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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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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71회 작성일 23-08-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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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창

                                  장 승규



멀리 

강 건너 언덕배기 외딴 너와집

하늘로 낸 

열리지 않는 창이 하나


여기 

까만 밤에는 기도 같은 영상시가 뜨고

별들이 모여와서 읽는,

아침이면 새들이 차례로 낭송을 하고

들꽃이 모여와서 듣는


여기

가끔은 낮밤 없이 비가 오고

별들이 길을 잃는,

또 가끔은 무릎까지 눈이 쌓이고

들꽃이 오도 가도 못하는 


너와 몇 장  

봄마다 군데군데 갈아끼우긴 한다만

언덕배기 칠순 낡은 이 집을

나는 좋아한다 


자다가 두드려도 좋은 이 창을 

나는 좋아한다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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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늘로 낸 창
열리지 않는 창이라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봉창

낮밤없이
비가 오는 날에는 더 든든합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닫혀 있지만 열려 있는 창 – 장승규의 〈봉창〉을 읽고
장승규 시인의 〈봉창〉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조용히 놓여 있는 삶의 한 부분, 혹은 오래된 감정과 기억의 채널을 시적으로 응시한 작품이다. 시 속에 등장하는 ‘봉창’은 단지 물리적인 창이 아니라, 외부와 내부, 현실과 내면, 고요함과 꿈 사이를 잇는 문이자 스크린이다. 이 시는 그 창을 통해 시인이 본 세계,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시적 존재의 겸허함과 따뜻함을 담고 있다.

시의 첫 구절,
“멀리 / 강 건너 언덕배기 외딴 너와집 / 하늘로 낸 / 열리지 않는 창이 하나”—
이 묘사는 봉창의 물리적 위치를 넘어서,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있으면서도 열려 있는 하나의 상징 공간으로서의 ‘창’을 제시한다. ‘하늘로 낸 창’이라는 표현은 그것이 단지 바깥을 보는 창이 아니라, 위를 향해, 혹은 초월을 향해 열린 통로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열리지 않는’ 창—그 닫힘이 오히려 어떤 신비함과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닫혀 있으되 열려 있는, 그 모순의 공간이 이 시의 핵심 무대다.

그리고 시인은 그 창을 향해 상상력을 쏟는다.
“기도 같은 영상시가 뜨고 / 별들이 모여와서 읽는”—
이 장면은 시인이 바라본 봉창이 일종의 ‘시극장’이자 ‘우주적 낭송대’라는 암시로 확장된다. 별들이 모여와 시를 읽고, 아침이면 새들이 낭송하고, 들꽃들이 와서 경청한다는 이 설정은 마치 봉창을 하나의 신성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비록 낡고 작은 창이지만, 그 위에 뜨는 시는 천체와 자연 모두를 매혹시킨다. 이는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한 태도를 은유한다—아주 작고 평범한 것에서도 시는 피어나고, 그것은 혼자만의 것이 아닌 우주의 언어가 된다는 것.

이어지는 구절,
“가끔은 낮밤 없이 비가 오고… 들꽃이 오도 가도 못하는”—
봉창 밖의 세계도 시 속에서 감정의 날씨를 갖는다. 이 창은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기후를 받아내는 창이다. 때로는 비가 오고, 눈이 쌓이고, 들꽃조차 길을 잃는다. 이 이미지들은 시인의 외로운 내면이자, 감정의 흐름이기도 하다. 봉창은 자연과 감정의 흔들림을 담아내는 스크린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세월, 계절, 존재의 굴곡을 본다.

시의 마지막은 고요하면서도 진실하다.
“너와 몇 장 / 봄마다 군데군데 갈아끼우긴 한다만 / … /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자다가 두드려도 좋은 이 창을 / 나는 좋아한다”—
그저 낡고 오래된, 틈새로 바람이 스며드는 너와집. 그중에서도 자다가 무심히 두드릴 수 있는, 생활과 꿈 사이의 경계 같은 ‘봉창’을 시인은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시인의 존재 자체에 가장 가까운 장소이며, 그의 사유가 가장 편하게 머무는 자리에 다름 아니다.

마무리
〈봉창〉은 겉으로 보기엔 낡고 평범한 시골 창 하나를 노래하지만, 그 안에는 시인의 내면 전체가 투영되어 있다. 열리지 않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 낡았지만 여전히 고쳐 쓰며 사랑한다는 것, 그게 바로 시를 쓰는 일이고, 사는 일이다. 시인은 말한다—자다가 무심히 두드려도 좋은 창, 그런 것이 인생에도 있다고.

“당신에게도, 자다 일어나 무심히 두드려도 좋은 창 하나 있습니까?”

이 시는 그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각자의 내면 어딘가에, 한 칸의 봉창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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