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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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강
저기를 지날 때까지 영산강은 아직 영산강이 아니다
버드나무 숲이 있는 곳
그때 나는 청동의 나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두드려야 할 대못으로 보였다
술과 밥과 내일이 쉬워 보였다
그러다 한 여자에게서 금강종에 부딪친 것처럼 심장소리가 턱없이 맑아져서 어디선가 은빛 피리들이 모여들어 놀았다
겨울이 얼음장으로 눌러놓아도 설익은 고구마처럼 자맥질이 뜨거웠다
그러면 물비늘은 반짝여 버드나무는 황금가지로 물들고 그 잎으로 너무나 많은 셈을 치르며 살아왔다
저기쯤이었을 것이다
늦은 오후의 빛들이 흘러가는 곳
노을 속에 한 여자에게로 뛰던 은심장을 묻었던 곳
어린 강은 저기를 지나 비로소
바람이 흔들어도 황돛을 단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장강이 되어 흐른다
댓글목록
하올로님의 댓글

시간이 오래 지나
이제는 어디 시골 점빵 같은 곳에서도 사용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불태워버릴 수도 없는
너무 만지작대어 칠이 벗겨진 백동전 같은...것들....
여기..동인의 시...돼지저금통에 넣어 놓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재준님!
양고문님이 이 곳 시마을은 꼭 지키는 방안을 찾겠다고 하셨습니다.
세세대대로
그 백동전
여기 '동인의 시'에 저금해 두시면
이자는 몰라도 원금은 보장합니다.ㅎ
내 은심장을 묻은 저 숲
저기를 지날 때까지 영산강은 아직 영산강이 아니다.
그냥 어린 강이다.
-좋아요
제어창님의 댓글

돼지저금통에 동전이 쌓이는 걸 보는 재미도 좋을 듯합니다
6월도 즐거운 일들 많이 생기시길 바래요~~
무의(無疑)님의 댓글

과부 장모 논뙈기 좀 홀칠까 싶어 차를 몰다
극랑강역에 빠진 적 있지요.
'늦은 오후의 빛들이' 졸고 있었습니다.
'한사코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머리를 곧추 세우며 떨고 있'는
풍향계는 없어서
담배를 비벼끄며 오래 궁리했지요.
그야말로 '청동의 나이'였는데, 고작 그랬지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