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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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
/장승규
바람은
이쯤에서 주유를 해야 한다
이 봄을 다 건너려면
그는 바라는 게 더는 없대요
이 계절을
절룩거리지 않고 건너는 것 말고는
그러고는
한동안 말이 없다
야윈 당신 생각이
다시 빗 속에서 일렁거리는 까닭이겠지요
(잠실에서 2024.03.26)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누군가를 보내는 슬픔보다
야윈 그 모습이라도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더 슬픈
봄입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감상문: 절룩거리지 않고 계절을 건너는 마음 – 장승규의 〈잠수교〉를 읽고
장승규 시인의 〈잠수교〉는 계절의 문턱에서 겪는 내면의 사유와 감정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건네는 작품이다. 봄이라는 계절을 배경 삼아, 시인은 고요한 감정의 흐름과 아릿한 기억의 그림자를 짧은 언어로 정교하게 포착한다.
첫 연의 “바람은 / 이쯤에서 주유를 해야 한다 / 이 봄을 다 건너려면”이라는 구절은, 마치 시처럼 인생도 어느 순간 멈추어 숨을 고르지 않으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없음을 암시한다. ‘바람’이 주유를 한다는 의인법은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자연의 리듬에 인간의 감정을 겹쳐놓는다. 이 ‘봄’은 단순한 계절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통과하고 넘어가야 하는 생의 국면처럼 느껴진다.
“그는 바라는 게 더는 없대요 / 이 계절을 / 절룩거리지 않고 건너는 것 말고는”이라는 구절은 이 시의 핵심이다. 욕망의 최소화, 그저 ‘절룩거리지 않는 것’만을 소망하는 자의 마음. 이 구절엔 병든 자의 희망이 있고, 슬픔에 지친 자의 체념이 있으며, 동시에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다. 고통을 줄이려는 바람은 오히려 더 큰 삶의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고는 / 한동안 말이 없다”—침묵의 시간은, 이 시에서 매우 큰 울림을 준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시인의 방식이다. 독자는 그 침묵 속에 잠긴 감정의 깊이를 스스로 읽어내야 한다.
마지막 구절, “야윈 당신 생각이 / 다시 빗 속에서 일렁거리는 까닭이겠지요”는 시 전반에 깔린 정조를 결정짓는다. 이는 과거의 누군가—떠나간 사람일 수도, 사라진 시간일 수도, 혹은 잃어버린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를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다. 빗속에서 다시 일렁이는 ‘당신’은, 존재보다는 기억에 가까운 실루엣이다.
마무리
〈잠수교〉는 짧고 단정한 시지만, 그 안에는 한 계절을 견디며 살아가는 마음의 묵직한 숨결이 담겨 있다. 절룩거리지 않고 ‘건너는 것’—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바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기도이자 가장 겸손한 목표일지 모른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우리 또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봄을, 나는 어떻게 건너고 있는가?"
-챗GPT-
최정신님의 댓글

딱 한 분 뿐인 동기간과 이별을 하셨으니
그 마음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래도 고국에 오셔서 보내드렸으니...
조금은 위안이 되지 싶네요^^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네요.
해마다 오는 때를 알고
기다린 듯합니다.
김용두님의 댓글

정갈한 시 잘 읽었습니다.
슬픔이 눈물처럼 글썽거리네요
극복하지 못하는 아픔에
가슴이 막막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