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절에 대한 단테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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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절에 대한 단테의 보고서
김부회
추락한 구름이 땅에 박혔어, 하필이면
하이힐 뒤축이 그 구멍에 빠졌지, 그 여자
짧은 치마 출근길 전철 앞자리 힐끔거리는 녀석 때문에
밑단을 끌어내리다 그만 훌러덩
그런저런 과거가 있는 여자야
아침에도 빵빵 고대기로 뒤통수 볼륨 만들다 죄 뜯겼지
머리카락, 그래 좀 더 희화적으로
구름 전자야 그 고대기 회사 이름이
여자와 구름, 뭐지? 뭐가 닮았지? 그래
쉴 새 없이 변하는 거야
바람 탓이라나 뭐라나, 가끔
성질나면 열대성 스콜을 퍼붓는
세상에! 구름이 추락하는 사건도 유사 이래 처음이지만
슬러시 빨대쯤 되는 그 구멍에 그 여자
뒤축만 빠진 것도 나름 매우 정확한 겨냥이지
쳇!
나는 아직 장가도 못 간 가늠자 고장 난 총인데 말이야
자! 이쯤 되면 구름, 땅, 구멍 모두가 혐의자라고 볼 수 있지
구름은 추락한 죄 땅은 거기 있는 죄 구멍은 뚫린 죄
뒤뚱 여자가 법원으로 갔고 판사는 고민했지
솔로몬 법대를 나온 유능한 금테가 판결을 내렸지
경위와 이유를 공학 계산기로 두드려본 결과
세상을, 태초 이전으로 돌린다는 거야
이런 경우를 위해 추락할 수 있는 구름을 만들겠다는 거야
1장 1절을 다시 쓰겠다는 거지
원인 행위는 구름에 있다는 거지
아! 이제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 그냥, 토가 나는 거야
여자도, 구름도, 땅도, 구멍도, 뒤축도 간단하게 섭리라 하면 되는데
뭐로 세상을 거꾸로 돌려
돌리면?
돌아가나?
현상은 학(學)이 아니잖아
그나저나
이 판타스틱한 토악질은 언제나 멈추려나
*단테 : 이탈리아 시인, 저서 [신곡] 외/ 헤겔의 정신 현상학에서 일부 사유 차용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쉴 새 없이 변하는 속성이 같은
여자와 구름
그 탓까지 같아. 바람 때문이라나.
1장 1절을 다시 쓰면
<신곡>도 변해.
가늠자 고장난 총 탓이라나.ㅎ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불안의 정동이라고 해야 할지...아니면
풍유에 의한 정신 불안을 야기하는 것인지..
할 수만 있다면 1장 1절을 다시 쓰고 싶은 요즘입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제어창님의 댓글

5월 마지막을 멋진 시로 장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6월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뵈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멋진 시는 아니구요^^;;
그저 마음 가는대로 질러 본.....
감사합니다.
이시향님의 댓글

대단하세요
저는
이제 긴 시를 잘 못쓰벴습니다ㅠㅠ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짧게 쓴 시가 좋은 시, 긴 시는 중언부언에 횡설수설입니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