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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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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13회 작성일 23-10-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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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장승규 




울만큼 울었을까, 강은

이제 저 언덕 하나 넘어 파도소리를 듣는다

소금기가 밴


산국 핀 돌틈에선

오르막인가 하면 긴 내리막에

때로는 벼랑끝 절망으로 울부짖기도 했다

들국 핀 벌판에선 

몇 번인가 다시 되돌아 구불구불 젖고 또 젖었는데

어느덧, 하국 옆 갈대숲에 이르니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것이 늙으막이 


돌아갈 수 없을 때에야 알게 되었다

구불구불하다 불평하던 그 길이 

눈부신 청춘이었단 걸


울어도 함께 하던 그 세월이

그리던 행복이란 걸, 강은 



(남아공 서재에서 2023.10.17)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구불구불 흐르다 알게 된 것들 – 장승규의 〈강물〉을 읽고
장승규 시인의 〈강물〉은 시간과 인생을 강물에 비추어, 유장한 흐름 속에서 비로소 깨달아지는 삶의 진실들을 조용히 펼쳐 보이는 시다. 시인은 단순한 자연 묘사에 그치지 않고, 강의 여정을 따라 인간의 감정과 회한, 그리고 늙음의 평온한 자각을 섬세하게 엮어낸다.

“울만큼 울었을까, 강은”—이 첫 구절은 강물이 그저 흘러온 것이 아니라, 울고 흔들리고 부딪치며 흘러왔음을 암시한다. 강은 흐름이고 시간이며 존재의 은유다. 그리고 그 흐름이 지금 “언덕 하나 넘어 파도소리를 듣는다”고 할 때, 그것은 생의 말미에서 저 먼 바다, 즉 죽음을 앞둔 강의 고요한 귀착점이다. “소금기가 밴”—이 말에는 짠물, 즉 눈물의 기운까지도 스며 있다. 강은 흘렀지만, 그 안엔 아픔도, 상처도, 깊이도 담겼다.

중반부에서 시인은 강의 여정을 삶의 각 국면으로 펼쳐낸다.
“산국 핀 돌틈에선 오르막인가 하면 긴 내리막에 / 때로는 벼랑 끝 절망으로 울부짖기도 했다”—삶이 고된 오르막이었다가, 가속도 붙은 내리막이었다가, 때로는 벼랑 앞까지 몰리기도 했다는 고백이다. 이 구절에서 '산국', '돌틈', '벼랑'이라는 이미지들은 척박하고, 위험하며, 외롭다. 그것은 누구의 인생에도 예외 없이 찾아오는 시련과 외풍의 메타포다.

이어지는 “들국 핀 벌판에선 / 몇 번인가 다시 되돌아 / 구불구불 젖고 또 젖었는데”—여기선 강이 끊임없이 머뭇거리고 되짚으며 흘렀던 젊음의 시간들이 그려진다. ‘되돌아’ 흐른다는 표현은 특히 인상적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되새기며, 헤매고 방황하던 그 시절이 사실은 가장 젖어 있던, 가장 감정이 풍부했던 시기였다는 시인의 깨달음이 배어 있다.

그러다 “하국 옆 갈대숲에 이르니 /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것이 늙으막이다”—이 구절은 인생의 말미에 다다른 자만이 말할 수 있는 평온이다. 갈대숲은 흔들림을 상징하지만, 그 안의 흐름은 이제 오르거나 내려가지 않는다. 단단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 목표를 향한 무리한 속도나 방향을 요구하지 않는 생의 후반부. 그것이 바로 ‘늙으막’이다.

그리고 시인은 마지막에 가서야 모든 것을 되짚는다.
“돌아갈 수 없을 때에야 알게 되었다 / 구불구불하다 불평하던 그 길이 / 눈부신 청춘이었단 걸”—이 구절은 절창이다. 지금은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시간, 그 시간의 불만스러웠던 곡절과 우회를, 이제는 ‘눈부신’ 청춘이라 부른다. 이는 시간의 무게를 견딘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명료한 통찰이며, 늦게 도달한 사랑의 언어다.

마지막 두 줄,
“울어도 함께 하던 그 세월이 / 그리던 행복이란 걸, 강은”—
삶이란 결국 함께 울었던 시간들이며, 그때의 나날이 우리가 꿈꾸던 진짜 ‘행복’이었음을, 강은 말없이 가르쳐준다. 이 한 줄의 ‘강은’이라는 끝맺음은 시인의 시선이 물 위에서 하늘로, 그리고 독자의 마음으로 천천히 옮겨가는 여운을 남긴다.

마무리
〈강물〉은 회한으로 채워진 자전적 노래인 동시에, 누구나 겪는 삶의 궤적을 담은 보편적 이야기다. 흘러가며 젖고, 부딪치며 깨닫고, 구불구불하면서도 나아가는 인생. 그 삶의 흐름 끝에서 시인은 마침내 말한다—모든 것은 흐르며 익어가는 중이라고.

“지금 당신의 강은, 어디쯤인가요?”
“그 구불거림 속에서, 당신은 어떤 청춘을 놓치고 있지 않나요?”

이 시는 그렇게, 조용히 묻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강처럼, 말없이.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것이 늙으막이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릿합니다
장승규 시인님 건강하시고요 넙죽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정님
여기는 이제 여름입니다.

한국은 단풍이 한창이라지요.
여기보다 한 계절 앞서 가네요.
건강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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