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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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성영희
여자도 여자만에 가면
무성한 갈대숲을 배꼽 삼아 흘러나간
길고도 부드러운 갯벌을 만나지
가느다란 허리와 풍성한 가슴의 여자가
갯골에 누워 있지
부리도 없는 새꼬막과 바지락들이
해안선처럼 아름다운 물결을 몸에 두르고
여자만 연안을 관리하지
망망대해를 등에 업고
광활한 갯벌과 대해를 관리하는 것이
사람도 문명도 아닌 고작
바지락과 꼬막, 멸치와 전어 같은
회유성 어족들이라니
거대한 무리로 반짝이는 멸치떼를 보면
그 옛날 바다의 용이었다는 미르가
은빛 불기둥을 뿜는 것만 같지
저 질퍽거리는 갯벌 어디에
반짝이는 비늘들을 품고 있기에
회유어족들은 한결같이 은빛으로 찬란한 것인가
여자만에 와서는 어떤 탁류도 정화되지
물고기만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는 듯
하얗게 풀어헤친 갈대꽃 숲 사이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군무
오후의 문을 열고 마실 나온 황발이 가족들이
붉은 집게발을 치켜들고 환호하지
갯벌은 서식을 낳고
서식은 갯벌을 키우는
저 무한한 생태 순환의 법칙
여자는 몸이 따수워야 혀,
꼬막 캐던 여자가 허리를 펴면
점토질의 허벅지가 장어처럼 꿈틀거리지
콧등이며 뺨에 묻은 침전이
여자를 관리 중이지
시집 <귀로 산다>
성영희
여자도 여자만에 가면
무성한 갈대숲을 배꼽 삼아 흘러나간
길고도 부드러운 갯벌을 만나지
가느다란 허리와 풍성한 가슴의 여자가
갯골에 누워 있지
부리도 없는 새꼬막과 바지락들이
해안선처럼 아름다운 물결을 몸에 두르고
여자만 연안을 관리하지
망망대해를 등에 업고
광활한 갯벌과 대해를 관리하는 것이
사람도 문명도 아닌 고작
바지락과 꼬막, 멸치와 전어 같은
회유성 어족들이라니
거대한 무리로 반짝이는 멸치떼를 보면
그 옛날 바다의 용이었다는 미르가
은빛 불기둥을 뿜는 것만 같지
저 질퍽거리는 갯벌 어디에
반짝이는 비늘들을 품고 있기에
회유어족들은 한결같이 은빛으로 찬란한 것인가
여자만에 와서는 어떤 탁류도 정화되지
물고기만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는 듯
하얗게 풀어헤친 갈대꽃 숲 사이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군무
오후의 문을 열고 마실 나온 황발이 가족들이
붉은 집게발을 치켜들고 환호하지
갯벌은 서식을 낳고
서식은 갯벌을 키우는
저 무한한 생태 순환의 법칙
여자는 몸이 따수워야 혀,
꼬막 캐던 여자가 허리를 펴면
점토질의 허벅지가 장어처럼 꿈틀거리지
콧등이며 뺨에 묻은 침전이
여자를 관리 중이지
시집 <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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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여자만
와서 보라는 줄 알았네요.ㅎ
자주 오세요.
붉은 집게발을 치켜들고 환호합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여자만 이라는 곳이 있었군요
저도 여자만에 가서 혹시 알아요
따수한 여자 만날지
귀한시 잘 읽었습니다
하올로님의 댓글

아래 무의님의 ‘고창 지나 영광’이나
시향님의 ‘백양사’나 다 저의 나와바리인데...
오늘 성영희님의 고흥과 여수를 좌우로 두고 벌교, 순천에 닿아 있는 ‘여자만’은
제 고향이기도 해서..
이 게시판이
제게는 다들 옆집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다움으로 가득합니다.
제어창님의 댓글

여자만 인사동에서도 봤지요 술집
기분 좋게 술 마셨던 기억이...
진짜 여자만이란 곳을 가면 더 즐겁게 한 잔 할 수 있겠지요
성영희 시인님의 시를 떠 올리며...
이시향님의 댓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