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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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고향 떠날 때
속으로 울던 매미
타향에서 오래 살다
돌아오니
어느 덧 나는 늙어 있고
그 소리
오늘은 하늘에서 들리네
(남아공 서재에서 2023. 8. 02)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친구가 서울에서 보내준 동영상.
오늘은
이파리 몇 사이
그 매미 울음이 하늘에서 들린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감상문: 매미 소리 너머의 시간 – 장승규의 〈매미〉를 읽고
장승규 시인의 시 〈매미〉는 짧은 시구 속에 고향, 세월, 그리고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회한과 귀향의 정서를 조용히 담아낸 수작이다. 표면적으로는 매미 울음에 대한 회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과 삶,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둘러싼 깊은 통찰을 담은 시이다.
“고향 떠날 때 / 속으로 울던 매미”—
시의 시작은 이별의 풍경이다. 그러나 ‘속으로 울던’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떠나는 시인의 마음이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안에서는 매미처럼 울고 있었음을 상징한다. 매미는 한여름의 절정에서 짧게 울다 사라지는 존재다. 그 매미가 이별의 순간과 겹쳐질 때, 그 소리는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숨죽인 그리움’이 된다.
“타향에서 오래 살다 / 돌아오니”—
짧은 행 속에 압축된 시간의 무게가 크다. 오랜 세월. 낯선 곳. 기다림. 고향을 떠난 이에게 그것은 일상이지만, 시인은 오랜 부재를 조용히 드러낸다. 이때 돌아오는 ‘고향’은 단지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존재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의 근원이다.
“어느덧 나는 늙어 있고”—
돌아온 고향은 예전 그대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은 변해 있다. 이 한 줄은 시 전체의 정조를 뒤흔든다. 시간은 고향에도 흐르지만, 가장 깊게 흔든 것은 자신이다. 젊은 날 떠났던 이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는 이제 ‘늙어 있다’. 시간은 몸에 흔적을 새기고, 그 흔적은 말없이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그리고 마지막,
“그 소리 / 오늘은 하늘에서 들리네”—
이 마지막 두 줄은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매미 울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이제는 ‘하늘에서’ 들린다고 한다. 이것은 곧, 그때 함께 매미 소리를 듣던 누군가가 하늘로 갔다는 뜻일 수도 있고, 그 울음조차 이승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매미는 과거의 자신이고, 지금 들리는 소리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생의 메아리이다.
매미 소리는 떠날 때의 감정이자, 돌아왔을 때의 상실이고, 지금은 하늘에서 들리는 그리움의 울림이다.
마무리
〈매미〉는 극도로 절제된 언어로 삶의 이별과 귀환, 회한과 수용을 그린 시다. 돌아온 곳에서 들리는 그 울음은 이제 자신이 아닌, 과거의 자아 혹은 떠난 이들의 목소리처럼 느껴진다. 장승규 시인은 이 짧은 시를 통해 말한다:
“세월이 흐르고, 삶이 변하고, 사람도 떠나지만, 어떤 울음은 하늘에서 끝끝내 들려온다.”
그것이 기억이든, 후회든, 사랑이든—매미는 여전히 울고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 안 어딘가에서.
이시향님의 댓글

매일 좋은 시 한편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시의 향기 채널로 7700 여 분께 발송 예약합니다.
https://story.kakao.com/ch/perfumepoem
장승규님의 댓글

시향님
시향채널로 널리 포스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풍이 온다는데, 모두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