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이종원 김부회 이호걸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정연희 김재준 신기옥  

장독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64회 작성일 23-11-12 09:37

본문

장독대

                                      /장승규



남도

늦가을 장독대에 저 항아리

그 속을 알 수가 없으니


익어가는 일상을 담고 있을까

매운 맛일까

짠 맛일까


아니면 비었을까

 

오래 묵힌

내 나이를 찍어 먹어보면 어느 맛이 날까

갈수록 텅 빈 일상으로 

오늘도 어제처럼 살고 있으니


늦가을 장독대에선 

아무것도 찍어 먹어보지 않기로 했다



(남아공 서재에서  2023.11.09)


추천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월이 참 빠릅니다.
벌써 11월도 중순
한 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은
보람있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묵은 항아리 속 인생의 맛 – 장승규의 〈장독대〉를 읽고
장승규 시인의 시 〈장독대〉는 한 그릇의 삶, 또는 한 항아리의 나날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하는 묵상의 시다. 남도의 늦가을이라는 풍경, 장독대라는 오래된 일상의 이미지 위에 시인은 인생의 익음과 공허, 기억과 무맛(無味)을 은근히 풀어낸다. 이 시는 전통과 시간의 상징인 ‘장독’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거울이다.

“그 속을 알 수가 없으니”—시의 도입부는 장독을 앞에 두고 있지만, 곧 그것이 단지 항아리가 아님을 암시한다. 그것은 나이 들며 익어가는 시간, 겉으로는 단정하고 둥글지만 속은 알 수 없는 인생의 그릇이다. 이 항아리 속에 무엇이 담겨 있을까? 시인은 말한다.

“익어가는 일상을 담고 있을까 / 매운 맛일까 / 짠 맛일까”—이 세 가지 맛은 삶의 삼색감정을 상징한다. 익음은 지혜와 수용, 매운맛은 고통과 분투, 짠맛은 눈물과 회한. 그것은 모두 나이가 쌓이며 한데 섞여 장처럼 발효된 삶의 풍미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렇게도 묻는다.
“아니면 비었을까”—이 짧은 구절은 이 시의 정조를 전환시킨다. 삶이 그저 익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비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이 쌓일수록, 삶은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텅 빈 무엇이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단순한 허무가 아니라, 나이 들수록 알게 되는 깊은 공백의 자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절,
“오래 묵힌 / 내 나이를 찍어 먹어보면 어느 맛이 날까”—이 물음은 자조적이면서도 시적이다. 나이를 장처럼 찍어 먹어본다는 이 발상은, 시간을 맛본다는 비유를 통해 나이 든다는 행위에 물질적 감각을 입힌다. 하지만 “갈수록 텅 빈 일상으로 / 오늘도 어제처럼 살고 있으니”—이 구절은 답을 말한다. 맛보다도 무미(無味), 시간보다도 반복, 존재보다도 공백이 더 짙어지는 인생의 구간. 시인은 지금, 그 무맛의 시간을 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
“늦가을 장독대에선 / 아무것도 찍어 먹어보지 않기로 했다”—이 결말은 단념이자 해탈이다. 맛보지 않겠다는 선언은 곧 무언가를 따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살아온 인생의 맛을 분석하거나 평가하지 않겠다는, 나이든 자의 조용한 체념 혹은 관조다. 이는 슬픔이라기보다, 쓸쓸하지만 평온한 결심에 가깝다. 때로는 되씹지 않는 것이 지혜일 수 있다.

마무리
〈장독대〉는 삶을 장처럼 숙성시키며 살아온 한 존재가, 그 속의 맛을 굳이 확인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담백한 시다. 이 시는 인생을 '맛'으로 표현하면서도, 결국 모든 것은 '비워짐'으로 귀결된다는 사유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비워짐은 포기나 상실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끌어안는 또 하나의 채움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장독 속엔 지금, 어떤 맛이 익어가고 있습니까?”
“혹은, 이미 비워진 채 햇살만 받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시는 그렇게, 고요히 묻는다.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 같으면 빈 항아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담겼는데
요즘에는 대형할인점이나
시장에 가면 편리하게
사 먹을 수 있으니
날로 빈 항아리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 요즘 빈 항아리들이
한숨만 내쉰다 합니다
시인님 귀한 시 잘 읽었습니다

Total 960건 5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760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 12-05
7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1 12-04
758
낙엽이 질 때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1 12-04
757
억새 댓글+ 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 1 11-25
756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2 11-23
7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1 11-22
754
겨울장미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1 11-18
75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1 11-15
열람중
장독대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 1 11-12
751
몹쓸 증후군 댓글+ 2
정연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11-03
750
아라뱃길 댓글+ 3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0 10-31
749
물집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1 10-31
7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 10-29
747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0-29
746
강물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0 10-19
745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 10-16
74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0 10-10
7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 10-05
74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0 09-28
741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 09-22
740
댓글+ 2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 09-16
739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9 1 09-10
738
산다는 건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0 09-09
737
댓글+ 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3 0 09-04
736
사랑의 묘약 댓글+ 1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1 09-01
735
칸나 댓글+ 2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 09-01
73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0 08-27
733
봉창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0 08-22
73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 08-19
731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8-16
730
동행 댓글+ 2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08-15
729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0 0 08-13
728
태풍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0 08-11
727
매미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 08-06
7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 08-04
725
영상 통화 댓글+ 2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7-24
724
괘종시계 댓글+ 7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0 07-22
723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 07-18
722
삼인행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 07-18
721
꺼벙이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 07-13
720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2 07-12
719
모서리 꽃 댓글+ 3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1 07-05
718
댓글+ 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0 07-04
717
살구나무 댓글+ 2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 07-03
716
너를 보내고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0 07-02
715
백팩커 댓글+ 3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07-01
714
맨발 걷기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 06-30
713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 06-30
712
구순 어머니 댓글+ 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 06-29
711
인주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 06-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