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예비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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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1968. 12.5. 경향신문 1면.
향토 예비군의 노래
이명윤
나의 아름다운 먼 나라에는 노랑 스카프를 휘날리며 스쿠터를 타고 가는 삼거리다방 누나와 벙거지를 깊게 눌러쓰고 큰 쇠가위를 찰랑거리는 호박엿 장수와 공산당보다 더 무서웠던 동네 우물귀신과 산하고 하늘하고 누가 더 푸른지 몰라도 좋았던 날들이 삐뚤삐뚤 긴 목을 가진 골목을 끼고 사이좋게 어울려 살았다
어느 누구도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나지 않았지만 낡은 삼 층 교실 유리창 너머 그 장엄하고 씩씩한 노래가 갈매기 날개처럼 울려 퍼지면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친 저잣거리엔 때 이른 술판이 벌어지기 일쑤였고 당산 풀숲에선 멧새가 새벽종이 칠 때까지 길게 울었다
-시집『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걷는사람, 2024)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사진은 제가 태어나던 해,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사입니다.
사이트 접속이 불가하여, 자주 방문할 사정이 못되니 많은 양해바랍니다.
동인 여러분 건강한 여름 나십시오~
임기정님의 댓글

오랜만에 들어 봅니다
오랜만에 써 봅니다
우리는 민족.
어제의 용사들이.
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더위 건강 조심하세요
장승규님의 댓글

이명윤님!
당산 풀숲에선 멧새가 새벽종이 칠 때까지 길게 울었다
그렇게 길게 울었군요
정겹습니다.
삼거리다방 누나도.ㅎ
일터에선 사이트 접속이 불가하더라도
집에서는 잠시 들러
좋은 시, 자주 놓고 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

국민 교육 헌장 국민 체조 국민 학교
모두가 자랑스러운 국민이던 시절 그렇게 되어야 했던 시절
참 그 시절도 오래 되었군요~~
허영숙님의 댓글

재미있고 울림을 주는 시,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주신 시집은 틈 날때 보고 있습니다
이시향님의 댓글

예비군 훈련 가던 젊은 날 그립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예비군 지나, 민방위 지나, 어느 한적한 해안이나 지키며 살 줄 알았는데
여전히 오늘의 전사로 남아
아직도 전사로 남아
아직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