 자들이 안개 속을 헤맨다
정수리에서 뒤꿈치까지 빈 맘에 채운 간절함이
만년설로 박제된다
가장무도회 천사의 날개로
길 잃은 탕아의 눈물을 닦아 주고
지상의 오류와 슬픔을 찬란으로 덮는다
비굴과 절망으로 질척거리는 거리에
빙점의 총구를 겨눈다
한 사나흘 은빛 옥고에 갇혀 길을 지워도 개으치 않겠다
폭설
구름 무등 지나 무한 광야를 건너 온
저 목화체 밀서는 누가 보낸 밀서일까
잠시 잠깐 머물다 떠날 육모의 애절
거리에 바닥에 나뭇결에 흔들리는 덧창에
구름 수제비 켜켜이 세상의 공복을 채운다
천 필 옥양목으로 누빈 지상의 수의에 그림자 드리움도 죄가 되는 날
시류의 난파선이 길을 잃고 눈먼 자들이 안개 속을 헤맨다
정수리에서 뒤꿈치까지 빈 맘으로 간절한 소망이 만년설로 박제된다
가장무도회 천사로 오신 그대,
민중의 눈물은 침엽에게 부탁하고
지상의 오류와 슬픔을 찬란으로 덮는다
한 사나흘 은빛 옥고를 치뤄도 개으치 않겠다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매서운 겨울 밤은 아침이 되면 부끄러워질지도 모를 용기가 불끈 합니다
시가...시가...시물시물 게으름에 채칙질을 해서, 벌서고 있는 나날입니다
넉두리 주변이나 맴 도는 글 한 편 놓습니다
다녀가시는 님들 멋진 겨울 추억 페이지마다 채우세요^^
이종원님의 댓글

가끔,
갇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젊을 때 가져보았던 일탈이 생각나서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폭설에 갇힌 시와 동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도 없는 산 속 오두막에 폭설로 갇혔을 때
시집 한 권과, 소설 한편 정도는 탈고하지 않을까 하는 무모한 생각이 염치없이 꼬리를 치겨세웁니다
시간을 벌었으니 저도 얼른 시 한 편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댓글을 읽으니 어느 시인 한계령 연가란 글이 뇌리를 스칩니다
애인과 갇혀 나오고 싶지 않은게 아니고
시집, 소설 한 권...천상 내세를 만나도 시인이겠습니다
실제 일탈은 여건이 허락칠 않을 테니 간접일탈도 나쁘지 않은 상상...
늘 고맙단 인사는 상투적이기에...늙지 마시라고요 오~~~
香湖님의 댓글

온기가 다 빠져니가 손시리고 발시린 동인방 댓빵께서
일찌거니 나오셔서 동상들 추울까
몸 덥히라고 불 피워놓고 간식꺼리도 놓고 가셨네요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좀 시리긴 하지만ㅎㅎ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동인방 구들을 뜨시게 데워주는 향호님께 늘 응원 합니다
말 수 적고 섬세한 마음 씀에 감살려면 다음 가을 예약해야 하는데
이 겨울이 떠나기 전 벙개에 함 갇혀 시린 간식 데워 볼까요 ㅎ
허영숙님의 댓글

어딘가에는 폭설이 내리고
가면무도회도 하고 음악도 있는데
여기는 바람만 왜이렇게 지독하게 불어대는지요
잠시 들이밀고 가는 자식처럼
눈발이라도 잠시 보였다갔으면 하는 날입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몇일 전 오후 서 너시 경기 남부를 온통 뒤 덮은 폭설은 두려움까지 동반했어요
순간 세상이 하얗게 질리더군요...차라리 내가 눈이 되어 스미자로 위로를 받았던...
겨울은 낭만적 풍경이 있어 견딜만 하다면...아직 철 들라면 멀었다 하겠죠? ㅎ
오늘...밖은...냉동실...창방 여기 저기 나들이도 이런날의 진수죠, 고마워요.
산저기 임기정님의 댓글

폭설을 읽으며 제 마음이 눈 속에 폭 빠지는
아니 시 속에 폭 빠져 있습니다.
폭설이라 하면 덜컥 겁부터 나는데
시 속의 폭설
출렁이는 은빛처럼 빛나는 것
어휴 너무 아부하려니
아고 가려워
눈밭에 뒹굴다 갑니다.
앗차거
떼구르르~쿵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구르는 소리가 우뢰처럼 요란해 풋잠 깨고 말았네
우리가 남이가 ㅎ 아부 같은거 하게...
그래도 귀여운 아부 접수할게요
반려 가족과 보내는 겨울밤은 포근하리라 믿을게요
추위가 매 발톱이니 꽁꽁 싸매고 다녀요.
폭설 /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 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ㅡ주민 여러분! 삽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 잉!
눈이 좇나게 내려 부렀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버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ㅡ워매, 지랄나부렀소 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 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버렸다
좇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 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ㅡ주민 여러분! 어따 귀신이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좇돼버렸쇼잉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해학이 걸죽한 폭설, 이정도는 되야 폭설이라 하겠죠.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큰 그림자 아래 금방 녹아버릴 졸글 하나 얹어 놓습니다
폭설
엄니, 괜찮은 겨?
그래 아직은 괘않다
엄니, 어때요?
많이 오긴 오는데 좀 있으면 안 그치겠나
엄니, 아직도 오는겨?
야야, 우짜면 좋노, 하늘이 미칫다
엄니, 눈 그쳤는겨?
그치긴, 살다 살다 이런 꼴은 첨이다
엄니?
나, 안 죽었다. 살아 있은께
작작해라, 전화요금 뭉테기로 쏟아질라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시인의 고향은 강원도.
지형상 강원 내지의 겨울은 사람 키 만큼 눈이 쌓인다
긴 겨울을 옴짝달싹 못하고 생필품까지 끊기는 단절에 묻히고 만다
객지의 아들은 일기예보 뉴스로 고향 엄니 안부에 애가 탄다
애꿋은 전화 통화에 매달려 안절부절을 건넨다.
불편한 엄니는 또 아들이 걱정이다
한 때 시외통화료가 폭설인적이 있다
엄니는 아들을 아들은 엄니를...
말로 다 토해낸다고 사랑을 확인하랴?
시인의 '단풍놀이'가 그렇듯
'폭설' 또한 지극한, 무량한' 사랑이 폭설이다.
여백을 가득 채우는 진경을 읽습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계절의 성찬이.....때로는 계절의 심술로 보이기도 하고....
어느 날 보면, 나와 관계없는...식탁이 되기고 하고
머물러 있다보면, 그 지근거리에 분명 있을 것 같은 사람은
내 눈먼 원근감의 사정거리를 벗어나
이른 아침을 떨구고 간....엄격한 타인, 타인의 흉내를 내는 타인
==================
폭설이 풍경이 됩니다.
풍경아래 저미는 세월의 기울기만 어깨를 툭...떨구고 갑니다.
좋은 작품
김포신문에 옮겨 갑니다. 담 주.......
건강하시구요.선생님.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오늘 소나무에 쌓이던 눈이 풀린 날씨로 침엽이 흘리는 눈물 같았어요
그래도 겨울 낭만은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철딱서니랍니다.
이젠 평론의 반열에 거목이 된
김시인 안목에 누가 되지 말아야 할텐데...고마워요.
박커스님의 댓글

점점 더 젊어지시는 최선생님, 화이팅!
최정신님의 댓글

역사의 고장을 지키는 시대의 종합예술인,,,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