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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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파일럿이었다
창공을 휘 날아보고 싶었다고
구겨지는 자존심을 쓰다듬어 내려가던 손길이
식판을 건네받는 짧은 순간
넌즈시 전해주고 간다
조심스런 이방인의 눈에 비친
식어버린 열망과 회한으로 가득찬 눈빛
그 생의 여로중에서 * 이곳까지의 추락은
예정에는 전혀 없었던 항로 이탈이다
이곳에 서서 보면
다시서기란 그다지 어렵지도 않을 듯
다만
선 채로 오롯이 홀로서기가 쉽지않아
넘어지고 일어서기가 반복될수록
헤져가는 옷섶에서 떨어져나가는 단추들을 따라
잃어서는 안될 것들이 툭, 툭, 떨어져나간다
돌아보면 어느새 참 많이도 걸어온 길
패인 족적마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찾기 위해
오늘도 한 술의 밥을 뜨며
홀로 일어서기를 준비한다
*갈월동 노숙인 다시서기센타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미숙님!
좋은 시로 뵈니, 더 반갑습니다.
더는 잃어서는 안될 것들
툭, 툭, 떨어져나가서는 안 될 것들
건강도 그 중에 하나겠지요.
더운 날씨에 조심하세요.
임기정님의 댓글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갈월동으로 모여든 노숙인들
IMF 때 부도나고 해고당하고
천차만별의 사람들이지요
그분들이 자립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겨야 할 텐데
참 마음 아픈 시입니다
박미숙 시인님
시 잘 읽었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

노숙인 다시서기센타에서 봉사활동 다시 하시나요?
코로나 때 중단되었던 밥 봉사가 이제는 다시 이어지고 있는 듯
센타에서 열심히 봉사하시던 미숙님 모습이 떠오르네요~~
편안한 주말 저녁 되시고 새로운 한 주도 화이팅하세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미수기님,
갈월동 다시서기 센타 봉사 다시 시작하면 꼭 부르라요.
미약한 몸이나마 한 몸 보태리다.
여기다 댓글 달았다고 또 뭐라 할라 얼른 도망가자 후다닥~~~~~~~~~~~~~~~미안요. 봐주이소
허영숙님의 댓글

노숙인 센터에서 고생많았지요. 박미숙 시인님
시마을 이름으로 했던 일중에
늘 미숙님이 있었어요
무의(無疑)님의 댓글

그래요.
지난한 생을 위로한답시고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에 비하겠어요.
아직도
거기서
여전히
밥을 푸는 손가락이 詩겠지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